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을 지렛대 삼아 여권 전반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조선일보가 박 전 시장 생전의 행보도 비판했다. 대다수 매체에서 ‘시민운동가 박원순’의 행적에는 긍정평가를 내린 것과 차이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피해자 편에 선 국회의원들의 행보에 주목하는 등 2차 가해 비판하는 취지의 주장을 실었다. 

대법원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경향신문은 정치 쟁점을 사법부로 가져가는 현상을 우려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판단이 여당 눈치보기식 판결이라고 비판하며 ‘민주주의의 위기’까지 언급했다. 동아일보는 수사과정부터 대법 판결까지 시간이 지체된 점을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관련 선거법 개정을 주장했다. 
 
1904년 창간한 대한매일신보를 전신으로 하는 서울신문은 1면에서 창간 116년을 알렸다. 

다음은 17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이재명 기사회생” 
국민일보 “사법 족쇄벗은 이재명…여권 대선구도 변화 예고”
동아일보 “주택공급 확대 野요구 귀기울일 것”
서울신문 “116년의 힘, 더 단단해지겠습니다”
세계일보 “이재명 기사회생 경기지사직 유지”
조선일보 “靑행정관 남편 재직업체에 옵티머스, 4700억 보냈다”
중앙일보 “용산에 2만가구 신도시 정부 주택공급 총력전”
한겨레 “부실 사모펀드 6조원 금융권 전반 ‘지뢰밭’”
한국일보 “벼랑 끝 회생…與 대권구도 ‘이재명發 격랑’”

조선 “성추행 혐의만 빼면 완벽한가”

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는 “박원순 시장은 성추행 혐의만 빼면 완벽할까”란 칼럼에서 “그가 9년간 서울시장을 하면서 어떤 업적과 가치를 남겼는지 별로 기억나는 게 없다”며 서울 강북 옥탑방 체험, 사흘간 대중교통을 무료로 한 것 등을 언급하며 이어 “요금 안내고 출퇴근한 회사원은 잠깐 기분 좋았을 것이고 자가용 운전자들은 교통체증 감소로 그때만 편했다. 이게 세금 150억원을 넣어서 얻은 효과”라고 비판했다.

여권에서 박 전 시장의 시민운동 업적을 칭송한다며 “그가 설립한 ‘아름다운 재단’은 주로 대기업과 재력가들에서 기부금을 받았다”, “‘아름다운 가게’는 집에서 안 쓰는 옷과 가재도구를 기증받아 싸게 되파는 재사용 나눔의 취지를 내세웠지만 실제로 대기업에서 기증받은 재고품이 다수를 차지했다”고 한 뒤 “이게 가능한 것은 ‘시민단체의 위력에 의해 보험을 들어놓는 것’말고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최 기자는 장기표씨 발언을 인용해 “어떻게 죽었느냐를 보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안 됐으나, 공적으로 보면 박원순의 삶은 위선적이고 파렴치했다. 그가 ‘맑은 사람’이었으면 결코 이런 결말이 나올 수 없다”고 평가했다. 

여권 비판도 이어갔다. 한현우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운동권 마초”란 칼럼에서 지난해 배우자를 골프채로 때려 숨지게 한 전 김포시의회 의장 사건을 예로 들며 “마초는 어느 당에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당 마초들은 페미니스트인 척은 하지 않는다. 이 가짜 페미니스트들이 가장 많은 곳은 민주당 내에서도 운동권 그룹인 듯하다”고 주장했다. 

김광일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정신분석학이 필요한 장례식 생떼”란 칼럼에서 “2017년 5월 이후 집권 세력과 그 동조 세력이 내보인 희대의 정치의식은 두고두고 학자의 연구 대상이 될 것이고 정신분석학적 접근도 필요할 것”이라며 “법무장관은 ‘n번방’ 사건과 손정우 사건 때는 성범죄를 뿌리 뽑겠다는 강경 발언을 이어가더니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에는 입다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 17일자 조선일보 1면 사진기사
▲ 17일자 조선일보 1면 사진기사

 

