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이해찬 ‘후레자식’ 발언에 수석대변인 사과” 보도에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후레자식’이라고 말한 적이 없기 때문에 오보라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40년 동지였던 이해찬 대표가 빈소를 찾은 현장에서 ‘무례한 질문’을 받았고 이에 대한 반응으로 보면 이해한다는 주장도 거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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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후레자식 같으니라고’라고 한 이해찬 대표 발언의 사실 여부부터 짚어보자. 미디어오늘은 현장에서 직접 발언을 들었던 당사자 언론 매체 입장을 들었다. 현장 녹취록까지 확보해 해당 발언의 진위를 교차해 확인했다. 그리고 후레자식이라는 발언이 맞는다고 결론내렸다.

이해찬 대표가 격한 반응을 보인 것은 부적절한 질문을 던진 기자 때문인데 ‘민주당 대변인이 사과했다’라는 뉴스가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반문도 나왔다. 후레자식이든 나쁜자식이든 이 대표가 거친 언사를 내뱉은 것은 ‘나쁜’ 질문을 한 기자 때문이라는 인식에서 비롯했다.

그럼 과연 이해찬 대표로부터 욕설을 들은 기자는 물어보지 말아야 할 질문을 한 것일까. 해당 기자는 “고인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는데 당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은 없으신가”라고 물었다. 맥락을 따져보면 성추행 고소를 당한 것에 대해 민주당 차원의 입장을 물었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질문은 여러 함의가 담겨 있다. 피해자 고소에 대한 가치 판단, 여러 지자체장의 성추행 의혹이 잇따라 불거진 것에 대한 책임론, 향후 민주당 대책 유무 등이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월10일 오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재진의 “고인에 대한 의혹이 있는데 당차원 대응할 것인가”는 질문에 “그건 예의가 아니다. 그런걸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합니까”며 질타했다. ⓒ 연합뉴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월10일 오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재진의 “고인에 대한 의혹이 있는데 당차원 대응할 것인가”는 질문에 “그건 예의가 아니다. 그런걸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합니까”며 질타했다. ⓒ 연합뉴스

좋은 질문과 나쁜 질문을 가르는 것은 ‘예의’ 문제가 아니라 타당한지 여부가 돼야 한다. 예의에 벗어났다고 언론 및 기자가 욕을 먹을 게 아니라 진짜 나쁜 질문, 즉 타당한 질문이 아니었을 때 비판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저널리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한국 사회를 진전시키는 일이다. 한참 수색 중인 상황에서 사망이라고 보도한 언론은 속보 경쟁이라는 허울 좋은 변명을 반복 중이다. 자살 보도 준칙은 언제나 일이 터진 후 사후약방문이 된다.

2017년 1월 직무정지를 당한 박근혜는 청와대 상춘재로 급히 출입기자를 불러모았다. 기자의 필수 취재 도구인 노트북을 소지하지 못하게 했고, 음성녹음도 금지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항의는 크지 않았다. 당시 질의응답 수준은 국민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했고, 다음날 언론 보도는 세월호 7시간 행적, 최순실과의 관계 등 박근혜의 일방적인 변명으로 가득 채웠다. 과거 권력자 앞에 한없이 작아진 대표적인 예시로써 ‘이런 언론이 현재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는 꼴’이라는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력에 따라 급변한 언론 행태 때문에 실망한 여론을 이해한다. 하지만 언론 혐오 일반화로 되새김질하면서 언제까지 과거에 머물 수 없는 노릇이다. 모든 사회 현상을 언론 혐오 프레임에 가둬버리면 ‘타당한’ 질문조차 하지 못하게 입을 닫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는다. 언론이 잘못한 것을 정확히 따지는 것도 필요하다. 언론은 박원순이라는 공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어느 선까지 유효한지, 성추행 고소 내용에 대한 진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2차 가해는 없는지 등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타당한 질문에 벗어난 언론 보도 행태는 또다시 한국 저널리즘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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