KBS가 지난 18일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검언 유착’ 의혹을 단정적으로 보도했다가 삭제·사과한 후 ‘외부 개입’ 의혹이 제기돼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KBS는 28일 해당 보도 관련자 5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소수노조 KBS노동조합은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했다.

KBS의 18일자 리포트는 사내 논란을 넘어 2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서도 온종일 화제가 됐다. 미래통합당은 양승동 KBS 사장을 국회에 출석시켜 보도 경위를 따져야 한다며 보도 취재원과 제보자를 밝히라고 공격했다. 

이들이 문제 삼는 보도는 지난 18일자 KBS 뉴스9 리포트다. 이날 KBS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의 유시민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한동훈 검사장은 돕겠다는 의미의 말과 함께 독려성 언급도 했다”고 했지만, 보도 직후 이 기자가 공개한 한 검사장과의 면담 녹취록 전문에는 KBS 보도 내용은 없었다. 

이 기자와 한 검사장이 총선 관련 대화를 하며 신라젠 의혹 제기를 공모했다는 내용의 자사 보도에 KBS는 19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됐다”고 사과했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24일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재판에 넘기지 말라고 권고하면서 KBS 보도는 ‘권언유착’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KBS 오보 취재원이 서울중앙지검 핵심 간부였고, 여권 인사가 개입했다는 의혹 보도까지 나온 상황이다.

▲KBS.
▲KBS. 사진=정민경 기자. 

KBS 측은 28일 입장문을 통해 “보도 과정의 실수를 검찰 또는 여권의 청부 개입으로 꿰맞춰 가려는 시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억지 추론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이어 “KBS 보도본부가 바로 이튿날 보도 과정의 오류를 인정하고 사과했는데도 정상적 취재 활동인 취재원과 접촉을 사주나 유착으로 몰아가는 것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공영방송의 정상적인 언론 기능을 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KBS는 “보도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정확한 사실관계와 그에 따른 책임을 묻기 위해 절차를 진행 중이며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도 마련 중”이라며 “KBS는 구체적 경위 파악에 착수했고, 27일 심의지적평정위원회를 열어 보도 관련자 5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고 전했다. 

관련 사안은 29일 오후 KBS 이사회와 30일 노사 간 공정방송위원회에서도 다뤄질 예정이다. 

KBS의 이런 대응에 소수노조인 KBS 노동조합 측은 ‘꼬리 자르기’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KBS노동조합은 29일 “꼬리 자르기식 인사위 회부로 오보 사건을 긴급 진화하려고 한다”며 “인사위 회부 대상자는 보도 관련자가 아니라 보도 책임자”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보도 과정의 실수일 뿐이라면서 보도 관련자 5명을 공방위도 열리기도 전에 왜 서둘러 인사위에 회부시켰는지도 의문”이라며 “사건 실체가 확인되기도 전에 이렇게 5명의 기자를 인사위에 회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허성권 KBS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인사위에 회부된 보도 관련자 5명은 30일 노사공방위에 나오지 않는다”라며 “보도본부장, 사회재난주간 등 징계를 받아야 할 보도 책임자만 공방위에 나오게 되는데, 우리가 들어보고 싶은 건 취재 일선에 있던 그들의 목소리다. 취재 일선의 기자들은 나오지 않고 무엇을 하겠다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과반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측은 공정방송위원회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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