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MBC본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대전MBC 채용 성차별 문제 해결을 위해 본사 쪽에 내린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MBC본사는 지역계열사 채용 성차별 실태를 확인해 각사에 유의하도록 공문을 보내고 대전MBC에 인권위 권고 수용을 결정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MBC본사 경영진은 지난 23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출석해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은 이날 정기이사회 비공개 회의에서 대전MBC 채용 성차별 건을 현안으로 다뤘다. 앞서 방문진은 직전 정기이사회에서 MBC본사 측에 대전MBC 채용 성차별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한편 차기 이사회에서 관련 현황을 보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방문진과 MBC본사 쪽 입장을 종합하면 대전MBC는 본사 측에 인권위가 내린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고 법적 다툼 소지가 있다며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방문진 이사회와 본사 측은 이날 회의에서 대전MBC 측이 소송을 진행한다 해도 사측에 승산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한 방문진 이사는 ‘설혹 이긴다 한들 공영방송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는 이사회에 자체 법률 자문을 진행한 뒤 이 결과를 가지고 재차 대전MBC 설득 또는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전MBC아나운서 채용성차별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18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 결정을 환영하며 대전MBC는 여성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채용 성차별 관행을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대전MBC아나운서 채용성차별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18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 결정을 환영하며 대전MBC는 여성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채용 성차별 관행을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MBC는 대전MBC에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사태를 해결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MBC는 이와 동시에 인권위가 본사에 권고한 ‘전국 지역계열사 채용 성차별 실태조사와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서, 지역사별 대략적 아나운서 성별 채용 현황을 확보하고 각사에 유의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겠다고 보고했다. MBC본사는 각 지역MBC에 대한 경영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 원칙 탓에 경영상 결정을 강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이사회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방문진은 다음달 정기 이사회를 열지 않아, 최근 이사회 테이블에 올라 급물살을 탔던 대전MBC 채용성차별 건은 방문진 차기 회의가 열리는 9월10일에야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MBC 유지은 아나운서. 사진=대전 오마이뉴스 장재완 기자 제공
▲대전MBC 유지은 아나운서. 사진=대전 오마이뉴스 장재완 기자 제공

앞서 대전MBC 유지은 아나운서 등 2명은 지난해 6월 인권위에 대전MBC를 상대로 채용 성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지난달 17일 “199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대전MBC에) 신규 채용된 정규직 아나운서 4명이 모두 남성이고, 계약직 15명과 프리랜서 5명 등 비정규직에는 예외 없이 여성이 채용된 것은 오랜 기간 지속된 성차별 채용 관행의 결과”라며 채용 성차별 해소할 대책을 마련하고 여성 아나운서들을 정규직 전환하라고 권고했다. 두 아나운서에게 위로금도 지급하라고 했다. 인권위는 MBC본사에는 전국 계열사 채용 현황을 실태조사한 뒤 시정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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