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전 장군의 친일 이력에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키로 한 보훈처 결정이 타당하다고 보느냐는 미디어오늘의 공개질의를 두고 조선일보 기자가 “엉뚱한 질문”이라고 폄훼했다.

미디어오늘 기자는 13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일정브리핑에서 “백선엽 전 장군이 국권을 강탈한 침략국의 장교였고, 독립운동가와 항일 세력을 토벌했던 이력이 확인돼 2009년도에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법에 따라서 결정이 된 사람인데, 이런 전력을 가진 분의 국립묘지 안장이 타당하느냐”,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3·1절 기념사에서 ‘친일은 반성하고 국민 독립운동은 예우 받아야 한다는 가치를 세우는 것이 정의’라고 했는데, 백선엽 장군의 국립묘지 안장이 과연 정의로 보고 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질문하신 내용과 관련해서는 오늘 국방부와 보훈처가 국민들께 드릴 말씀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와대가 더 추가해서 드릴 말씀은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14일자 5면 기사 ‘靑은 사흘째 침묵… “조화 보냈고 비서실장 등이 조문 갔다”’에서 “청와대의 이날 브리핑에는 오히려 백 장군 문제와 관련해 ‘침략국 장교였고, 친일반민족행위자 전력을 가진 인사의 국립묘지 안장이 타당한가’라는 엉뚱한 질문이 나왔다”고 비난했다. 청와대가 답변을 피한 것을 두고 조선일보는 “청와대의 이런 회피와 침묵은 백 장군이 친일을 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용인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면서 백선엽의 친일을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라고 근거없이 왜곡했다.

조선일보는 또 “핵심 지지층에선 백 장군이 '친일'을 했다며 대전 현충원 안장에도 반대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조문을 통해 논란을 정리하기보다는, 지지층 눈치를 보며 논란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고 썼다.

▲조문객들이 지난 12일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선엽 장군의 빈소에서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문객들이 지난 12일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선엽 장군의 빈소에서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일인사 백선엽의 국립묘지 안장이 타당한가라는 질문이 엉뚱하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왜 엉뚱한지에 대한 근거가 없다. 친일이 진위여부와 관련, 친일반민족행위자진상규명위원회가 2009년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그는 침략국 일본의 괴뢰국인 만주국의 봉천군관학교 복무, 자무스 신병교육대 소대장 복무, 간도특설대원 복무 등을 근거로 친일반민족행위자 관련 특별법에 따라 친일인사로 결정했다. 그런 친일인사가 사망하자마자 독립유공자와 독립운동가들과 함께 국립묘지에 묻힌다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의문은 법적으로 가능하느냐 여부를 떠나 지극히 상식적이다. 이런 논거가 엉뚱하다는 주장은 부당하다.

기사를 쓴 정우상 조선일보 기자가 이 질의나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반대취지의 질문을 그 자리에서 하면됐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고, 조선일보 기자를 포함해 그런 질문을 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고도 이 질문이 ‘엉뚱하다’고 쓰고 싶다면 질문한 미디어오늘 기자에게 반대 견해를 구하고 기사에도 함께 반영했어야 한다. 그러나 정 기자는 그런 사전 반론취재도 하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은 기사를 통해 해당 질문을 미디어오늘 기자가 했다고 밝혀두었다)

무엇보다 기자의 질문을 엉뚱하다고 폄훼하는 것은 상식밖이다. 기자가 국민의 알 권리를 대변한다고 함은 일반인들이 하기 힘든 불편한 질문을 대신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취재원이나 누군가에게 불편하거나 듣기 싫거나 분위기에 벗어나는 질문을 한다고 엉뚱한 질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취재원 입맛에 맞고 분위기 맞춰주는 질문이나 하는 것이 기자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백 전 장군이 친일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라고 쓴 조선일보의 주장 역시 실존하는 사료와 역사적 평가를 근거없이 부정하는 행위다. 조선일보가 이렇게 백선엽의 친일에 대한 비판을 뒤집고 미디어오늘의 질문에조차 시비를 거는 이유가 조선일보의 사주와 일제강점기간 동안의 지면을 통한 친일 행적 탓과 무관치 않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미디어오늘은 기사를 쓴 정우상 기자와 조선일보 담당 데스크에게 14일 오전부터 ‘엉뚱하다’는 표현에 대한 유감표명과 위와 같은 취지의 7가지 항목의 질의사항를 휴대폰과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으로 여러차례 전달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전화통화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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