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삭제된 지난 18일자 KBS 뉴스9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에 제3의 인물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KBS 사내에서 제기된 후 KBS 내 노·노 갈등과 대립도 거세지고 있다. 

과반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유재우)는 오는 30일 예정된 노사 공정방송위원회 등에서 본격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는 입장인 데 반해 소수노조인 KBS노동조합과 보수 성향의 KBS공영노조는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보도 취재원 등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소수노조인 KBS노동조합은 27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이 “KBS 저널리즘의 밑바닥을 보여줬다. 보도 참사 이유가 내부보다 외부 변수에 있다”고 주장했다. KBS노동조합과 KBS공영노조는 27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주중 진상규명위를 구성해 보도 경위에 대한 조사에 나설 것”이라며 “취재 기자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관련 자료 확보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조선일보 KBS ‘검언유착 오보’ 노조가 조사한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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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공영노조도 성명을 통해 KBS노동조합의 진상조사위 구성 제안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KBS공영노조는 “KBS판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라는 진실이 만일 사실로 밝혀진다면 수신료 징수 거부 운동은 물론 양 사장 퇴진마저 거론될 수 있는 국민적 관심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문제 삼는 보도는 지난 18일자 KBS뉴스9 리포트다. 이날 KBS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의 유시민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한동훈 검사장은 돕겠다는 의미의 말과 함께 독려성 언급도 했다”고 했지만, 보도 직후 이 기자가 공개한 한 검사장과의 면담 녹취록 전문에는 KBS 보도 내용은 없었다. 

이 기자와 한 검사장이 총선 관련 대화를 하며 신라젠 의혹 제기를 공모했다는 내용의 자사 보도에 KBS는 19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됐다”고 사과했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24일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재판에 넘기지 말라고 권고하면서 KBS 보도는 ‘권언유착’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27일 KBS 오보의 취재원은 “서울중앙지검 핵심 간부”라고 보도했다. 

반면, 과반노조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27일 성명을 통해 KBS노동조합과 KBS공영노조를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사내 일부 세력들의 동료 공격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동료들을 ‘청부 보도’ 세력으로 사실상 못 박은 데 이어, 그들의 내부 취재 정보 원문을 외부 매체에 그대로 전달했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도 조사와 후속 조치는 필요하다고 봤지만, 외부 매체에 KBS 보도의 취재원을 밝히는 행위는 우려했다. 이들은 “본부노조는 공정방송위원회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고, 제작 실무진도 보도편성위원회를 진행했다. 모두 단체협약과 편성규약 등 근거 규정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행위인데 두 노조가 제안하는 진상규명위원회는 어떤 근거 규정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적 목적에만 빠져 주변 동료에 대한 공격이 노골화하는 점이 안타깝다”며 취재 기자와 직접 접촉해 사안을 조사하고, 당사자 이름을 거론하는 등의 행위는 “부당하고 폭력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안은 오는 29일 예정된 KBS 이사회와 30일 노사 공정방송위에서 공식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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