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의 문제발언 중 핵심을 뽑아 알려드리는 ‘종편 뭐하니?’입니다. 7월23일 종편에서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대담에서 출연자가 피해자에게 성추행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얼토당토않은 일이 있었어요. 윤석열 검찰총장의 ‘종기’는 또다시 맥락 설명 없이 등장했고요. 출연자가 이재명 경기도지사 발언 일부만 인용해 이 지사가 필요한 부분만 편집해 보도하는 언론의 생리를 알고 발언했을 거라고 과도하게 추측하기도 했어요.

1. ‘성추행 의혹’ 심판관 자처한 현근택

7월21일 ‘종편 뭐하니?’는 MBN <뉴스와이드>(7월17일)에 출연해 성추행이 ‘어느 조직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실수’라고 했던 현근택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발언을 비판했는데요. 현근택 씨가 이번엔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성 발언을 내놨어요.

MBN <아침&매일경제>(7월23일)에 출연한 현근택 씨는 “저도 이런 사건에서 원래 증거 공개하는 거 별로 좋다고는 생각 안 한다. 왜냐하면 민감할 수 있으니까”라면서도 “그런데 어떤 이야기가 있냐 하면 계속, 이 ‘피해자가 주변 사람들한테 텔레그램도 보여주고 사진도 보여줬다. 그러면서 호소했다’ 했단 말이다. 주변 사람들한테 보여줄 정도면 제가 보기에는 아주 민감한 내용은 아닐 수 있다”고 함부로 예단했어요. “사실은 증거를 제시하기를 바랐는데 그것은 제시 안 하고 있다”며 피해자 측이 대중에게 성추행 증거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죠.

그러자 진행자 이상훈 씨는 “예를 들면 여기서 등장했던 무슨 박원순 전 시장이 보냈다는 어떤 본인의 모습” 같은 증거를 말하는 거냐고 물었어요. 현근택 씨는 “뭔가 대화내용이라든지 사진이라든지 제시해야만 그나마 제가 보기에는, 이게 상대방 말을 들을 수 없는 상태에서는, 해야 되는데 저는 그런 건 안 하고 이미 추가는 없다고 이야기해버리면 기자회견은 왜 한 거냐?”며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피해자 측을 의심하듯 말했어요.

현근택 씨의 발언은 위험해요. 피해자로 인정받고 싶다면 증거를 언론과 대중 앞에 보여줘야 한다는 말로 들리기 때문인데요. 현 씨를 비롯해 언론과 대중은 사건의 진실 여부를 따지는 심판관이 아니에요. ‘텔레그램을 주변인에게 보여주었다’거나 ‘피해자 측이 증거를 대중 앞에 내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짜 피해자인지 가짜 피해자인지 가려보자며 방송에서 이야기하고 피해자를 압박하는 건 옳지 않죠. 피해자 측은 이미 변호인단을 통해 증거를 수사기관에 제출했어요.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 나와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드러내거나 2차 가해성 발언을 하는 대신, 검찰과 경찰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도록 촉구하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2. 이번엔 채널A에 등장한 ‘윤석열 종기’

채널A <뉴스TOP10>(7월23일)에서는 ‘대정부질문서 웬 윤석열 종기?’라는 제목으로 윤석열 검찰총장 종기에 관한 대담을 진행했어요. 4월10일 채널A에서 처음 등장한 ‘윤 총장 종기’가 6월22일에는 TV조선에서 등장하더니, 이번엔 다시 채널A에서 등장했네요.

진행자 김종석 씨는 “윤석열 총장, 현직 검찰총장 엉덩이가 대정부질문에서 왜 나왔나 했더니”라고 말했어요. 7월2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윤석열 검찰 총장이 엉덩이에 종기가 나서 병가를 낸 것을 실제 확인해 본 적이 있느냐’고 질문한 사실을 언급한 거예요. 출연자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최강욱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공격하는 데 많은 정열을 쏟는 것 같다”, “대정부 질문 중에서 의원의 질의와 국무위원의 답변이 있었지만, 두 분의 영원한 케미라고 할까 한국말로 하면 관계라고 할까, 이게 제일 훈훈하고 따뜻하지 않나”라고 말했죠.

