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봉곤씨가 사적 대화를 소설에 무단 인용해 논란을 부른지 11일 만에 문제가 된 소설 단행본을 판매 중지하고 ‘젊은 작가상’도 반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가 된 김씨의 소설은 ‘그런 생활’이다. 자신이 이 소설에 등장하는 ‘C 누나’라고 밝힌 A씨는 지난 10일 자기가 김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이 소설에 인용됐다고 지적했다. 이후 김씨의 다른 소설 ‘여름, 스피드’에 등장하는 ‘영우’라는 인물을 두고도, 또 다른 피해자가 김씨가 자신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동의 없이 소설에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김씨가 소설에 인용한 사적 대화는 가공 되지 않은 채 성적수치심이나 자기혐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씨는 2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부주의한 글쓰기가 가져온 폭력과 피해에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며 “고유의 삶과 아픔을 헤아리지 못한 채 타인을 들여놓은 제 글쓰기의 문제점을 뒤늦게 깨닫고 이를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단행본 여름, 스피드’와 ‘시절의 기분’을 모두 판매 중지하고 ‘그런 생활’에 주어진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을 반납하겠다”며 “앞으로도 이 문제를 직시하며 책임감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 제 소설로 인해 고통을 받은 피해자분들게 사죄드린다. 독자 여러분, 출판 관계자분, 동료 작가분들께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김봉곤의 소설.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김봉곤의 소설.

이번 사건에서 출판사들의 미온적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는 20일 성명을 통해 김씨 책을 펴낸 출판사인 문학동네와 창비의 대응을 비판했다. 

언론노조 출판지부는 “이 사태가 최초로 공론화하고 추가 고발이 이어진 뒤에야 두 출판사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관련 도서를 리콜하며 판매를 중지한다고 공표했다”며 “결코 자발적이고 선제적 대응이 아니라 피해자들과 함께하려는 수많은 연대 행동이 있었기 때문에 이뤄진 조치다.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태도”라고 늦장 대응을 지적했다. 

언론노조 출판지부는 “출판사 문학동네는 피해자의 문제 제기에 ‘당사자끼리 합의되지 않았다’는 변명으로 입장문을 올렸다가 고발과 항의가 거세지자 2차 입장문을 발표하며 어영부영 후속 조치를 내놨다”며 “2차 입장문에도 피해자 요구에 응답하는 내용은 온전히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출판지부는 창비에 대해서도 “창비 관계자가 공개 SNS에 ‘저이(피해자)의 일방 주장일 뿐’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남겨 충격을 더했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출판지부는 “이 사태를 정도 이상으로 키운 책임은 출판사 내부에서 대응 방식을 결정한 결정권자와 지휘 체계에 있다”며 “두 출판사가 앞으로도 담론 형성의 중추적 장으로 자임할 것이라면, 피해자 상황을 적극적으로 보살피고 피해자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는 것이 합리적 조치”라고 밝혔다.

앞서 문학동네는 16일 “피해자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피해자가 보내온 내용증명의 내용과 작가의 소명, 출판사의 조치와 관련 젊은작가상을 함께 수상한 수상작가들, 심사위원들과 자세히 공유하지 않았다는 지적과 초기에 책임감 있는 자세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아프게 반성한다”고 밝혔다. 창비도 21일 “이번에 제기된 문제들을 깊이 토론하고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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