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저널리즘 토크쇼 J’(이하 J)가 지난 26일 100회를 맞았다. 2018년 6월17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올해 2월9일 시즌2로 돌아왔다. 2016년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인사이드’가 사라지고, 정권이 바뀐 후 다시 만들어진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토크쇼 형식으로 문턱을 낮추고 언론 현안을 짚으며 KBS 자사 보도도 비평 대상으로 삼아 화제성도 높았다. 꾸준히 닐슨코리아 기준 3%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100회를 맞아 J는 특집방송으로 고정 패널인 강유정 강남대 교수, 방송인 최욱씨, 임자운 변호사가 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유튜버, 산재 피해자 유족 등 각자가 생각하는 언론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색다른 시도를 선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KBS가 채널A 기자의 ‘검언유착’ 의혹을 단정해 보도했다가 사과·삭제하는 등 최근 불거진 ‘오보’와 이를 둘러싼 KBS와 서울중앙지검의 ‘권언유착’ 의혹을 다루지 않느냐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J가 이를 어떻게 다룰지 주목받고 있는 것. 미디어오늘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김양순 J팀장을 만났다.

- KBS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에 외부 인사가 개입했다는 내부 폭로까지 나오고 있다. J는 이 사건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취재 과정에서 허술함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KBS는 빠르게 사과했다. 김경록PB 사태를 겪으며 내부에 변화가 있었다. 잘못이 있으면 빨리 사과하자는 것. 위쪽에서 어떤 조치를 말하기 전에 먼저 사태를 파악하고, 사과든 입장이든 빨리 결정하자는 것이다. J는 100회 특집 후 2주간 휴방이다. 휴방 후 이 사안을 다뤄야 할 것 같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100화.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100화.

- 조국 전 장관 보도를 다룬 지난 5월 ‘언론개혁’ 편에 이해 당사자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을 패널로 불러 문제가 됐다.

“최강욱 변호사는 21대 국회에 들어가기 전, J 원년 구성원으로서 부른 것이다. 국회 개원 전에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해 모셨다. 최 변호사가 방송에 나와 한 조국 전 장관 사건 관련 발언은 ‘결국 언론은 사양 산업이고, 국민한테 버림받고 잊힐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마지막 발버둥을 친다’는 것이었다. 조국 사건을 직접 언급하거나 본인과 관련한 발언은 없었다. 해당 방송은 2009년 용산 참사,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백남기 농민 죽음 등 ‘보도 참사’가 일어났던 사례를 살폈다. 이 내용은 보지 않고 최 의원 한마디에 매몰돼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 또 힘들었던 점이 무엇이었나?

“실제 조 전 장관 관련 언론 보도가 과도하게 쏟아진 건 맞지 않나? 보도가 쓰나미처럼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쓰나미 한가운데서 비평을 하는 게 맞나 의문이 들었다. 소용돌이 안에서 비평이 가능한 걸까? 우리가 1년여 후 스스로 반성하고 돌아볼 수 있는 것 아닌가? 기자들도 비평하면서 ‘J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조국 국면 당시 정준희 교수가 ‘우리가 맞는지 단언할 수 없지만 1년 뒤 다시 보자’라고 했다. 실제 해당 방송분에서 KBS 기자가 정준희 교수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언제나 칼끝을 걷는 심정으로 만든다.”

- 비평할 때 J 안에서도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어떻게 방향을 정하나?

“J팀 기자들과 팀장, 작가들이 아이템을 결정할 때부터 계속 회의한다. 서로 소리도 지르고 싸우기도 한다. 김경록PB 사건이나 ‘시사직격’을 다룰 때도 그랬다. 회의 안에서 누군가 지적을 하면 ‘그럼 우리는 이런 지적에서 자유롭냐’부터 ‘우리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 ‘쪽팔려서 비평 못 하겠다’까지. 언제나 격론이 오간다. 수요일이 방송인데, 수요일부터 매일 3시간 정도 회의한다. 단톡방에서 패널들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의견이 다르고 격론이 오가는 걸 좋게 생각한다. 풍성한 비평을 할 수 있다.”

