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서 열린 시청자위원회에서 KBS의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보도가 ‘기계적 중립’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김종명 KBS 보도본부장은 “신중한 보도”를 하려 했다고 답했다. 

이종임 KBS 시청자위원장 직무대행(문화연대 집행위원)은 회의 전 발언에서 “안타까운 사건이지만 죽음을 선택한 이유 등 풀어야 할 의혹이 커지고 있다”며 “KBS는 13일에 있었던 성추행 피해자 측 기자회견을 실시간으로 보도하지 않았고, 서울시 관계자 말이나 정치인 발언, 커뮤니티 발언, 시민 인터뷰 등 논쟁과 언쟁을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KBS가 ‘기계적 중립’을 취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달에도 논의했지만 KBS 내 불법촬영 문제가 불거졌을 때 카메라를 설치한 사람이 KBS 직원이 아니라는 선 긋기 내용이 발표되거나 관련 보도가 다른 채널에 비해 소극적이었는데, 같은 선상에서 이해할 수밖에 없는 아쉬운 부분”이라며 박 전 시장 보도와 KBS 불법촬영 기기 설치 보도를 묶어 KBS의 젠더감수성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KBS 뉴스가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을 ‘피해자’로 통일하기로 한 것은 내부 고민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짚기도 했다. 

이 직무대행은 “젠더 감수성은 센터를 설치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현재 진행되는 사건에서 담당 기자와 데스크 입장이 기사 내용에 어떻게 담기는가를 통해 드러난다”며 “앞으로 KBS가 실천적 보도를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KBS 29기 시청자위원회의 모습. 사진 출처=KBS 시청자위원회 홈페이지.
▲KBS 29기 시청자위원회의 모습. 사진 출처=KBS 시청자위원회 홈페이지.

이에 김종명 KBS 보도본부장은 “지적하신 부분을 ‘KBS 보도가 소극적이지 않았냐’고 해석해 볼 수 있는데, 저희는 ‘신중한 보도’를 하자는 기조였다”며 “특히 유명인의 사망이고, 성폭력이 연관된 사안이기 때문에 (이는) 결과적으로 KBS 뉴스 신뢰도와 직결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속보 위주의, 경쟁하는 방식으로는 보도하지 말자는 원칙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방지하자는 원칙을 세웠다”며 “피해자 명칭을 둘러싼 논란들 속에서도 관점을 잡았던 보도도 있었다”고 답했다. 

박 전 시장 보도에는 아쉬웠다는 반응이 나왔던 반면, KBS 뉴스9이 소수자를 조명하는 기사를 꾸준히 보도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김예원 시청자위원(장애인권법센터 대표)은 “중증 장애인, 재난에 ‘속수무책’…돌봄 공백 해소 절실”(6월28일자)과 “‘대학병원인데’ 장애인 주차장 엉망”(6월29일자) 등 리포트에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라고 해서 현장과 멀어지게 되면,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분들도 있기 때문에 문제 개선 여지가 줄어드는데, KBS가 꾸준히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현장 취재를 기획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엄경철 KBS 통합뉴스룸 국장(옛 보도국장)은 “앞으로 24시간 활동지원제도 입법안과 장애인 시설물 관리의무 부재 등 연결된 쟁점에 대해 해당 부서가 지속적으로 취재하겠다고 전해왔다.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이번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는 KBS 파일럿 프로그램 ‘나는 아픈 개와 산다’에 대한 호평과 함께 이 프로그램의 정규 편성이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말도 오갔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되다가 휴방하게 된 ‘도전! 골든벨’이 언택트 시대에 새로운 방식으로 계속 방송되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회의에서는 KBS 다큐멘터리 ‘다큐인사이트’의 ‘다큐멘터리 개그우먼’ 편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임윤옥 시청자위원(한국여성노동자회 자문위원)은 “1990년 ‘쓰리랑 부부’로 김미화씨가 KBS 코미디 대상을 받은 이후 28년이 지나서야 여성 예능인이 대상을 받았다”며 “개그우먼 6인 인터뷰로 여성 연예인을 옭아맸던 편견과 배제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보여줬다”고 평했다. 

전진한 시청자위원(알권리연구소장)도 ‘다큐멘터리 개그우먼’에 “우울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개그우먼들이 차별적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이 있었다”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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