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가 성명을 통해 정부가 가진 서울신문 지분을 우리사주조합에 증여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신문이 당초 정부 소유가 아니었고 현 정부가 독립성 보장을 약속했던 만큼 앞서 밝혔던 공개매각 방침을 거두고 구성원들에게 무상 이전하라는 것.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는 24일 ‘정부, 서울신문 지분 팔 권리 없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서울신문지부는 “애초에 서울신문(대한매일신보)은 정부 것도 아니었다. 대한매일은 1904년 양심적 영국 언론인 어니스트 베델 선생과 우국지사 양기탁 선생께서 세웠다. 이후 일제에 뺏겼고, 해방 뒤 적산처리 과정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그냥 정부 기관지로 편입했다”고 했다. 지부는 “일제 적산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먹어버렸지만, 사실은 주인을 제대로 찾아주지 못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신문지부는 서울신문 구성원이 그간 경영 독립을 위해 지분을 사들여온 한편, 정부는 대주주로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경영에 개입해왔다고 비판했다. 지부는 “반세기 동안 우리를 옭아맸던 ‘어용’의 사슬을 끊기 위해 20년 전 선배들이 독립언론을 위한 희생과 헌신으로 지분 일부를 사들였다. 그러나 정권은 남은 지분을 놓고 3년마다 ‘주주입네’ 등장해서 낙하산만 꽂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부는 “우리의 피, 땀, 눈물로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비용 절감과 사업 다각화로 수익을 창출해 흑자 기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도와준 거 하나도 없다”고 했다.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지부는 “청와대는 이제 와 정부의 서울신문 지분 소유가 법률적 근거가 없기에 팔겠다고 한다”며 정부가 우리사주조합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라고 통보한 것을 두고 “그럴 듯한 명분”이라고 했다. 지부는 “우리가 못 살 줄 알고, 요식 행위로 책임 회피를 위해 내놓은 거 다 알고 있다”며 “당신들의 예상과 달리 우리는 살 능력이 충분하다”고 했다.

지부는 이어 “하지만 정부가 법률 근거 없이 갖고 있었다면서, 우리에게 팔 때 주식 가격을 재평가해 팔겠다는 건 우연히 습득한 스마트폰을 주인 안 찾아주고 시세대로 팔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지부는 정부가 매각 목적으로 ‘재정건전성 확보’를 밝힌 것을 두고도 “문재인 대통령이 OECD 선진국 중에 국가부채 비율이 낮은 편이라고 한 게 불과 두어달 전인데, 이제 와 나랏빚 갚겠다고 몇 푼 되지도 않는 서울신문 지분을 처분한다는 게 스스로 민망하지도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서울신문지부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2017년 4월 문 대통령이 약속한 독립성 보장 방안으로 그냥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에 내놔라”고 밝혔다. 지부는 “정부는 어차피 가지고 있으면 안 될 것을 갖고 있었을 뿐”이라며 “우리가 지금보다 더 잘 관리해서 진짜 주인인 국민에게 돌려 드리겠다”고 했다.

서울신문 1대 주주인 기획재정부는 최근 보유 지분 전량을 공개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2대 주주인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이 7월 말까지 인수 여부를 정하라고 통보했다. 사주조합은 정부의 공개매각 방침 저지를 결의한 한편, 3대 주주인 호반건설을 비롯한 기업의 지분 인수를 막는다는 목표로 사주조합이 매입할지 여부를 표결에 부쳐 오는 30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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