방송을 본 시청자 머릿속엔 ‘윤 총장 종기’와 ‘최강욱 의원과 추미애 장관의 케미’ 밖에 남는 게 없을 것 같네요. ‘대정부질문서 웬 윤석열 종기?’라고 제목까지 띄웠으면, 최강욱 의원이 왜 ‘윤 총장 종기’에 관한 질문을 던졌는지 그 배경을 설명해줘야 하는데, 채널A <뉴스TOP10>은 그러지 않았어요. 최 의원이 추 장관에게 ‘윤 총장 종기’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된 건 검언유착 의혹 때문이었죠. 검언유착 의혹에서 이동재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공모 여부를 조사 중이던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윤 총장에게 보고를 하려 했는데, 윤 총장이 ‘엉덩이 종기’를 이유로 보고 받는 걸 회피한다는 의혹이 일었거든요. 최 의원은 추 장관에게 이런 의혹에 대해 질문하며 법무부에서 따로 확인한 것이 있는지 알아보려던 것이었어요. 최 의원 대정부질문에서 나온 ‘윤 총장 종기’에 집중할 게 아니라, ‘윤 총장 종기’가 질문으로 나오게 된 맥락을 짚어주는 게 훨씬 시청자에게 도움되는 대담일 거예요.

→ 채널A <뉴스TOP10>(7월23일) https://muz.so/ac2e

▲ 7월23일 채널A ‘뉴스TOP10’
▲ 7월23일 채널A ‘뉴스TOP10’

3. 언론의 잘못된 관행 감싸준 전지현 변호사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CBS 표준FM <김현정의 뉴스쇼>(7월20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이 내년 재보궐선거에서 당헌을 따라서 손실이 크더라도 무공천을 지켜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정치적으로 꼭 공천해야 한다면 당헌을 바꾸고 당이 국민께 석고대죄를 하는 수준의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채널A <뉴스A 라이브>(7월23일)는 ‘이틀 만에 무공천 말 바꾼 이재명’이란 제목으로 이재명 지사의 ‘서울․부산시장 무공천 주장’에만 초점을 맞춰 대담을 진행했어요. 이 지사 발언 중 ‘무공천을 지켜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부분만 잘라 들려줬죠. 출연자 중 유일하게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만 이 지사 발언 전부를 소개하면서 말을 바꾼 것이 아니라 두 가지 발언(무공천과 공천 입장)을 모두 했다고 확인해줬어요.

하지만 출연자 전지현 변호사는 “(이재명 지사가) 10년 이상 정치를 하셨지 않나. 언론의 생리를 잘 아실 거란 말이다. 뒤에 부연설명을 했다고 하더라도 기자들은 ‘장사에도 의리가 있다’, ‘무공천이 맞다’, 이 말을 분명히 키워드로 적어 가지고 기사가 나갈 거란 걸 저는, 제 개인적인 생각은 아셨을 거 같다”고 말했죠. “결국 말을 바꾸신 거는 대중적인 지지를 얻고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주장해야 되는 어떤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와 현실적으로 그 당의 주류세력과 타협을 할 수밖에 없는 그 현실 정치 사이에서 결국 후자를 택하신 게 아닌가”라고 덧붙이기도 했어요.

전지현 씨는 이재명 지사가 ‘무공천’과 ‘공천’ 입장을 모두 발언했지만, 언론 생리를 잘 알기에 ‘공천’ 관련 발언은 기사로 나가지 않을 걸 알았을 거라고 추정했어요. 원래는 ‘무공천’ 입장이던 이 지사가 민주당 주류세력과 타협하기 위해 ‘공천’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했죠.

전 씨 발언은 언론이 사실여부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편향적으로 필요한 부분만 전달해도 된다고 감싸주는 잘못된 주장이에요. 언론이 입맛에 맞게 편집한 내용을 사실로 보고 이 지사 발언의 속뜻을 과도하게 해석한 것이기도 하죠. 특정인 발언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편집하는 언론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지 않은 채, 정치인이면 미리 자기 발언이 편집될 것을 알고 발언했을 것이라는 황당한 추측을 내놓은 거예요.

→ 채널A <뉴스A 라이브>(7월23일) https://muz.so/ac2b

▲ 7월23일 채널A ‘뉴스A 라이브’
▲ 7월23일 채널A ‘뉴스A 라이브’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7월23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뉴스A라이브>,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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