- 패널 가운데 일부러 다른 의견을 말할 사람들을 섭외하기도 하나?

“KBS 기자들이나 권영철 CBS 대기자, 김준일 뉴스톱 대표 등. 기자 관점에서 반론하는 역으로 모신다. 출연하신 뒤 ‘여기에 2번은 못 나오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그러나 기자 입장도 누군가는 꼭 말해줘야 하기 때문에 섭외한다. 물론 ‘기자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하면 욕을 먹긴 하지만 꼭 해줘야 한다.”

- 다양한 의견을 말할 사람들을 섭외한다고 하지만, 왜 여전히 ‘편향적’, ‘정부 친화적’이라는 평가가 나올까?

“현안을 다룰 때 방향을 따로 정하지 않는다. ‘팩트’를 잘못 전한 것에 초점을 맞춰 비평한다. J에 대해 ‘특정 언론을 까기 위해서 방송한다’, ‘정부 편향적이다’라고 비판할 때 근거를 정확하게 제시하면 좋겠다. 저널리즘 원칙 중 ‘사실 확인’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확인하지 않았다면 비판을 받아야 한다. 혹은 악의적으로 결론을 예단하거나 공익성과는 전혀 관계 없는 해로운 보도를 했다면 비판해야 한다. 우리는 원칙을 가지고 비평하는데, 우리가 ‘편향됐다’고 하는 쪽의 근거는 부실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확인하지 못한 건 다루지 않는다. 시즌2에선 이런 ‘팩트 확인’에 더 중점을 뒀다. 보도한 기자에게 ‘누구에게 무엇을 물어봤는지’ 묻는 ‘팩터뷰’ 코너와 ‘기사 다시쓰기’ 코너들이 이 원칙을 중시하는 가운데 나왔다. 담백하게 보여주려고 했다. 물론 ‘시즌1보다 센 맛이 없다’, ‘사이다가 없다’는 반응도 있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 89화. 최강욱 의원이 출연한 화.
▲KBS 저널리즘 토크쇼 89화에서 최강욱 의원이 출연해 조국 전 장관 관련 이해 당사자가 출연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 팩트를 강조하는데, 팩트는 어디서든 끌어모아 보도할 수 있지 않나? 혹은 어떤 팩트인가도 문제가 될 수 있지 않나? 예를 들어 최근 언론은 인천국제공항공사 관련 단체채팅방에 “알바 2년하다가 연봉 5000만원 받게 됐다”는 주장이 올라왔다고 보도했지만, 이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지 않으면서 ‘그 주장이 단톡방에 올라온 것은 팩트’라는 식으로 보도한다.

“제대로 된 팩트체크를 해야 한다. 오픈 카톡방이었기 때문에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데 그 주장을 한 사람이 진짜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인지, 그 주장이 진짜인지 따져야 한다. 발언이 나왔다고 해서 보도하는 게 팩트 확인을 한 보도는 아니다. 특히 언론은 종종 일간베스트 같은 커뮤니티에서 극단의 댓글 몇 개를 꼽고 ‘여론’인 양 보도한다. 어떤 반응을 소개할 때 ‘주제’가 되는 글을 꼽아야지, 그냥 ‘내 마음에 드는 댓글’을 선정해 보도한다. 기자가 ‘내 마음에 드는 댓글’이라고 대표성을 부여하면, 그건 거짓이라고 생각한다.”

- 최근 J를 보면 보도 비평 외에도 미디어 리터러시에 적극적이다.

“비평에는 두 축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청자가 리터러시를 갖춰야 언론을 견제하거나 변화시킬 수 있다. 또 다른 한 축은 기자 등 생산자들에게 보내는 칭찬이나 비판이다.”

