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여성가족정책실장 집무실에 무단침입해 자료 등을 무단 촬영한 조선일보 기자를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시청을 출입하는 조선일보 기자는 지난 17일 오전 6시50분경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방에 무단 침입해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은 틈을 타 책상 위에 있는 문서 등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조선일보의 ‘무리한 취재행위’를 두고 당분간 여론의 비판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촬영 소리를 들은 직원이 기자를 발견했고, 찍은 사진을 모두 지우게 한 뒤 돌려보냈다고 한다. 한겨레는 “(무단 촬영) 당시는 여성가족정책실이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을 밝히기 위한 조사단을 꾸리기 위해 여성단체와 외부 전문가들의 참여를 조율하던 시기였다”고 보도했으며, 서울시 관계자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직원들이 정상적으로 출입하는 통로가 아니라 요구르트 아주머니들이 주로 이용하는 외부 통로로 침입해 직원에게 발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 21일 조선일보 기자를 건조물 침입 혐의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고발했다. 경찰은 해당 기자를 피의자로 형사 입건했으며, 다음 주 중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서울시 내부 정보를 서울시 프린트와 종이로 출력해 가져갔다면 절도혐의가 추가될 수 있지만 촬영 행위만으로는 절도로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이다. 

▲조선일보.
▲조선일보.

취재윤리 위반은 명확하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에 명시된 ‘정당한 정보수집’(4항) 조항에 따르면 “취재 과정에서 항상 정당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하며, 기록과 자료를 조작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서울시 출입기자실 운영규정에는 ‘출입기자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 출입기자 등록 취소·기자실 출입 정지 등 징계가 가능하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TV조선 기자는 2018년 4월 당시 민간인 댓글 조작사건의 핵심인물이었던 ‘드루킹’ 김아무개씨가 운영하던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출판사에 무단 침입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TV조선 기자는 건물주로부터 관리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소개한 A씨와 함께 4월18일 오전 0시께 출판사 사무실에 들어가 현장에 있던 태블릿PC와 휴대폰, USB를 들고 나왔다. 당시 A씨는 절도혐의로 구속됐다. 

TV조선은 당일 아침 이 사실을 보고받고 기자에게 태블릿PC 등을 즉각 원래 자리로 가져다 놓으라고 지시했으며 보도에는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해당 기자는 야간주거침입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수사를 받았으나 검찰이 불기소처분했다. 조사 과정에서 TV조선 기자는 출판사 내부에서 사진 180여 장을 촬영, 동료들에게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1998년 국민일보 기자는 서울지검 동부지청 사무실에 들어가 컴퓨터에 들어있던 참고인 진술 조서를 출력하다 검사에게 들켜 절도 미수와 건조물 침입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불구속 기소된 뒤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선고를 받았다. 2012년에는 중앙일보 기자가 서울중앙지검 저축은행 합동수사단 사무실에 들어가 수사 관련 문건을 훔친 혐의가 드러나 건조물 침입 및 절도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가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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