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지상파 방송사들이 지역 지상파 UHD 도입 연기를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산하 각 지역방송 본부들로 구성된 지역방송협의회는 22일 성명을 내고 “지역방송이 숨통을 틔울 수 있도록 (지상파 UHD 도입) 일정을 잠시 늦춰달라는 절박한 건의를 외면하지 말라”고 밝혔다.

당초 방통위는 2017년 도입한 지상파UHD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내년까지 3단계에 걸쳐 전국 시군 단위로 UHD 방송을 확대하려는 계획이었다. 방송사들은 UHD 방송에 총 160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하며, UHD프로그램 제작과 송출, 저장 과정에서 추가 재원과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UHD는 HD보다 화질이 4배 선명한 방송을 말한다. UHD 화질로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카메라는 물론 스튜디오도 UHD 환경에 맞게 바꿔야 해 비용이 많이 든다. 한때 UHD 방송이 차세대 방송으로 주목 받았지만 시청자가 외면한 데다 지상파 경영난, 정부의 소극적 투자 등의 문제로 지상파 입장에서는 ‘계륵’이 됐다. 특히 경영 위기를 맞은 지역 지상파 방송사들은 UHD 방송을 준비할 여력이 없다.

지역방송협의회는 “임금을 깎고 복지를 줄이는, 노동조건의 후퇴까지 감수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했고 희생은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막대한 금액의 UHD 비용까지 겹친다면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UHD로 돈 버는 곳은 가전사이지만 방송사는 투자만 강요받고 있다”며 “지역방송을 유지하려는 정부 정책이 전무하다시피한 지금 UHD 도입 강행은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지역방송협의회는 “지역방송이 짊어진 공적 책무를 내려놓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책 배려와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지상파 UHD 홍보영상 갈무리.
▲지상파 UHD 홍보영상 갈무리.

전국 MBC 지역계열사와 지역민방 9곳 등 25개 지역 지상파 방송사도 이에 앞서 21일 방통위에 재검토를 요청하는 성명을 냈다. 최근 지역방송사 사장단은 정책건의 형식으로 방통위 측에 시군 단위 지상파UHD 도입 계획 연기를 요청했지만 방통위는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역방송사들은 성명에서 “새로운 정책방안에 변화된 미디어 환경과 지역방송의 어려움이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미디어그룹이 진입하고 통신사와 방송사가 인수합병하는 등 미디어시장이 급변하는데 지상파 방송광고매출은 해마다 대폭 줄어 경영이 악화일로를 걷는다며 “이 상황에서 약 1600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3단계 UHD방송 추진은 지상파의 경영을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했다.

지역방송사들은 “3단계 UHD방송 도입을 3년 늦추고 다년간 순차 투자할 수 있도록 일정 변경을 요청한다”고 했다. 이어 TV 제조사의 이익 일부를 공공기금으로 조성해 양질의 UHD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장비 구매를 위한 세제혜택 지원과 UHD방송 활성화를 위한 정책지원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방송 송출방식 발전 현황.
▲방송 송출방식 발전 현황.

지상파 UHD 방송은 박근혜 정부가 황금주파수로 불리는 700MHz 대역을 통신사에 판매하려 하자 지상파 방송사들이 반발하며 지상파 UHD용 할당을 주장했다. 국회 논의 끝에 해당 주파수 대역을 통신사와 지상파방송사가 함께 쓰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지상파 UHD는 사실상 아무도 보지 않는 방송이 되면서 투자가 곧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2018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UHD TV 보유 가구는 9.5%다. UHD TV가 있다고 해서 모두 UHD 방송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한국 UHD 표준이 미국식으로 확정되면서 유럽식 송신방식을 쓰는 경우에는 별도의 컨버터를 구입하지 않으면 UHD를 볼 수 없는데, 국내 UHD TV 다수는 유럽식이다. 또한 지상파 UHD는 케이블, IPTV를 통해 방송을 보지 않고 안테나를 구입해 지상파방송을 직접 수신해야만 볼 수 있다. 지상파 TV 직접수신 UHD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는 1% 미만으로 추정된다.

지상파 방송사가 UHD 도입을 요구해놓고선 막상 도입 후엔 책임을 미룬다는 비판이 있다. 이와 관련 지상파 측에서는 △예상보다 지상파 경영난이 심각해졌고 △정부가 무료보편적서비스인 지상파 플랫폼 구축에 관심이 없고 △장비 국산화가 예정보다 미뤄지고 있고 △안테나 내장 등 가전사와 협력이 이뤄지지 않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이 부족한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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