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일부 의원들의 고 박원순 서울시장 ‘조문 거부’와 관련해 심상정 대표가 사과하면서 또 한번의 논란을 불렀다. 심상정 대표는 14일 의원총회에서 “장례기간에 추모의 뜻을 표하는 것과 피해 호소인에 대한 연대의사를 밝히는 일이 서로 대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저와 정의당의 입장이었다”고 말한 뒤 “류호정·장혜영 두 의원은 피해 호소인을 향한 2차 가해가 거세지는 것을 우려해서 피해자에 대한 굳건한 연대의사를 밝히는 쪽에 더 무게중심을 두었던 것이다. 두 의원의 메시지가 유족분들과 시민들의 추모의 감정에 상처를 드렸다면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심 대표는 “사회적인 논란이 큰 만큼 우리 당 내부에 논란도 크다. 정의당이 늘 사회 변화에 앞장서왔던 만큼 당 내부의 격렬한 토론 역시 정의당 성장 과정에서 늘 있었던 일”이라며 “저는 당 대표로서 이번 논란이 당의 변화와 혁신, 그리고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당원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토론해나가겠다. 또 당 내부 토론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변화로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엄중한 책임을 갖고 임하겠다”고 했다.

앞서 류호정·장혜영 의원은 박 시장에 대한 추모·애도 속에 성추행 피해자의 목소리를 지워선 안 된다는 취지로 박 시장 빈소를 조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0일 류 의원이 “존경하는 사람의 위계에 저항하지 못하고 희롱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당신이, 치료와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서야 비로소 고소를 결심할 수 있었던 당신이, 벌써부터 시작된 ‘2차 가해’와 ‘신상털이’에 가슴팍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밝힌 가운데, 장 의원도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 고인이 우리 사회에 남긴 족적이 아무리 크고 의미있는 것이었다 해도 아직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류호정(오른쪽 두번째), 장혜영(오른쪽) 두 의원의 공개적인 조문거부 논란에 대해서 발언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류호정(오른쪽 두번째), 장혜영(오른쪽) 두 의원의 공개적인 조문거부 논란에 대해서 발언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심 대표 발언 이후 ‘심상정 대표가 조문 거부에 대해 사과했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정의당은 수습에 나섰다.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이날 출입기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대화방에 “(심 대표가) 조문거부 자체에 대해 사과한 것이 아닌데도 헤드라인 등이 대부분 그렇게 나가고 있다. 이에 언론인 여러분께서 가능한 바로잡아주시면 감사하겠다.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전했다. 심 대표 발언은 “조문거부 자체에 대해 사과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두 의원의 연대의사 메시지가 유족과 시민들의 추모감정에 상처를 드렸다면 사과드린다는 메시지”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문거부가 추모감정에 상처를 줬다고 전제한 발언이 조문거부 자체를 사과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지적이다. 해당 대화방에서 한 기자도 “단지 두 의원의 피해자 연대 의사가 추모감정에 상처를 줄 수 있느냐”며 “조문거부 메시지가 추모감정에 상처드렸다고 해석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나. 그럼 당연히 조문거부에 대해 사과하는 걸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부 정의당 혁신위원들은 SNS에서 심 대표 발언을 공개 지적했다. 홍명교 위원은 “심상정 의원의 갈팡질팡 메시지로 인해 고소인과 그에 연대하는 시민들께 상처드려 혁신위원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장례기간에 추모의 뜻을 피력하는 것과 피해자에 대한 연대 의사를 밝히는 일이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는 게 저와 정의당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오락가락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심상정 의원의 오늘 메시지는 당 안팎에 불필요한 혼란을 가중시키고, 의도와 무관하게 류호정·장혜영 두 의원의 권위를 손상시키며, 혁신위원회를 허수아비 취급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고소인의 아픔과 고통이 당사자의 절규로 끝나지 않도록 이제 우리 사회와 진보정당이 응답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이효성 혁신위원은 “심상정 대표는 류호정·장혜영 의원과 함께 십자포화 맞는 리더십 보여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위원은 “정의당 류호정 의원과 당 혁신위원장이기도 한 장혜영 의원은 고인의 업적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피해자의 편에 우선적으로 서는 선택을 했다. 이 선택은 27년 전 박원순변호사의 선택과 일치한다”며 “심 대표는 류호정·장혜영 의원의 행보를 박원순 시장 조문객들에게 설명하면서 이해를 구하는 설명자의 역할에 머물면 안 된다. 두 의원의 행보가 응당 정의당이 집중해야 할 길이라고 천명하면서 그들의 행보에 합류하는 행위자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정의당 안팎에서는 박 시장 조문 거부에 반발한 일부 당원들의 탈당과 더불어, 해시태그 ‘#탈당하지_않겠습니다’ ‘#지금은_정의당에_힘을_실어줄_때’ 등을 이용한 탈당 거부 및 입당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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