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부동산 3법 통과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이 뉴스에 나왔어요. 굉장한 뉴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후속 보도가 한 건도 없어요. 법 통과 이후 시세 차익으로 23억원을 벌었던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문제는 최소한 언론이 다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수화기 너머 독자는 맹렬히 비난했다. “사회지도층이 부동산으로 23억원을 벌었는데, 그게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법 통과로 가능했다면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할 사안 아닌가요. 심지어 이해충돌이라는 말 한마디도 나오지 않네요.”

독자의 지적대로 주호영 원내대표가 23억원 시세 차익을 본 것은 ‘팩트’다. MBC 스트레이트는 지난 26일 박근혜 정부 당시 지난 2014년 12월 강남 발 집값 폭등을 초래한 재건축 특혜법안인 ‘부동산 3법’이 통과된 이후 상황을 집중 조명했다.

민간 주택에 ‘분양가 상한제’를 사실상 폐지시키는 법안,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를 3년간 유예해 주는 법안, 재건축 조합원에게 최대 3개의 주택을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됐는데 당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찬성표를 던졌던 의원의 재산 현황을 분석했더니 49명이 강남 3구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재건축 대상인 30년 이상 아파트를 소유하던 의원도 21명으로 나타났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소유한 반포주공 1단지는 재건축이 진행 중인데 시세는 45억원에 육박했다. 법 통과 이후 23억원이 오른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임대사업자 등록제가 임대주택 사업자에게 세금 혜택을 주면서 투기를 부추긴 것도 맞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이 집값을 폭등시켰다는 점에서 여야 정치권 모두 책임이 있다는 게 MBC 보도의 핵심이다. 

주호영 원내대표의 23억원 시세차익은 사실로 드러났지만 MBC 보도를 인용하거나 후속 보도를 이어간 언론은 소수에 그쳤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1일 국회 원내대표 연설에서 “서민들은 열심히 벌어서 내 집 한 채 장만하는 것이 평생의 꿈인데 집값은 급등하고 대출을 막아놓으니”라고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연일 집값 문제를 제기하는 그의 발언은 대서특필되고 있다. 

▲ 7월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7월 임시국회 개원을 맞아 주호영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미래통합당 홈페이지
▲ 7월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7월 임시국회 개원을 맞아 주호영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미래통합당 홈페이지

지난해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문화재 등록 여부를 미리 알고 차명으로 부동산을 구매해 4배 이상 시세 차익을 봤다는 언론 보도와도 비교된다. 4배 이상 시세차익은 터무니없고, 투기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는 해당 지역 언론의 보도에도 언론은 ‘공직자가 공익과 부닥치는 사익을 결코 추구해서는 안 된다’며 손 의원이 이해충돌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잣대로 보면 주호영 원내대표는 집값을 폭등시킨 법안에 찬성했고, 실제 수십억원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얻었지만 이해충돌이라는 지적은커녕 ‘돈을 벌었다’는 팩트조차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독자의 비난은 언론이 어느 한쪽으로 쏠려 보도함으로써 정작 중요한 뉴스에 눈을 감고 있다는 강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선택적 보도’를 이유로 언론을 혐오하는 목소리가 유독 크다. 선택적 보도의 또 다른 말은 ‘정파적 보도’다. 정치적 문제와 이해관계에 따라 보도 논조를 결정하고 뉴스 밸류 가치를 정하면서 나타난 폐해가 정파적 보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곤 했는데 이제 선택적 보도라는 더 노골적인 말이 유통되고 있는 현실이다. 

선택적 보도가 문제가 되는 것은 뉴스 객관성과 공정성을 무시했을 때다. 언론이 이처럼 선택적 보도를 하면 시민의 피해로 돌아온다. 뉴스 가치 판단이 다르고 핵심 이슈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앵무새처럼 반복하기만 한다면 언론도 공범이 될 수 있다.

혹여 언론이 집값 폭등 책임을 묻기 위한 공세적 성격으로 이번 부동산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주호영 원내대표의 23억원 시세 차익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각도로 분석하고, 집값 폭등을 일으킨 여러 요인을 심도 있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