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300석 중 180석(현재 176석) ‘압승’을 거둔 성과를 스스로 평가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른바 ‘촛불세대’의 구심점, 특히 2040대 젊은 세대의 표심이 민주당 승리를 견인했다는 분석과 더불어 향후 민주당이 젊은 유권자들과 호흡할 수 있는 ‘감수성’을 지녀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이해찬 대표의 민주적 당 운영 역량을 높이 평가하는 의견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제21대 총선 평가 토론회’가 21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진행됐다.

민주당 사무총장이자 21대 총선평가단장인 윤호중 의원은 이날 “우리가 평가단을 구성하고 이런 자리를 만든 이유는 냉철하고 객관적인 평가로 잘한 것은 발전시키고 못한 것은 고치고 더 큰 정당,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당을 만들어가기 위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잘못된 평가는 자칫 오만함을 낳기도 하고 반대로 주저함을 낳기도 한다”며 “그동안 총선 과정을 통해 만들어 온 일, 앞으로 해나갈 일 등을 객관적 눈을 통해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발제를 맡은 정해구 전 성공회대 교수(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는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요인을 크게 △2040세대의 지지 증가 △민주당 계열 정당의 계파 갈등 약화 및 당의 안정화 등 두 가지로 봤다. “아래로부터는 젊은 사람이 투표에 참여하고 위로부터는 당이 안정화되면서 구심점을 가진 것과 더불어 촛불항쟁 계기 등이 결합되면서 전반적으로 총선에서 승리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 전 교수는 “19~21대 총선을 통해 2040세대 선거 참여가 크게 증가했고 그들은 총선 지역구 투표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을 집중적으로 지지했다. 그 결과는 민주당 계열 정당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그런 점에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것은 총선이 거듭될수록 선거에 적극 참여하고 나섰던 2040 세대의 지지에 힘입은 바 크다”며 “이에 더해 민주당 계열 정당 지역구 득표율이 증가할수록 소선거구제 다수대표제가 갖는 의석수 과대 대표 정도가 더욱 커졌음은 물론”이라 밝혔다. 이는 “영남 유권자와 주로 50대 이상 지지에 의존한 미래통합당 계열 정당”이 약화된 것과 대비됐다는 것이다.

▲ 21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제21대 총선 평가 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진=노지민 기자
▲ 21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제21대 총선 평가 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진=노지민 기자

1987년 평화민주당에서 2015년 더불어민주당에 이르기까지 계파 갈등과 이합집산이 끝나고 당이 안정화 상태에 이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정 전 교수는 “2016년 19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호남에서 ‘반문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에 의해 상당수 의석을 상실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후 국정농단으로 인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촛불항쟁, 19대 대선에서의 문재인 후보 승리로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었다”며 “그것은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 나아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대책 속에서 21대 총선 압승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과 관련 정 전 교수는 민주당이 ‘책임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압승을 했기 때문에 지지해준 모든 국민이 민주당만 쳐다보고 있을 것이다. 대충 넘어가는 게 아니고 정책으로서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한 뒤 “지금 2040세대가 지지를 하지 않나. (지지율이) 20대에서 빠지고 50대 좀 올라가는 거 같다. ‘감수성’이 좀 많았으면 좋겠다. 2030 감수성, 203040의 사회경제적 조건의 문제에 섬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조언했다.

성한용 한겨레 기자는 “민주당이 이번에 총선에서 뭘 잘 했나. ‘신의 한수’ 같은 건 없었다. 큰 실수하지 않고 관리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몇 년 동안 이해찬 대표가 이렇게 사과를 많이 하는 걸 별로 본 적이 없다. 이 대표가 자존심이 강해서 사과를 잘 안 하는데 조국 사태 때도 사과하고, 박원순 시장 사건 자체에 대해서 정당 대표로서 정식으로 사과했다. 이게 참 중요하다. 통합당은 반대다”라고 짚었다. “이른바 보수세력으로 칭해지는 언론을 포함한 시민사회 분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증오심이 심해서 믿고 싶은 걸 사실로 받아들이고 이번 총선에서 실제로 뒤집어엎을 수 있다고 착각을 했던 것 같다”고도 했다.

성 기자는 “이해찬 대표는 민주화운동, 재야 정치쪽으로 들어와 여러 역할을 하면서 시대정신이 농축된 분이다. 대통령은 아니지만 민주당이 이 대표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컸던 것 같다”며 “퇴임 이후 공백을 민주당이 어떻게 매울 수 있을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김부겸, 박주민, 이낙연 세 분 중 한분이 대표가 될 텐데 (이 대표) 이후 민주당 리더십이 걱정이라는 시각이 있다는 것만 참고하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통합당이 ‘대안 세력’으로 부상하지 못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당대표 비서실장인 김성환 의원은 “정권심판보다는 야당심판론이 훨씬 강했다. (통합당이) 정기국회를 전후해 지속적으로 국회 보이콧을 하거나 국회선진화법 맞서서 ‘파업’한다거나 공수처 반대한 덕분에 나온 결과로 보인다”면서도 “그래서 당시에 저희 당이 조금 방심하니까 곧바로 ‘정권심판 대 야당심판’ 여론이 팽팽했던 때가 있다. 한 언론사 기고글을 고발한 것도 있었고 야당 통합 등 요소로 인해 팽팽해져서 긴장을 했었다”고 전했다. 차명진 전 의원 막말이나 ‘호떡 공천’, 비례연합정당 설립 등도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돌아봤다.

김 의원은 “과거 저쪽 당 여의도연구소가 총선에 많은 기여를 했다면 이번에는 민주연구원 기여가 상당히 보탬이 됐다. 전략공천위·정책위도 생각보다 고생을 많이 했다. 1대1 인물을 대입해 여러 차례 여론조사를 한 것도 승리요인 아닌가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최고지도부 리더십, 이해찬 대표가 까칠하고 독단할 거 같은 인상인데 실제 당 운영은 최고위원이나 당원 의사 묻는 절차를 매우 촘촘하게 밟아서 당 전횡이나 독단이 거의 없을 정도로 당 운영을 민주적이고 신속하게 하는 과정에 우연이 쌓여 대승을 가져왔다”고 자평한 뒤 “지금부터 우리 당이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라 밝혔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진성준 의원은 “수도권에 있는 많은 후보들이 선거에 임하면서 굉장한 위기감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정부·여당에 대한 지적과 비판이 쏟아지는 듯하면서 저변엔 그래도 국가·국민이 당면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정치세력은 민주당이라는 평가가 있었던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민주당 계열 지지가 커지고 통합당 축소됐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왜 지속적으로 민주당 승리로 나타났느냐는 2016년 말부터 시작된 ‘촛불시민혁명’의 압도적인 시대 규정력이 작동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향후 21대 국회의 과제로 △사회 불평등·격차 근원인 부동산 불평등 해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 등을 꼽았다. 그는 이어 “통합당의 근본적 쇄신과 성찰이 없다면 이런 상황은 바뀌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민주당의 진정성을 어떻게 보여줄 거냐는 저희 과제”라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경우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이번 선거와 같은 결과가 아니었을 거란 생각도 해본다”며 민주당 승리추세가 언제든 ‘우연’처럼 끝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건이나 부동산 정책, 주식 관련 증세 등을 보면 굉장히 민감한 시기에 정무적인 효과 분석 없이 콘트롤타워 없이 추진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대통령 임기말 현상 △남북·북미·한일관계 △야당에 의한 반사이익 감소 등 곳곳에 놓인 암초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