경향·한겨레, 2차 가해 막아야 

반면 김희연 경향신문 소통에디터는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 방지에 비중을 뒀다. “장혜영·류호정에게 침묵을 강요하지 말라”는 칼럼에서 “두 의원의 글엔 애도와 유족에 대한 위로의 마음이 담긴 동시에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대한 우려, 피해자와 연대하겠다는 의지가 쓰여있다”며 “이 글이 언론보도를 통해 ‘조문하지 않을 생각’,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애도할 수 없다’고만 잘라 전해지면서 비난이 커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김 에디터는 “두 의원이 내비친 고민과 문제의식에 ‘여성’, ‘젊은’ 등을 갖다 붙이며 폄하와 비난을 쏟아내고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이들의 현 시대감각에서 나오는 문제의식과 아픔, 분노, 다른 생각에 침묵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낮은 자세로 귀 기울이고 지금의 사회를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수정 프로파일러의 한겨레 칼럼 “언제나 묻는 질문”에선 ‘왜 이제야 신고 했느냐’는 질문과 사실상 ‘너도 좋았던 것 아니냐’는 식으로 이어지는 질문에 대해 비판했다. 성범죄 판단 기준을 피해자의 저항강도로 판단할 게 아니라 동의여부로 판단하자는 주장이다. 그는 “영미법 기준으로 강간 또는 강제추행, 성적괴롭힘 판단기준이 언제나 피해자의 동의 여부였다”며 “분명 피해자도 좋아하는 것인지 아주 구체적이고도 명시적으로 물어봤다면 우리는 굳이 이런 논쟁을 이어나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재명 판결이 남긴 것은? 

대법원은 이재명 지사가 적극적으로 허위를 공표한 게 아니며 선거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넓게 인정하며 법적으로 공개할 의무가 없는 사안을 침묵했다고 해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경향신문은 정치의 사법화 현상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법적 논란 종지부 찍은 이재명 지사, 도정에 전념하라”에서 “대법원이 판결에서 선거 사건 고소·고발은 검찰 등 수사기관의 정치개입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고, 수사의 중립성 논란도 불가피하다고 밝힌 점이 눈에 띈다”며 “‘선거 결과가 최종적으로 검찰과 법원의 사법적 판단에 좌우될 위험이 있으므로 민주주의 이념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대법원의 지적을 정치권은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차제에 정치권은 선거 등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서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17일자 중앙일보 만평
▲ 17일자 중앙일보 만평

 

이번 판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대법원 판결은 선거 출마 후보자들 간 자유로운 토론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후보자들의 악용 소지, 가뜩이나 아니면 말고식 폭로와 비방, 전언·전문 형식의 허위사실 공개가 판치는 마당에 법 규정과 대법원 판결 취지를 교묘히 이용하는 사례가 늘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이재명 무죄 취지 파기환송, 정치권 의식한 판결 아닌가”란 사설에서 “현 정권 들어 대법원은 진보성향 대법관이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대법원이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며 정치적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사법부 비판으로 이어갔다. 세계일보는 “사법 불신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다”며 “대법원은 오로지 법리에 입각한 공정한 재판으로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선거과정의 사건을 최종 판결로 확인하는데 걸린 시간이 지나치게 긴 점을 지적했다. 이 신문은 “다수의견은 ‘토론 과정에서 검증되는 것이 민주적’이라고 했으나 이 지사 발언은 토론 과정에서는 물론 선거 전까지도 검증되지 못했다”며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접수한 이 사건에 대해 10개월이 지나서야 판결을 내렸다”고 했다. 이어 “검찰 기소 후 1심부터 합치면 20개월이 지났다. 선거 재판은 다른 사건을 좀 미뤄두더라도 유죄든 무죄든 신속히 끝내는 것이 정의에 부합한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허위사실 공표죄를 규정한 현행 선거법 250조 1항 개정을 주장했다.

이 신문은 “허위사실 공표라는 행위가 모호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제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며 “따라서 21세기 정치문화와 유권자의 알권리를 고려해 선거법을 대폭 개정할 필요가 있다. 선거법이 모호할수록 검찰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높다”고 주장했다. 

▲ 17일자 서울신문 1면 톱기사
▲ 17일자 서울신문 1면 톱기사

 

한편 서울신문은 1면에서 창간 116년을 알리며 “지난 116년 동안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과 분단, 억압과 자유, 반목과 화해 등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 왔다”며 “코로나19가 우리 사회를 지배한 지 6개월, 세계 경제는 위기로 치닫고 남북은 여전히 냉랭하다. 그러나 극복할 수 있다. 그 강화의 시간을 서울신문이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하며 독자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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