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 머니투데이가 소속 사진 기자의 업무를 영상 촬영으로 확대하는 인사 개편을 단행했다. 머니투데이측은 “강압 이 아닌 요청의 결과로, 영상을 강조하는 추세를 일부 따르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언론계에서는 디지털 미디어가 부상하면서 사진 기자 직무의 고유성이 흐려지는 한편, 언론사 차원에서 사진 보도 전문성에 대한 인식이 옅어지면서 직군이 점차 축소하는 현상의 반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머니투데이는 7월 초부터 디지털콘텐츠부 소속 사진 기자들이 속했던 사진영상팀과 영상 기자들이 속했던 동영상팀을 통합하고 사진 기자들에게 영상 촬영 업무를 맡기고 있다. 송기용 머니투데이 편집국장은 “(업계에서) 유튜브 등 영상 부분을 워낙 강조하는 추세라 영상 관련 성과를 내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웹페이지에 게재된 영상 코너 ‘현장+’를 보면, 사진영상팀 소속 사진 기자 3명이 이달 올라온 영상 14건 가운데 8건을 촬영했다. 사진 기자들이 영상을 촬영하면 인턴 기자들이 편집을 전담하는 방식이다. 송 국장은 “영상에 따로 전문성이 필요하다면 모르겠지만, 교육을 따로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기존 영상 기자들은 머니투데이의 부동산 유튜브 채널 ‘부릿지’를 전담한다.

머니투데이 사진 기자들 가운데선 ‘공식 업무 전환’이 아니라 일부의 변화라는 입장도 있다. 개편 전후로 부서 이름이 같은 데다 사진이 주 업무라는 점은 여전하다는 것. 다만 이번 개편은 사측의 설득과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송 국장은 “사진 기자들이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지 강압적인 조치는 아니었다”면서도 “사진 기자들과 올 초부터 많은 논의를 했다. 사진 기자들은 영상과 사진을 같이 수행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편집국은 이를 한 차례 받아들였다가 재차 ‘영상 부분을 강조했으면, 그리고 병행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29일 오후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 모인 사진기자들이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의 기자회견을 취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29일 오후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 모인 사진기자들이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의 기자회견을 취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에서는 사진 기자 직무의 전문성과 고유성을 이해하지 않은 채 영상 위주로 돌아가는 언론계 최신 경향에 업무를 끼워 맞추는 시도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중견 사진 기자 A씨는 “사진 기자에게 영상을 찍으라는 것은 기자로서 ‘결정적 순간’이자 사진을 찍기 위한 기술들을 포기하고, 조회수의 도구로 일하라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했 다. A씨는 “언론사 경영진이 업무 효율성과 비용만 고려해 사진 기자의 정체성을 깨뜨리는 것 같다”고 했다. 10여년차 사진 기자 B씨는 “다른 매체에서도 사진 기자들에게 영상 업무를 시키는 추세”라며 “사진을 찍는 기술과 영상을 찍는 기술이 달라 사진 기자가 두 가지를 함께 소화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사진 기자의 ‘불안한 미래’가 거론된 지 오래다. 디지털 미디어가 부상한 2010년도 앞뒤로 언론사가 사진 기자 직군을 외주화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일요신문은 2008년 법인 ‘이오이미지’를 세우고 서울문화사 산하 언론사에 속했던 사진 기자들을 한데 모았다. 전환된 기자들은 시사저널과 일요신문 등 편집국 요청에 따라 현장 업무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2012년 TV조선이 출범하면서 자회사 ‘조선영상비전’에 TV조선 영상 기자와 함께 조선일보 사진기자들도 배속했다. 이들은 조선일보 편집국 직제상 ‘멀티미디어영상부’에서 일한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당시 두 매체 사례는 ‘외주화의 신호탄’으로 작용해 다른 언론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한국사진기자협회는 2012년 일요신문과 조선일보가 더 이상 직속 사진 기자를 두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회원사 자격을 회수했다. 가입 대상이 ‘한국기자협회 소속 언론사’로 한정됐다는 점에서다. 조선영상비전은 수차례 시도 끝에 지난달 협회 회원사 투표를 거쳐 회원사 자격을 돌려받았다. 달리 말하면 사진 직군을 외주화하는 현실이 보다 일상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간지 사진 기자 수는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현재 한국사진기자협회에 가입한 사진 기자 수는 최근 10년 새 총 470명으로 일정한 편이지만 10대 일간지 소속 기자들의 규모는 줄어들고 있다. 인터넷 매체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회원사로 들어오는 반면, 일간지의 경우 퇴사로 생긴 빈 자리를 신규채용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직군을 축소하고 있다. 한 일간지는 20년차 이상의 차장급 사진 기자가 사진부 ‘막내’를 맡는 상황이다. 지역 일간지의 경우 10년 전만 해도 사진 기자가 평균 5명 선이었지만 현재 1~2명에 그친다.

업계는 최근 사진 기자 업무의 고유성에 대한 인식이 쇠퇴하는 현상이 스마트폰 기술과 영상미디어, SNS 같은 디지털 미디어가 부상하는 등 구조 요인에서 비롯했다고 지적한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진이 카메라 기자의 전유물에서 벗어난 한편, 영상 매체가 발전해 사진이 지녔던 정보 전달 매체로서 위상은 낮아지고 있다.

▲한국사진기자협회 웹사이트 메인화면 갈무리.
▲한국사진기자협회 웹사이트 메인화면 갈무리.

권우성 오마이뉴스 사진부장은 “이전엔 사진이 속보 현장을 가장 먼저 전했고, 진실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사진한 장의 파괴력도 컸다.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쉽게 사진을 찍어 전송하게 됐고, 여기에 SNS까지 확산했다. 화재나 재난이 나면 지역 주민이 올린 사진이 특종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했다. 권 부장은 “영상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진만이 진실을 전달한다는 종전의 인식도 깨졌다. 사람들이 사진을 보며 조작일 수 있다고 여기고, 오디오까지 포함하는 영상이 더 종합적인 매체라고 간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장 기자들은 사진 보도가 지니는 가치와 의무가 여전한 만큼 언론사 차원에서 사진 기자의 고유성을 존중해야 하고, 사진 기자들도 장기적으로 새로운 보도 수단을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고 말한다.

권우성 부장은 “나빠지는 환경 속에서도 사진의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는 보도와 매체가 존재하고, 지금도 그런 기자들은 주목과 신뢰를 받는다. 기자 역할은 계속될 것”이라며 “사진 기자들도 장기적으로 볼 때는 기자의 영역 안에서 스틸카메라를 넘어 보도를 위한 새로운 수단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견 기자 A씨는 “사진 기자 스스로도 지면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디지털 시대에 맞춰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하지만, 보도 사진은 시각미디어로 독립적 존재다. 사진 기자 역할의 중요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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