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재학 PD 사건을 계기로 CJB청주방송이 비정규직 고용구조를 개선하고 외부 기구에 결과도 점검받기로 합의하면서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초석을 놓았단 평가가 나온다. 언론·노동계 단체들은 “전국 방송사·언론사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24일 청주방송의 ‘이재학 PD 사망’ 진상조사 결과 합의안을 두고 성명을 내 “170일 만에 이뤄진 청주방송의 사과와 합의를 환영한다. 이제 청주방송에 이어 전국의 모든 방송 노동을 바꿔 나가자”고 밝혔다.  

한빛센터는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 것은 이 PD를 부리기만 바빴을 뿐 고인의 정당한 요구를 내팽개친 청주방송 잘못이지만, 수십 년간 비정규직과 ‘무늬만 프리랜서’를 양산하며 열악한 노동 환경을 방치하고, 방송노동자들 인권을 개선하지 않은 한국 방송산업 전반의 처참한 현실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17일 청주방송 사옥 앞에 걸린 고 이재학 PD 추모 걸개 그림. 출처=김유경 노무사 SNS
▲지난 17일 청주방송 사옥 앞에 걸린 고 이재학 PD 추모 걸개 그림. 출처=김유경 노무사 SNS

 

22일 청주방송은 언론노조, 유족, ‘고 이재학 PD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 등 3자 대표와 이 PD 명예회복, 공식 사과 등 27개 과제 이행에 합의했다. 여기엔 비정규직 고용구조 개선도 포함돼 노동자성이 인정된 비정규직 9명을 3년 내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하고 경비·청소노동자들도 직접고용하며, 기타 파견노동자 고용안정도 3개월 내 노사합의로 대안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한빛센터는 이에 “방송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 인정과 명예 회복, 전면적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 그리고 이행 점검까지 받기로 결정한 것은 한국 방송 사상 최초의 사건”이라고 적었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도 24일 성명에서 “전국의 여러 방송사들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 방송 노동자들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절대 깨지지 않는 성채와 같던 방송사란 권력집단이 더이상 내부에서 썩어가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무시할 수 없고, 방송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체부품처럼 쓰다가 버리고 있는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행안 합의 타결보다 이행 점검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국 민주언론시민연합 네트워크는 24일 성명에서 “우리는 청주방송이 합의안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제대로 이행하는 지 감시하는 일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성덕 대표가 ‘담보는 따로 없지만 신뢰해달라’고 공언한 만큼, 청주방송은 합의안 이행에 적극적인 태도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민언련 네트워크도 “언론계가 ‘제2의 이재학’을 막기 위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이 PD는 14년간 현장과 편집실에서 밤낮을 새우며 정규직 노동자의 2~3배에 달하는 일을 했음에도 급여는 정규직의 60% 수준밖에 받지 못했다. 이런 비상식적인 노동은 청주방송 한 곳이 아닌 언론계에 만연한 비정규직 노동자 착취의 문제”라고 했다. 이어 “이 PD가 외쳤던 비정규직 처우개선은 청주방송에서 시작되지만 그 끝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존재하는 모든 언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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