- 기자들을 비판하면 ‘사이다’라는 반응이 나오지만 미디어 리터러시를 이야기하면 따분하다는 평이 나오기도 한다. 시청률이 신경 쓰이지 않나?

“시즌1과 시즌2 시청자층이 달라진 것 같다. 시청률은 상승세에 있다. 현재 여성 시청층이 많이 올라 30% 이상이 됐다. 또한 KBS 프로그램 가운데 시청층이 가장 젊다고 말할 수 있다. 35~45세 시청자가 가장 많다. 시즌1 때부터 J는 굉장한 팬덤이 있었고 방향성이 분명했다. 시즌2를 시작하면서 과거 ‘미디어포커스’ 때처럼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식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팬덤이 조금 줄더라도 말이다. 시즌1에서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쏘아 올리는 역할을 했다면 시즌2는 자리매김을 해야 했다. ‘시의성이 떨어진다’는 피드백도 받는다. 말했듯이 아주 뜨거운 현안에 뛰어들기보다 상황 정리가 된 다음 비평하자는 것이다. 취재가 이뤄진 다음 비평을 한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논란 당시 시기적으로 조금 늦게 비평으로 다뤘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시즌2 예고편에 등장하는 김양순 팀장의 모습.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시즌2 예고편에 등장하는 김양순 팀장의 모습.

- 시즌1 화제성이 높았다. 시즌2 팀장을 맡게 됐을 때 부담됐을 것 같다.

“김대영 전 팀장이 시즌1을 만든 후 이 프로그램을 누가 맡느냐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거절했다. 내 경우 저널리즘을 전공했고 박사과정까지 공부했다. 미국 하버드대 니먼저널리즘 랩(Nieman Journalism Lab)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자주 읽는데, 한국에도 저널리즘 비평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위한 좋은 언론도 더 필요하다. 언론이 정파성을 가질 수 있지만 저널리즘 원칙은 지켜야 한다. 우리는 그 원칙을 지켰는지 감시하는 것이다. 특정 언론이 보수여서, 반정부여서, 친정부여서 비판하는 게 아니라 좋은 언론이라는 원칙 지켰는지를 따진다.”

- ‘원칙’, ‘좋은 언론’, ‘사람을 위한 언론’과 같은 말이 추상적으로 느껴진다. 예를 들어 박원순 전 시장 관련 보도를 할 때, ‘사람을 위하는 언론’이라는 기준을 세운다면 또다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말은 ‘어떤 사람’인지에 답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박원순이라는 사람에 집중할지, 피해자라는 사람에 집중할지 궁금해 하는데 ‘사람’만 강조하면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에 답이 될 수 있을까?

“언론 보도가 그런 갈등을 조장한다고 생각한다. 박원순 전 시장 관련 보도를 비평하는 방송에서 강유정 강남대 교수가 클로징 멘트로 ‘왜 피해자냐 박원순이냐를 선택해야 하나’라고 물었다. 언론은 ‘문빠냐 일베냐’, 아니면 ‘피해자냐 피해호소인이냐’로 나눈다. 그런 갈등을 계속 조장한다. 양극단에 있는 의견만 골라서 보도한다. 설문 조사를 할 때 일등과 꼴찌만 보여주지 않지 않나? 이런 건 기계적 균형도 아니다. ‘극단 대 극단’이다. 장사가 잘되니까 그러는 것 아닌가.”

-J를 통해 언론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나?

후배 기자들에 따르면, 타사 기자들이 출입처에서 ‘이 사건 J에서 다뤄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야기를 걸어온다고 하더라. 기자들이 J를 경계하고 조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네이버도 기사 제목 앞에 언론사 이름을 쓰기로 했다.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J의 100회를 축하한다고 해외에서 케이크를 보내주시는 분도 있었다. 이런 분들의 메시지가 하나하나 쌓일 때, 지치다가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다짐하곤 한다. 이런 ‘뽕’을 맞으면서 J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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