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건설업체 등 사기업의 불법 행위를 눈감아주거나 뇌물을 받고 유리한 보도를 해주고 들통나는 일은 종종 있었다. 기자 신분을 이용해 이권에 개입하고 청탁을 해결해주겠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다. 이들은 펜을 악용해 남을 겁박하거나 홍보해주면서 돈을 챙겼다. 법망에 걸리면 으레 먹고 살기 힘들었다고 변명했다. 좀비 같은 사이비 기자들이 사는 방식이다.

과거 기자들 비위 행위가 물의를 일으켜 구속된 적은 있었지만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처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된 전례를 찾기 어렵다. 향후 유죄가 선고되면 그 파장은 실로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한국 언론사(史)에 있어 최초로 검언유착 의혹이 죄로 드러나 법적 처벌을 받는 불명예가 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힌 대목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각에선 법원이 정치적 판단했다고 반발하지만 검언유착을 끊기 위해서라도 채널A 사건을 무겁게 받아들여 진실을 밝히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7월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7월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동재 전 기자 측은 검찰과의 관계를 과시한 적은 있다면서도 검찰과 공모한 자료가 없기 때문에 검언유착 의혹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한 정황을 확인했다는 KBS 보도가 나오자 이 전 기자 측이 갖고 있던 녹취록을 공개해 진실 공방을 벌인 것도 ‘공모를 입증할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KBS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단정적으로 표현했다고 사과하면서 검언유착 의혹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검언유착 의혹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 전 기자가 추가로 공개한 녹취 전문에 따르면 신라젠 사건과 유시민 이사장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의 가족을 찾고, 이 전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는 취재 방식에 대해 한동훈 검사장은 “그건 해 볼 만 하지”,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라고 말한다. 이 전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을 직접 찾아 이 같은 취재 계획을 상세히 설명한 이유에 물음표가 달릴 수밖에 없다.

MBC 보도에 따르면 채널A 법조팀 대화방, 권순정 대검 대변인 접촉 정황, 한동훈 검사장과 이 전 기자 사이 카카오톡 보이스톡 통화 내용까지도 검찰 수사팀이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녹취록 공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다른 공모 정황 증거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동훈 검사장이 자신과 관계를 언급해 검언유착 의혹을 촉발시킨 이 전 기자를 고소해 공모 흔적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손쉬운 방안을 택하지 않은 것도 의문으로 남는다.

의문은 더 있다. 이 전 기자는 왜 그토록 유 이사장 등 여권 인사에 집착했느냐는 것이다. 이 전 기자는 다섯 차례 이철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에서 유 이사장의 비위 행위를 집요하게 캐물었다. 이 전 기자는 지난 2월13일 한동훈 검사장을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도 “법무부도 그렇고 기자도 생각하는 게 신라젠도 서민 다중 피해도 중요하지만 결국 유시민 꼴 보기 싫으니까”라고 말한다. 처음부터 유 이사장을 타깃으로 정해놓고 사건과 엮기 위해 안간힘을 쓴 정황이 뚜렷하다.

이 전 기자 측은 여권 인사 연루설을 제보자인 지아무개씨가 먼저 흘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전 기자가 지씨를 처음으로 만난 시점은 한동훈 검사장과의 만남(2월13일)과 이철 전 대표에게 첫 편지(2월14일)를 보낸 이후인 2월25일이다.

유 이사장이라는 타깃을 표적 삼아 ‘사건’을 만들기 위해 큰 힘을 빌리려고 했고, 뒷배로 검사장의 힘이 실제 작용했는지 살펴보는 것이 검언유착 의혹 진상규명의 핵심이다. 현재로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전 기자의 구속 수감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 언론사에 오점을 남겼다는 것이다. 그의 취재 방식이 과거 ‘사이비 기자’와 다르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