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가 박원순 시장 사망을 둘러싼 언론 보도를 비판했다. 언론노조 성평등위는 이번 사건에서 언론이 사망 관련 오보를 남발했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재확산했으며 ‘추모’와 ‘진실규명’을 이분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성평등위는 “박원순 시장은 과거 ‘서울대 신 교수 성희롱 사건’ 등 주요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편에 섰고, 서울시정에서도 성평등 정책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페미니스트임을 자처하던 그였기에 이번 일은 더욱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성평등위는 이번 사건 보도에서 언론이 제 역할 다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박 시장의 실종 소식 이후 사망이 확인되기 전까지 수백 건의 속보와 오보, 온라인 커뮤니티나 개인 SNS를 무분별하게 인용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재확산하기도 했다”며 “사건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발언들을 인용 부호만 달아 보도하는 ‘따옴표 저널리즘’은 추모와 진실을 이분법적 시각으로 해석하게 하는 데 한몫을 했다”고 지적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 ⓒ 연합뉴스

성평등위는 “이 같은 보도의 남발은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의 건전한 여론 형성’에 기여해야 하는 언론의 책무를 방기하는 일”이라며 “언론은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고 더 나은 세상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길을 찾고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짚었다. 

언론노조 성평등위는 언론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호소한 피해자 말을 대변해야 하는 이유도 짚었다. 이들은 “언론의 또 다른 책무 중 하나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적극적으로 그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이라며 “‘고인에 대한 예의’를 명분으로 피해자 호소를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또 다른 약자들을 침묵과 고통 속에 몰아넣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언론노조 성평등위는 “피해자 용기가 헛되지 않도록 그가 꿈꾸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연대하겠다”며 “이것이 인권변호사로 살아왔던 고 박원순 시장을 진정으로 애도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한편 언론노조 성평등위는 이번 사건에 대한 서울시 차원의 철저한 조사와 문책도 촉구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2항은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재발 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성평등위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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