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사건 보도를 둘러싼 공방이 정치권으로 번졌다. 미래통합당이 KBS 사장의 국회 출석을 요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특정 보도에 대해 언론사 사장을 불러들이면 ‘언론 길들이기’가 된다며 막아섰다. 2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관련 안건에 대한 양당 간사 협의로 인해 정회된 상태다.

미래통합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이날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 어제까지 3번에 걸쳐 여당 간사께, 지난 금요일 위원장에게 전화해서 KBS 사장, MBC 사장 출석시켜야 한다고 분명히 얘기했다”며 “KBS, MBC가 국민적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에 상임위에 출석시켜서 소상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위원장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부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KBS는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의 유시민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한동훈 검사장은 돕겠다는 의미의 말과 함께 독려성 언급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이 전 기자는 해당 내용이 없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KBS 법조팀은 23일 “당사자 반론을 충분히 듣지 않은 점과 녹취록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전언’ 보도에 단정적 표현을 사용한 점에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언유착’ 사건은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과 결탁해 취재원에게 여권 인사 비위를 제보하라며 압박했다는 의혹으로, MBC 보도를 통해 처음 제기돼 검찰 수사 중이다.

▲ 제21대 국회 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중의소리
▲ 제21대 국회 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중의소리

통합당은 이번 KBS 보도와 처음 의혹을 제기한 MBC 보도까지 묶어 ‘검언유착’ 내지 ‘권언유착’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날도 통합당 소속 과방위원들은 ‘KBS·MBC 조작방송 철저한 진상규명’이라는 문구를 자리에 부착했다. 박성중 의원이 의혹제기 포문을 연 뒤 박대출 의원도 “KBS 검언유착 파문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채널A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총선 전 대화를 했다는 오보 관련, KBS 내부 게시판에 녹취록 일부가 게재됐다가 삭제됐다. 제3의 인물은 언론보도에서 중앙지검 핵심간부라고 지목하고 있고 KBS 내부와 검찰에서도 많이 거론된다는 보도 내용”이라며 “방통위원장께서 KBS 측에 요구해 녹취록 전문을 오후 회의 전까지 제출해주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김영식, 정희용, 허은아 등 통합당 소속의 다른 의원들도 가세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요구를 일축했다.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KBS 사장 출석과 관련해 저와 박성중 간사가 서너 차례 통화했다. 제게 (출석을) 요청했고 저는 여러 이유를 들어서 그건 부적절하지 않냐, 어렵겠다고 부동의했다. 협의가 전혀 없었다는 건 아니다”라며 “나머지 얘기는 드리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전혜숙 의원은 “모든 방영 사안마다 언론사 사장을 부르고 정치권의 ‘언론 길들이기’로 국민에게 비춰지는 것은 굉장히 안 좋다”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도 “방송사 사장을 보도와 관련해 부르기 시작하면 정치에 관한 뉴스를 못한다. 방송 독립성을 위해 이사회 두고 방문진 두고 방통위라는 독립적인 기구를 둔 게 합의사항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정감사 때 KBS 사장을 부르고 MBC는 그나마 공공기관이 아니라서 비공개로 하지 않나. 언론 독립성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보도 관련해 일일이 정치권이 방송사 사장을 불러내는 나라가 어딨느냐”고 반박했다.

이후로도 관련 공방이 이어지면서 양당 간사들이 협의에 나섰지만 좀체 결론이 나지 않았다. 과방위는 결국 과학기술정보부·방송통신위원회·원자력안전위원회 기관장 업무보고만을 청취한 뒤 정회, 오후 2시 속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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