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힙합 가수 ‘드렁큰타이거’의 타이거JK가 히트곡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난 널 원해’ 등을 라이브로 부르면서 화제가 됐다. 해당 영상은 동시접속 1만명을 돌파하면서 SNS를 뜨겁게 달궜다. 라이브 홀 공연이나 TV 음악프로그램에서 랩을 선보인 건 아니었다. 최근 힙합 가수들에게 가장 뜨거운 공연장을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딩고 프리스타일’의 ‘킬링벌스’(Killing Verse)에서였다.

딩고(dingo)는 주식회사 메이크어스(MAKEUS·대표 우상범)의 미디어·콘텐츠 사업부문 브랜드로, 음악·영화·뷰티·스타일·드라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딩고’, ‘딩고 뮤직’, ‘딩고 무비’, ‘딩고 프리스타일’ 등으로 채널이 나뉘어 있고 딩고 프리스타일(Dingo Freestyle·이하 DF)은 힙합 음악과 문화를 다루는 채널이다. 

DF의 주요 콘텐츠 킬링벌스는 힙합 가수들의 대표곡을 메들리 라이브로 제공한다. 미디어오늘은 16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DF 사무실을 찾아 제작진을 만났다. 이날 박동준 딩고 뮤직1팀 팀장을 포함해 9명의 DF 제작진 이야기를 들었다. 기사에서 9명 PD들의 대답은 'DF'로 통일한다.

▲지난 8일 DF 킬링벌스에 출연한 타이거JK.
▲지난 8일 DF 킬링벌스에 출연한 타이거JK. 해당 라이브 영상은 동시접속 1만명을 돌파하며 화제를 만들었다. 

킬링벌스가 인기를 얻은 건 최근의 일은 아니다. 2018년 11월 NO:EL(노엘) 출연을 기점으로 지난해 6월 래퍼 창모 편은 현재 1800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애쉬아일랜드 편은 800만 뷰, 쌈디 편 690만 뷰, MC 스나이퍼 편 550만 뷰, 지코 편 520만 뷰의 기록을 자랑한다. 저스디스(JUSTHIS)의 경우 동시접속이 2만7000여명이었을 정도로 화제성도 컸다. 

킬링벌스를 기획한 DF팀은 당초 미국 공연 라디오방송 NPR의 ‘작은 책상 콘서트’(Tiny Desk Concert)를 참고했다. ‘Tiny Desk Concert’는 작은 책상 앞에서 뮤지션들이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콘셉트다. DF 측은 “처음에 ‘Tiny Desk Concert’ 포맷을 참고해 DF식으로 풀어보려고했고 공연 형식으로 기획했다. 뮤지션이 6~7곡을 완곡하는 ‘Mixtape’(믹스테이프)라는 포맷이었는데, 재생 시간이 길고 한 곡 한 곡 나누어 클립 영상으로 올렸다. 그러나 비슷비슷한 섬네일로 6~7곡이 나가니 효율이 떨어졌다”며 “구독자들도 ‘똑같은 거 또 올라왔네?’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그래서 보완한 것이 현재 메들리 포맷의 킬링벌스”라고 했다. 

▲NPR 뮤직의 콘텐츠 'Tiny Desk Concert'에 출연한 'Rex Orange County'의 모습. 'Tiny Desk Concert'는 작은 책상 앞에서 뮤지션들이 여러 곡을 공연하는 형태의 콘텐츠다. 사진출처=NPR Music.
▲NPR 뮤직의 콘텐츠 'Tiny Desk Concert'에 출연한 'Rex Orange County'의 모습. 'Tiny Desk Concert'는 작은 책상 앞에서 뮤지션들이 여러 곡을 공연하는 형태의 콘텐츠다. 사진출처=NPR Music 홈페이지.

