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과 성추행 피소로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박 시장이 사망하며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하지 않게 되자 진상규명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일부 정치인과 시민들은 추모를 해야 할 시기에 성추행 진상규명을 얘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며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종편에서도 박 시장 성추행 의혹은 주된 관심사였습니다. 그러나 MBN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는 사안의 본질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정치적 계산기만 두드리거나, 박 시장 빈소에 조문하지 않겠다는 정치인을 탓하는 듯한 발언이 등장했습니다.
1. ‘정치적 계산’에만 골몰한 출연자
MBN <아침&매일경제>(7월13일)는 박 시장 죽음과 성추행 의혹으로 시작된 여러 갈등에 관해 대담했습니다. 진행자 이상훈 씨는 “어떤 현상이 발생을 하게 되면 그 안에 명과 암, 옳음과 잘못됨이 항상 있는 법”, “그런데 그걸 객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과연 우리 편인가 아닌가’(로 판단하는), 이게 소위 말해서 진영논리”라고 설명하며, 출연자에게 최근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런데 조대원 정치평론가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속내를 추측하더니 통합당이 취해야 할 입장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조대원 정치평론가 : 통합당은 저는 ‘이제!’, ‘이제!’라고 생각이 적었는데.
진행자 이상훈 : 이제.
조대원 정치평론가 : 네, 이제 반전의 기회가 왔다. 긴 터널을 벗어나서 민주당이 정말 난공불락으로 보였고 연 네 번에 메이저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압도적으로 지면서 우리의 끝은 어디인가 이렇게 생각했는데, 서서히 저쪽에서 이제 우리가 과거에 보수정권 몇 십 년 하면서 무너졌던 전철을 동일하게 밟고 있구나. 그런데도 사과하고 반성하지 못하고 그래서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고. 하지만 제가 통합당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건 제가 사실 이런 사건 전으로 이제 많은 익명을 블로그 댓글이라든가 페이스북 댓글을 받았는데 저는 이제 민주당을 그동안 찍어왔지만 탈 민주를 선언하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통합당이 답인지는 아직도 마음이.
진행자 이상훈 : 이탈은 했지만 그게 통합당으로 가지는 아직... 가는 상황은 아니라는 거네요?
조대원 정치평론가 : 그렇죠,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리의 대안이 통합당으로 될 수밖에 없는 게 슬프다. 이게 중도층들의 지금 마음이에요. 그래서 지금 현재에는 지금 민주당을 공격하고 일단 박원순 시장을 공격하는 단계가 아니라 지금 현재 통합당이 해야 되는 건 도리어 이런 기회에 더 낮아지면서 자숙하고 우리의 과거 잘못된 것을 돌아보고 변하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답이 내부 스스로에 있지 이게 상대한테 답을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지금의 민심이 내년 4월 재보궐선거 때까지 부산시장, 서울시장 뽑고 뭐 이렇게 재보궐선거까지 간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더 이럴 때일수록 긴장하고 더 조심하고 해야 할 시기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박 시장 사망과 성추행 의혹이 알려진 후 ‘피해자를 어떻게 지칭할 것인가’로 시끄러웠습니다. ‘고소인’, ‘피해 호소인’, ‘가해 지목인’ 등 명칭이 나왔지만 섣불리 ‘피해자’로 부르진 못했는데요.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지금은 진상규명보다 추모를 해야 할 때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상황의 이면에는 ‘우리 편 감싸기’라는 진영논리가 숨어 있습니다. 진행자 이상훈 씨는 이러한 ‘진영논리’에 대한 출연자 견해를 물었던 것이죠. 하지만 조대원 씨는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진영논리를 우려하고 비판하는 대신, 각 당 입장을 추측하고 통합당에 조언까지 해준 겁니다.
어렵게 용기 낸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고백했고 성추행 의혹의 진실은 밝혀져야 합니다. 이것이 사건의 본질입니다. 본질은 제쳐 두고 민주당과 통합당의 정치적 유불리만 계산하는 건 진영논리를 더욱 부추길 뿐입니다. 모든 사안을 정쟁 소재로 바라보는 대신 본질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길 바랍니다.
2. ‘피해자와 연대’ 입장 표명이 갈등의 씨앗?
