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피해 호소인께서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 말씀을 드리며 민주당 대표로서 다시 한번 통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당차원 진상조사는 어렵다며 서울시 차원의 경위 파악을 주문했다.

이 대표는 이날 박 시장 의혹과 앞선 오거돈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을 두고 “우리 당 광역단체장 두분이 중도 사임했다. 당대표로서 너무 참담하고 국민께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단 말씀을 드린다. 큰 실망을 드리고 행정공백이 발생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전한 이 대표는 “민주당은 피해자 중심주의를 견고하게 지켜왔다. 이 사안도 마찬가지로 피해자 입장에서 진상을 규명하는 게 당연하지만 당으로서 아시다시피 고인 부재로 인해 현실적으로 진상조사가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피해호소인 뜻에 따라 서울시가 사건 경위를 철저하게 밝혀 달라”며 “또한 피해호소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멈추고 당사자 고통을 정쟁과 여론몰이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을 것을 다시 한번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주장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민중의소리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민중의소리

이어 “민주당 당직자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차단하고 기강을 세울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겠다. 당 구성원을 대상으로 성인지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당규를 개정하겠다”며 “다시 한번 국민여러분께 깊은 사과 말씀 드린다”고 했다.

남인순 최고위원도 이날 “올해 부산에 이어 서울에서 민주당 광역자치단체장의 성희롱, 성추행 피해 주장이 제기돼 상심했을 국민과 피해호소인, 여성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들에게 진심으로 속우하고 죄송하다. 젠더폭력특별위원회 태스크포스(TF)위원장으로서 반복된 사건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남 최고위원은 ”무엇보다 피해호소인 느낄 두려움 당혹감에 마음이 아프다”며 “무분별한 신상털기와 확인되지 않은 사실 유포 등 또 다른 가해가 중단되길 거듭 호소한다. 피해호소인 주장은 개인의 호소가 아니라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고발임을 알고 있으며 재발방지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 최고위원 역시 서울시 차원의 독립적인 진상조사 및 재발방지대책 기구 구성을 요구했다. 덧붙여 “피해호소에 대한 묵살이나 은폐가 있었는지 시민인권보호관 등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성평등한 조직문화 저해 요소가 무엇인지 제대로 조사하고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적극 보호 조치를 병행해서 그 직위 유지에 불이익이 없도록 일상과 안전이 회복돼야 한다”고 했다.

국회 차원에서는 △성별에 따른 차별이나 성희롱 금지 및 권리구제법 제정과 입법 사각지대 보완 △각 지자체의 성폭력예방대책 점검 및 추진 촉구 △당의 성인지감수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문화 실재화 및 기강확립 논의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 지방의회 등 성비위 부정비리 긴급 일제점검 기구 검토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송갑석 대변인은 내주 월요일께 재발대책과 관련한 대략적인 방향이 정리될 거라 전했다. 송 대변인은 “전당대회를 준비하며 당헌당규 개정작업을 하고 있으니 당규에 명확히 그런 부분(성인지 교육)을 넣는 방안,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들의 성비위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내부 말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는 없다는 당의 입장도 재확인했다. 송 대변인은 ”어제 오후에 전화로도 당내에 TF를 만드느냐는 질문이 집중됐는데 당에서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실질적으로 없다”며 “당이 진상조사라는 명목으로 한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행위가 적절한지도 주저스럽고 당내에서 진상규명을 하는 건 실질적으로 불가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 피소 당시 당내에서 관련 사실을 인지했었냐는 질문에는 “전혀, 당대표, 원내대표 등 모두를 망라하고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성추행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송 대변인은 “사람들에 따라 피해자라 하는 분도 있고 호소인이라 하는 분도 있는데 특별히 입장이 있어서는 아니고 두 용어가 혼용되고 있다”고 했다. 피해자와 피해호소인이라는 단어에 차이가 없느냐는 질문이 거듭되지 송 대변인은 “그냥 혼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 없다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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