한국 힙합씬은 Mnet의 ‘쇼미더머니’, ‘고등 래퍼’, ‘언프리티 랩스타’와 같은 인기 프로그램 등을 중심으로 정기 이벤트가 생성되고 커뮤니티도 활성화돼 있는 편이다. 꾸준한 소비자가 존재하는 시장이다. DF는 “힙합 장르 팬이 아닌 사람들도 우연히 킬링벌스를 봤을 때 가수들이 자연스럽고 가식 없는 모습으로 라이브를 보여주니 호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장르 팬들의 지속적 지지와 함께 새로운 유입이 꾸준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왜 사람들은 킬링벌스에 열광하는 걸까. DF는 “물론 아티스트 음악이 좋은 게 가장 큰 이유다. 그 외에도 아티스트가 셋리스트(Setlist, 노래 목차)를 어떻게 구성했는지,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주는지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메이크어스' 사무실에서 DF팀 9명의 PD들을 만났다. 사진=정민경 기자.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메이크어스' 사무실에서 DF팀 9명의 PD들을 만났다. 사진=정민경 기자.

DF는 “조회 수가 잘 나오는 영상은 두 가지로 나뉜다. 화려한 퍼포먼스 등 보기에 재밌는 영상인 경우거나 셋리스트 구성을 마치 CD를 재생하는 것처럼 유려하게 구성한 경우다. 이 경우는 계속 반복해서 들을 정도로 청각적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조회 수가 잘 나온 영상들은 계속해서 조회 수가 올라가는데 이는 새로운 사람이 유입되는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한 번 본 사람이 보고 또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브 공연 영상을 과거 CD 듣듯 보고 또 보거나, 영상을 꺼놓고 유튜브 뮤직 어플 등을 통해 오디오 버전으로 계속 재생한다는 것이다. 1800만 조회수를 기록한 래퍼 창모 편은 청각적 매력을 한껏 끌어올리고, 퍼포먼스까지 훌륭했던 콘텐츠였다는 분석이다. 

DF는 “킬링벌스 매력 중 하나가, 중간에 아티스트들이 가사를 틀리거나 할 때 나오는 자연스러운 모습들이다.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며 인간적 매력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1800만 조회수를 기록한 킬링벌스 창모편.
▲1800만 조회수를 기록한 킬링벌스 창모 편.

아쉬운 점도 물었다. DF 제작진들은 “킬링벌스는 래퍼라면 누구나 참여하고 나올 수 있는 포맷인데 때때로 ‘왜 이 아티스트가 나오느냐’라거나 공연 중 ‘다른 사람 데려와라’는 식의 반응이 있을 때가 있다. 공연 중인 아티스트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킬링벌스는 메들리로 부를 만한 노래가 있다면 래퍼 누구든 출연할 수 있는 포맷이다. 이런 취지에 공감하시면서 해당 아티스트 음악을 즐겨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DF는 “모든 영상이 라이브로 진행되는데 후시 녹음을 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후시녹음은 하지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DF는 킬링벌스 콘텐츠처럼 가수의 음악을 홍보할 수 있는 콘텐츠는 물론, 여러 뮤지션 및 레이블과 협업하면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기도 한다. 단순한 콘텐츠 공급자가 아닌 이유다. 2017년 하이어뮤직(H1GHER)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노래 ‘iffy’의 뮤직비디오는 조회 수 3200만뷰를 기록해 DF 콘텐츠 중 최고 조회 수를 자랑했다. 2018년 인디고뮤직, 저스트뮤직과의 협업 ‘FLEX’, 2019년 인디고뮤직의 ‘띵’, 다모임 프로젝트 ‘아마두’ 등도 인기를 끌었다. 

DF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공연 등으로 콘텐츠를 확장할 계획이다. DF는 “현재 힙합 가수 위주로 공연하지만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라이브 공연을 할 수 있게 우리 영역을 확장하고 싶다. 또 해외 아티스트들과도 작업하고 싶다”며 “DF는 모바일 방송국이지만 다양하게, 글로벌하게 다른 길로 갈 수 있다. 더 재밌는 프로젝트를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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