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과 전국민고용보험을 두고 국회에서 논쟁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유승희 전 민주당 의원이 이사장을 맡은 포용사회연구소는 27일 국회에서 ‘기본소득과 전국민고용보험 쟁점과 대안’을 열었다. 유 이사장은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기본소득위원장을 맡은 기본소득론자 중 하나다. 이날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거대야당(미래통합당)에서도 기본소득 관련해 비공개 모임에 다녀왔다”고 말했고,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본소득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또한 이 자리에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특수고용종사자와 자영업자들 고용보험 가입을 고민하는 게 대통령의 당부이자 경사노위에서 논의할 과제”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전국민고용보험제를 언급하며 당론임을 밝혔다.  

▲ 포용사회연구소 등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기본소득과 전국민 고용보험 쟁점과 대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 포용사회연구소 등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기본소득과 전국민 고용보험 쟁점과 대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기본소득론자들은 현행 복지체제의 한계를 이유로 기본소득을 주장했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별소득보장이 일정 소득구간에서 소득역전이 벌어진다고 비판했다. 예를들어 실업자들에게 6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다면 소득이 600만원 이하인 사람들은 실업자보다 가처분소득이 적어진다. 일을 안 한 사람의 가처분소득이 더 높다면 이 제도가 공정하거나 정의롭다고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이 문제만 발생하는 건 아니다. 600만원 이하 소득이 있던 이들은 소득활동을 중단하는 ‘합리적 결정’을 하게 된다. 실업부조 제도로 인한 ‘사중손실(deadweight loss)’가 발생하는 것이다. 즉 선별소득보장은 실제 대상국민에게 지급하는 비용과 함께 소득활동 중단으로 발생하는 경제 비용인 사중손실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기본소득은 이 사중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기본소득의 현실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견도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20%를 돕는데 나머지 80%도 세금을 내자는 의견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모두에게 나눠주는 기본소득은 증세를 위한 합의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선별주의가 조세저항을 강학게 가져와 오히려 재분배 규모 자체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180조원의 재정이 있다고 가정하면 이를 가지고 선별적으로 소득보장을 할 것이냐, 기본소득을 할 것이냐고 논쟁하는데 그 가정 자체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180조원의 재원을 모으는 과정에서, 일부만 혜택을 받는 제도와 모두가 혜택을 받는 제도의 저항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용 의원은 “가부장적 복지국가에서 자유로운 복지국가로 전환”을 주장했다. 그는 “여전히 일해야만 복지 수혜자가 될 수 있고 민간에 괜찮은 일자리가 없으면 ‘강의실 불끄기 일자리’, ‘라돈 침대 수거’ 등 정부가 정한 일이라도 해야만 복지 혜택을 주고 있다”며 “국가가 강제로 일하게 하는 것은 정의로운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 사진=pixabay
▲ 사진=pixabay

 

반면 기본소득보다 전국민 사회보장에 집중하자는 주장도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기본소득론자의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오 위원장은 “복지국가가 작동하지 않고 광폭하는 시장, 새로운 분배의 필요성 등 현시대에 대한 진단이 담겨있어 기본소득을 존중한다”면서도 “기본소득이 정말 호명된(혜택이 필요한) 사람들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제도냐”고 반문했다. 

기본소득이 생계급여액(1인가구 53만원)을 훨씬 넘지 않는 한 생계급여제도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고, 기본소득이 실업급여액(하한 약 180만원)을 넘지 않으면 실업급여도 계속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기본소득 지급액이 충분히 많지 않다면 현행 제도와 공존할 수밖에 없기에 현행 복지행정의 불신을 근거로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건 생산적인 논의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게 오 위원장의 진단이다. 

오 위원장은 복지와 과세 행정을 통합한 ‘혁신복지체제’를 주장했다. 절대빈곤층에는 공공부조를 강화하고 저소득취업자에겐 근로장려금을 보강하고 취업자에겐 전국민고용보험을 시작으로 4대 사회보험을 현행 ‘자격’에서 ‘소득’으로 전환하는 등 전국민 사회보험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행법상 고용보험 대상자라는 ‘자격’이 있어야 보장을 받는 방식이 아니라 국세청에서 소득 파악이 가능한 만큼 프리랜서 등 현재 고용보험 대상자가 아니라도 일을 해서 소득이 있으면 고용보험 틀 안에서 보장해야 한다는 방안이다. 

소득을 기준으로 복지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국세청 역할이 더 커져야 한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국세청과 보건복지부의 칸막이를 없애고 통합해야 한다”며 “더이상 복지가 복지부만의 일이 아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또한 “이참에 재정개혁을 하자”며 “일단 증세보다는 각종 세금감면을 축소해 재원을 마련하자”고 주장했다. 

정의당도 오 위원장 생각에 힘을 보탰다. 정의당은 전국민고용보험제를 당론으로 채택해 강은미 의원이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며 “현재 임금 노동자를 중심으로 마련된 사회보험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전환하는 게 시급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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