MBN <뉴스와이드>(7월13일)에서도 고 박원순 시장 관련 대담을 했습니다. 성추행 의혹을 받은 박 시장 빈소에 조문하는 것이 적절한지,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르는 것은 적절한지 논란이 일며 출연자 의견을 들은 건데요. 이 과정에서 박진영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류호정‧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조문거부 입장표명으로 “2차 피해가 더 가해지고 양 진영이 나누어져 가지고 서로를 헤집는 이런 상황을 만들었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진영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 : 장혜영 의원인가 이 몇 분이 ‘나는 조문을 가지 않겠다’, ‘이 집회에 온 여성을 위해서’, ‘방지를 위해서’ 이렇게 밝혀버립니다. 누가 그분들 보고 조문하라고 한 적도 없고, 당신 갔는지 우리 확인하고 싶다고 한 적도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좀 사적인, 지극히 사적입니다만 이분들이 그런 멘트를 날림으로 인해서 2차 피해가 더 가해지고 양 진영이 나누어져 가지고 서로를 헤집는 이런 상황을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제 이분들한테 한번 질문을 해보고 싶은 게요. 당신... 저기 우리 의원님이 글을 쓰실 때 이게 과연 언론에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썼는지, 안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썼는지 한번 물어보고 싶어요. 당연히 논쟁거리가 될 만한 것을 던짐으로 인해서 더 극단적인 갈등을 만든 거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이런 죽음의 문제라든가 피해자가 있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 (정혁진) 변호사님 말씀하신 것처럼 ‘침묵이 금이다’라는 것처럼 자기네 생각을 좀 감추고 조용히 좀 차근히 보는 이런 점이 있지 않습니까? 성숙된 정치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류호정 의원은 7월10일 페이스북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비는 사람들의 애도 메시지를 보고 읽었다. 고인께서 얼마나 훌륭히 살아오셨는지 다시금 확인한다”, “그러나 저는 ‘당신(피해자)’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박 시장 빈소에 조문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장혜영 의원도 7월 11일 페이스북에서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 고인이 우리 사회에 남긴 족적이 아무리 크고 의미 있는 것이었다 해도 아직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며 조문거부 의사를 밝혔죠. 두 의원은 ‘2차 피해’와 ‘신상털이’의 두려움 앞에서도 용기 낸 피해자를 향해 연대 의사를 표시한 겁니다.
‘진영논리’ 속 침묵 요구야말로 미성숙한 태도
박진영 씨는 이러한 연대 목소리를 일컬어 “논쟁거리가 될 만한 것을 던짐으로 인해서 더 극단적인 갈등을 만든 것”이라고 했습니다. 장혜영 의원을 ‘당신’이라 지칭하기도 했죠. “자기네 생각을 좀 감추고 조용히 좀 차근히 보라”는 요구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박 시장 죽음과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굳이 입장을 내놓기보다 ‘침묵은 금’이라는 태도를 가져야 성숙한 정치인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박진영 씨는 피해자를 향한 연대 의사 표명을 진영 간 갈등을 부추기는 씨앗 정도로 본 겁니다. 그러나 박 씨 주장이야말로 모든 걸 진영논리에 따라 판단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2018년 오마이뉴스 기사 <인터뷰-박원순 “안희정에 부죄 내린 판사, 비판받을 대목 있어”>(8월18일)에 따르면, 안희정 씨가 성범죄 재판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뒤 박 시장은 “피해자가 성희롱으로 성적 모독감을 느꼈다면 피해자의 관점에서 보는 게 요즘의 보편적 이론”이라고 말했습니다. 성범죄 사건이나 성추행 의혹에서 피해자 입장을 배려하고 연대 입장을 밝히는 건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가 아닙니다. 피해자에 연대하려는 목소리에 침묵을 요구할 게 아니라, 반복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성범죄 사건과 의혹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겠죠. 그게 문제의 본질을 바로 보는 것이기도 합니다.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피해자가 움츠러들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성숙한 정치인’의 태도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7월13일 MBN <아침&매일경제><뉴스와이드>
※ 출연자 호칭을 처음엔 직책으로, 이후엔 ○○○ 씨로 통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