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구나, 한동훈을 이재용과 엮다니! 팩트에 충실하기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별장 접대를 받았기를 바랐듯이 (한겨레는) 검언유착이 실제로 있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럼 취재를 통해 그걸 밝혀요! 변죽 말고! 이따위 사설을 쓰는 신문에 변변치 못한 글이나마 얹고 있다는 게 부끄럽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저자이자 언론인인 홍세화씨가 지난 25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겨레를 비판했다. 같은 날 나온 한겨레 사설(“이재용에 한동훈까지, ‘특권층 방어막’된 심의위”)을 꾸짖은 것이다. 한겨레 사설은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윤 총장 측근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한 것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수사심의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에 이어 우리사회 특권층에 잇따라 방어막을 쳐준 것”이라며 “검찰권을 견제하기 위한 수사심의위가 검찰의 노골적인 ‘제 식구 감싸기’를 질타하기는커녕 오히려 두둔하고 나섰으니 스스로 존재 의의를 부정한 셈”이라고 질타했다. 경향신문이 25일자 사설에 “수사심의위의 한 검사장 불기소 권고, 검찰은 무겁게 새겨야”라는 제목으로 “수사팀은 수사에 예단이나 정치적 고려는 없었는지,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는 부실하지 않은지 진솔하게 점검한 뒤 검사와 법률가의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기록한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 논조였다.

▲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저자이자 언론인인 홍세화씨. 사진=미디어오늘
▲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저자이자 언론인인 홍세화씨. 사진=미디어오늘

홍씨 트위터는 온라인에서 갑론을박을 부르고 있다. 언론들도 앞다퉈 홍씨 트위터를 인용 보도했다. 한겨레도 27일 오전 논설위원 회의에서 이 트위터 글을 논의했고, 시간을 두고 한겨레 필진인 홍씨 생각과 진의 등을 파악·경청키로 했다고 알려졌다.

홍씨는 27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 언론은 자기 희망사항을 좇는 경향이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성찰”이라며 “언론과 기자 역시 정치적 동물이기 때문에 팩트보다 자신의 정치적 지향과 주장에 경도될 수 있다. 우리 언론이 ‘기레기’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라고 밝혔다. 즉, ‘검언유착 주장’보다 의혹 실체를 밝히기 위해 “자기 성찰을 하면서 팩트를 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씨는 “한겨레는 앞서 윤 총장에 대한 성접대 의혹 등 보도에서 이 같은 성찰이 결여돼 문제가 됐었다”며 “윤 총장에 대한 비판 여론에 기대어, 윤 총장도 다른 검사들과 마찬가지로 접대를 받았기 바랐던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특히 ‘공작 정치’가 횡행하는 현재 국면에선 팩트가 가장 우선돼야 한다. 이 같은 노력이 결여된다면, 부실한 의혹을 쉽게 덥석 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홍씨는 “윤 총장 보도로 교훈을 얻어야 할 한겨레가 조국 사태 이후 성찰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있었고 이번 사설로 폭발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국 사태 이후 진보진영에 대한 홍씨의 문제의식은 지난달 한겨레 칼럼(“문재인 정권은 무엇으로 진보인가”)에도 잘 드러난다. 홍씨는 이 칼럼에서 “오늘 한국의 진보세력은 그 대부분이 이념이든 상상력이든 진영 속에 묻은 채 검찰과 언론 한두 곳을 정조준하고 있다”며 “만약 윤석열 검찰총장이 물러나기라도 하면 진보세력의 할 일이 거의 끝날 듯한 놀라운 시절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 진보 지식인 홍세화씨가 지난 25일 한겨레 칼럼을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홍세화 트위터.
▲ 진보 지식인 홍세화씨가 지난 25일 한겨레 칼럼을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홍세화 트위터.

홍씨는 27일 통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한동훈 검사장은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권고’를 받았다는 ‘표상’이 동일하지만, 본질은 매우 다른 사건”이라며 “이재용에 대한 수사심의위 결정은 법조인들의 계급적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서 부산고검, 그리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된 한동훈에 대한 이번 결정은 계급적인 것과는 관련 없다”고 설명했다. 홍씨는 “이재용이 가진 특권은 한동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보다 섬세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한겨레 사설이 온당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홍씨가 한겨레를 비판만 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17년 5월 한겨레 기자가 “덤벼라. 문빠들”이라며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맹목적으로 언론을 비판하는 현상을 비난하자 한겨레 절독 운동이 크게 일었고 이에 홍씨는 트위터에 한겨레 구독 신청을 독려한 바 있다.

홍씨는 “나도 한겨레에 몸을 담았고 7~8주마다 정기 칼럼을 쓰고 있다. 한겨레가 한국사회에서 갖는 중차대한 의미를 누구보다 인식해왔다”면서도 “그러나 조국 사태 이후 팩트보다 희망사항을 좇는 현상이 가속화했다. 최근 한겨레에서 KBS 오보를 둘러싼 보도를 볼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홍씨는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샤를 페기가 한 말, 즉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 바보 같은 진실은 바보같이 말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진실은 마음에 들지 않게 말하고, 슬픈 진실은 슬프게 말하라’에 있다”며 “불편한 진실도 말할 수 있는 기자들의 성찰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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