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기사회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두고 정치권 반응이 엇갈렸다. 여권에서는 판결을 환영하고 나선 한편 미래통합당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이 지사에게 “겸허한 자세”를 촉구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이 지사에 대해 ‘허위사실공표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앞선 2심 판결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형(300만원)을 선고 받았던 이 지사는 지사직을 유지하게 됐다.

대법원 판결 직후 민주당 당권주자 중 한명인 김부겸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당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은 참 천만다행한 날이다.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고 ‘선거운동의 자유 및 허위사실의 범위와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해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지사님과 함께 몸을 낮추고 국민 앞에 겸손한 자세로 좋은 정치에 힘쓰겠다. 마음고생 많으셨던 지사님, 오늘만큼은 한 시름 놓고 푹 쉬시라”고 밝혔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이낙연 의원 역시 “이재명 지사님과 경기도민들께 축하드린다. 그동안 이지사님은 여러 부담과 고통을 감당하시며 경기도민을 위해 묵묵히 일해 오셨다. 이 지사께서 이끌어 오신 경기도정에 앞으로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코로나19 국난극복과 한국판 뉴딜 등의 성공을 위해 이지사님과 함께 손잡고 일해 가겠다”고 했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7월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으로 출근하며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와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홈페이지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7월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으로 출근하며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와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홈페이지

뒤이어 허윤정 민주당 대변인은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며 “이 지사는 지역경제, 서민주거안정, 청년 기본소득 강화 등 경기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앞으로도 경기도민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으로 도정을 이끌어주길 기대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지사의 도정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은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나 오늘 판결이 법과 법관의 양심에 근거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인지 여전히 의문”이라 주장했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이 지사가 1년 넘게 재판을 받는 동안 약 1300만 도민과 국민들에게 남은 것은 갈등과 반목, 지리멸렬한 말싸움뿐이었다. 그에 대한 보상과 책임은 누구도, 또 무엇으로도 다 할 수가 없다”며 “더욱 기가 막힌 일은 이제 경기도민들은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검사 사칭, 허위사실 유포 의혹 등의 혐의로 얼룩진 이 지사의 권한 행사를 계속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라 비판했다.

배 대변인은 이 논평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산, 서울에 이어 경기도까지는 ‘수장 공백’ 사태가 오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정의당에선 김종철 선임대변인이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이재명 지사는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이 된 만큼 이제 경기도민을 위한 도정에 더 매진해주기 바란다”고 짤막하게 논평했다.

원내 1석을 보유한 기본소득당의 신지혜 상임대표는 “(대법원은) 다수의견과 소수의견 모두 ‘선거의 공정성’이 중요하다 했으며 그 과정에서 ‘선거토론회’가 유권자의 판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의견으로 밝혔다”며 “소수정당 후보라는 이유로 타 후보가 동의하지 않아 토론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 선거는 공정해야한다 말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다음에 맞이하게 될 선거, 그리고 선거방송토론회에서는 모든 후보가 토론에 초청대상이 될 수 있도록 법이 바뀔 수 있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치적 운명의 갈림길에 섰던 이 지사는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판결 직후 그는 페이스북에 “숨쉬는 것조차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깨달았다. 공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주신 대법원에 감사드린다.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믿음, 정의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셨다”며 “오늘의 결과는 제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라는 여러분의 명령임을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 7월16일 대법원 선고 직후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갈무리.
▲ 7월16일 대법원 선고 직후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갈무리.

대법원, 후보검증 토론회에서의 표현의 자유 폭넓게 인정

이날 대법원 선고는 선거운동 일환인 방송 토론회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 판례를 남겼다. 

앞서 이 지사는 △2012년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2018년 지방선거 후보자 TV토론회에서 ‘친형 강제입원 관여’를 부인한 혐의(허위사실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로 재판을 받았다. 1심은 전부 무죄, 2심은 허위사실공표 혐의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쟁점은 방송토론회 당시 답변하는 과정에 일부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로 볼 수 있느냐는 부분이었다. 대법원은 당시 발언이 “어떤 사실을 적극적이고 일방적으로 널리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한 공표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다수 의견(7인)으로 “피고인이 토론회에서 한 ‘친형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관련 발언’은 상대 후보자 질문이나 의혹 제기에 대해 답변하거나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피고인으로서는 상대 후보자의 질문 취지나 의도를 ‘직권을 남용해 불법으로 강제입원시키려고 한 사실이 있느냐’로 해석한 다음 그런 평가를 부인하는 의미로 답변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대해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반대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로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반대의견을 낸 5인은 “‘공표’의 범위를 제한하는 해석은 자칫 선거의 공정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피고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은 숨기고 유리한 사실만 덧붙여서 전체적으로 보아 ‘형의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는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선거인의 공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전체적으로 보아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 하당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후보자 토론회의 토론과정 중 발언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후보자 토론회가 더욱 활성화되게 하여 중요한 선거운동인 후보자 토론회가 선거현실에서 민주주의 이념에 부합하게 작동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데 이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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