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출범 당시 자본금을 편법으로 충당했다가 자본시장법과 상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MBN 경영진 3인에게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자 MBN 구성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경영진들은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가 선고돼 한숨을 돌렸지만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말 방송법(‘허가·승인·등록의 취소’ 조항 등) 위반 혐의로 MBN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건이 진행 중이다. MBN은 오는 11월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 서울 중구 충무로 매일경제그룹 건물 앞에 있는 MBN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 서울 중구 충무로 매일경제그룹 건물 앞에 있는 MBN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은 이유상(74) 매일경제신문 부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사회봉사 200시간을, 류호길(63) MBN 공동대표에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160시간을, 장대환(67) 매일경제미디어그룹 회장의 아들 장승준(39) MBN 공동대표에게는 벌금 1500만원을, MBN 법인에는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김세현 판사는 “매일방송(MBN)은 종편 승인 과정에서 거액의 돈을 은행에서 차입한 후 회사 자금을 보태 임직원들이 차용한 것처럼 꾸몄다. 거짓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등 자본시장 신뢰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이 사건 행위로 인해 다른 경쟁 언론사가 종편 승인 탈락하진 않았다. 3명 모두 개인적 이득을 취하려 한 점이 없었고,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복수의 취재원 말을 종합하면 MBN 경영진은 항소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MBN 구성원들이 걱정하고 있는 사안은 향후 방통위가 내릴 행정처분이다. 방송법에 따라 허가·승인 취소, 6개월 이내의 기간 동안 업무 정지 또는 광고중단 등의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허가·승인 취소를 피하면 다행이지만 방송 등의 정지나 광고중단도 가벼운 행정처분이 아니라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행정처분 결과에 따라 사측이 구성원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MBN 구성원들은 유죄 선고 이후 이어질 ‘처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MBN 소속 A기자는 “회사가 문을 닫게 되면 답이 없는 거다. 가까스로 문을 닫지 않는다고 해도 방송정지나 광고중단으로 구조조정이나 임금을 삭감한다고 하면 정말 힘들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MBN 소속 B기자는 “고통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동참할 필요성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MBN지부(지부장 나석채)는 지난 27일 “유죄받은 경영진은 당장 사퇴하라!”라는 내용을 담은 노보를 발행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MBN지부(지부장 나석채)는 지난 27일 “유죄받은 경영진은 당장 사퇴하라!”라는 내용을 담은 노보를 발행했다.

언론노조 MBN지부도 지난 27일 노보에서 “방송정지나 광고중단은 취소보다 약한 수준이지만, 이 또한 깊이 들여다보면 회사가 휘청거리는 수준이고 결국엔 사원들에게 그 피해가 바로 전달될 것이다. 방송정지를 당하면 이른바 ‘칼라바’를 송출하게 된다”며 “이 정파 기간에 방송을 못 하면 우리 사원들은 어떻게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우려했다. 이들은 사측이 행정처분을 빌미로 구조조정 절차를 밟는 것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언론노조 MBN지부는 유죄 선고를 받은 경영진들이 퇴진할 때까지 단계적으로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경영진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들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가 적힌 인쇄물을 각 층 게시판에 게시하고, 문구와 생활용품에 사퇴 구호를 인쇄해 조합원이 사내에서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것. 노조 전임자들은 근무 중 ‘사퇴구호’가 적힌 대자보를 몸에 착용하고 경영진 사퇴를 지속적으로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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