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기자 개인의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한 기자 페이지를 개편한다.

네이버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자 페이지 구독 시스템을 개편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앞으로 기자페이지를 통해 기사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보다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기술적, 운영적 도구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기자 본인이 직접 자신의 기자페이지 프로필을 편집하고, 주요기사를 선정해 배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기자 활동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해당 페이지를 운영하는 기자에게는 본인의 구독자 통계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기자 페이지는 콘텐츠 제휴 매체를 대상으로 2015년 베타 버전을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기자 개인 구독 화면에는 기자 이름, 소개, SNS와 e메일 주소가 뜨고 그동안 해당 기자가 작성한 기사가 배열되는 방식이다. 

▲ 네이버 기자 페이지 화면.
▲ 네이버 기자 페이지 화면.

2020년 7월 현재 기자페이지에는 68개 매체 6900명이 등록돼 있다. 네이버는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는 이용자는 175만여 명으로, 전체 구독 수를 합산하면 260만 건을 넘어선다”고 밝혔다.

기자 페이지 도입 당시 네이버는 “이용자의 기사 소비를 기자 단위로 유도하여 신뢰도를 높이고 기자 개개인을 브랜딩하는 작업”이라고 밝혔다. 가짜뉴스라 불리는 허위정보와 음모론, 선정적인 어뷰징 기사가 쏟아지는 가운데 언론과 기자를 부각하면서 보다 책임 있는 뉴스를 제작하고 유통하게 하려는 의도다. 최근 네이버가 검색 결과에 기사 제목보다 언론사의 이름과 로고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검색 결과 페이지를 개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자들 사이에선 자율성을 높인 이번 개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여전히 소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종합일간지 기자는 “기자와 구독자 간 소통이 불가능한 점이 아쉽다. 기자페이지 내에서 분류나 검색이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기자들이 정해진 기사 외에 별도의 콘텐츠를 올릴 수 없고 유튜브 커뮤니티와 같은 공지 기능도 없다.

네이버 기자 페이지는 활성화된 서비스로 보기 힘들다. 네이버는 기자 페이지 구독 이용자가 175만명이라며 성과처럼 부각했지만 네이버에서 언론사를 구독하는 이용자가 2000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론 구독에 비해 기자 구독은 미미한 상황이다. 

▲ 디자인=권범철 만평작가.
▲ 디자인=권범철 만평작가.

유튜브나 소셜미디어 상에서 이뤄지는 크리에이터에 대한 ‘구독’은 개인의 일관된 정체성과 그에 맞는 콘텐츠가 확보될 때 활성화되는데 기자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현재 네이버 기자 페이지를 운영하는 기자 가운데 가장 많은 구독자(3만명)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는 개인의 정체성이 부각되는 코너를 운영하는데 이 같은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지난 4월13일 기준 구독자 1만명이 넘는 기자는 4명에 불과했다. 국회 기사를 보고 싶은 독자가 한 국회출입 기자를 구독해도 1~2년 후 출입처가 교체되면 콘텐츠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 

기자들 입장에선 기자 페이지가 계륵이기도 하다. 한 인터넷신문 기자는 “기자페이지가 있지만 잘 보지 않는다. 가끔 댓글 많이 달리면 ‘네이버에서 많이 읽혔구나’라고 생각하는 정도”라고 했다. 유튜브 구독과 달리 기자 개인에 대한 심리적·물리적 보상이 없는 데다 자율성이 없기에 기자가 자신을 관리자로 느끼기 힘들다.

기자페이지 개설은 네이버 제휴 매체 가운데 콘텐츠제휴 소속 기자들만 할 수 있어 검색제휴 매체 소속 기자들의 불만도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