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측이 13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자가 자신의 소송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를 통해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A씨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공정한 법의 보호 받고 싶었다”고 호소했다. 피해자가 서울시에 이 같은 피해 사실을 호소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단순 실수로 받아들여라’ ‘비서의 업무는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이자 노동이다’ 등의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14일자 한겨레 3면.
▲14일자 한겨레 3면.

14일 아침신문은 일제히 피해자가 주장하는 내용의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고소 내용이 박 시장 측에 유출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래통합당은 13일 “수사기밀이 위로 보고 됐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미래통합당의 주장처럼 경찰이 피해자 측의 고소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청와대를 겨냥하는 기사를 내놨다. 조선일보와 미래통합당은 경찰의 수사상황 청와대 보고 여부를 쟁점화하고 싶어 하는 듯 보인다. 조선일보는 이번 사건을 경찰과 서울시, 정권 행태의 범죄나 다름없다고 규정했다.

▲14일자 조선일보 4면.
▲14일자 조선일보 4면.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 세계일보, 국민일보 등은 고인이 고향에 돌아가 한 줌의 재가 됐다는 소식을 전하고 애도하면서도 “이제는 진상규명의 시간이 왔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1면에 “추모의 시간 가고 진실의 시간 오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서울시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14일자 조선일보 3면.
▲14일자 조선일보 3면.

‘진상규명’에 방점 둔 신문들

“진상규명의 시간 맞은 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한겨레) “박원순 시장이 우리 사회에 던진 숙제”(경향신문) “박원순 성추행 의혹 진상 밝혀야 한다”(국민일보) “박 시장 사건, 피해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한국일보) “박 시장 영결식 엄수…이젠 남은 의혹 진상 밝힐 때다”(세계일보)

14일자 사설 제목들이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법 규정에 따라 ‘공소권 없음’ 처리를 해야 하는 사건이어서 경찰이 별도의 입장을 밝히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면서도 진상규명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대안을 내놨다.

한겨레는 “그러나 실체적 진실을 최대한 확인할 방법은 찾을 수 있다. 피해 호소인 쪽의 제안대로 서울시가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히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동료 공무원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거나 부서 변동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하니 객관적 사실 확인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겨레는 “정부나 국회가 적절한 방식의 진상 조사에 나설 수도 있다. 직권조사 권한이 있는 국가 인권위원회가 그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객관성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조사 주체를 선정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조언했다.

▲14일자 한겨레 사설.
▲14일자 한겨레 사설.

경향신문은 “첫걸음은 진실을 규명하는 일이다. 애도에 수반되는 성찰과 비판은 진상을 파악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잠재적 피해자들의 고통을 감안하면 진상규명을 서둘러야 한다”고 썼다. 국민일보도 “박 시장의 사망으로 사법적으로는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내려지겠지만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서울신문은 “일이 이 지경이 된 데에는 성추행 피해 호소에 대한 서울시의 안일한 대응에도 큰 책임이 있다. 고소인이 서울시에 피해를 호소했는데 ‘박시장이 그럴 분이 아니다’라고 묵살하고, 감내하라는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한 뒤 “서울시는 자체 감사 등으로 관련자들을 엄하게 징계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신문은 민주당도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피해자는 거대한 권력에 맞설 용기가 없어 법정에서 진실을 가릴 생각이었다고 한다. 민주당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성추행·성폭행과 관련된 소속 광역단체장이 3명째다. 이해찬 대표가 어제 공식 사과했지만 특단의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14일자 서울신문 사설.
▲14일자 서울신문 사설.

조선일보, 진상규명 이야기하면서도 정권 비난 일색

조선일보는 “朴(박) 시장 관련 서울시, 경찰, 정권 행태 범죄와 다름없다”라는 사설에서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보면 피해자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여성 인권 수호자를 자처한 유력 정치인의 두 얼굴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14일자 조선일보 사설.
▲14일자 조선일보 사설.

이어 조선일보는 서울특별시장을 강행한 점, 고소 사실 유출된 점, 극성 여권 지지자들이 피해자 측에 대해 신상털기 한 점, 이해찬 민주당 대표 기자에게 욕설 발언한 점 등 이제까지 있었던 모든 사건을 사설에 나열하고 정권 행태 범죄라고 규정하는 듯한 사설을 썼다.

끝으로 조선일보는 “진상을 밝히는 일은 별개”라면서 “입만 열면 정의를 외치는 세력이 권력을 독차지한 세상에서 이런 절규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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