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P(복수 방송채널사용사업자) CJ ENM과 MSO(복수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딜라이브 간의 프로그램 사용료(수신료) 갈등이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수년 전 지상파가 SO와의 재송신료 분쟁으로 블랙아웃을 예고한 적은 있지만 PP사업자의 블랙아웃 예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중재에 나서며 일단 출구는 마련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최종 합의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CJ ENM은 최근 5년간 프로그램 사용료가 동결이었다며 20% 인상안을 요구하고 있다. 인상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오는 17일 CJ ENM 계열 13개 채널의 송출을 중단하는 ‘블랙아웃’을 예고해 업계 파장을 낳았다. 이에 딜라이브가 CJ ENM의 방침을 외부에 공개하며 갈등은 증폭됐다. 블랙아웃이 이뤄지면 딜라이브 케이블TV 가입자는 tvN와 Mnet 등 CJ ENM 채널에서 까만 화면만 봐야 한다. 

수도권 유력 MSO사업자인 딜라이브에서 블랙아웃이 되면 이용자 피해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딜라이브는 서울에서도 강남구, 송파구, 구로구, 금천구, 노원구, 마포구, 서대문구, 중구 등에서 권역을 갖고 있다. 

앞서 전국개별SO발전연합회는 지난 6일 “방송 수신료 매출과 가입자가 모두 역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콘텐츠 사업자의 일방적인 요구가 개별SO를 또 다른 위기로 몰아넣지는 않을까 두렵다”며 CJ ENM를 비판했다. 이들은 최근 5년간 개별SO의 수신료 매출과 가입자 모두 감소했지만 SO는 수신료를 삭감하지 않았으며 CJ ENM은 IPTV로부터 추가적인 수신료를 받아 결과적으로 CJ ENM의 총 수신료 수익은 성장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CJ ENM은 계약 주체가 다른데 IPTV 수신료를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매년 인상을 요구해왔으나 인상이 이뤄지지 않았고 그 기간 동안 지상파와 종편은 인상해 역차별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딜라이브와 CJ ENM 로고.
▲딜라이브와 CJ ENM 로고.

 

이런 가운데 13일 과기정통부가 마련한 중재 자리에서 CJ ENM와 딜라이브가 당장 파국을 피하기 위한 세가지 사항의 합의안을 마련해 주목된다. 

양사는 △딜라이브와 CJ ENM은 2020년도 CJ ENM에 대한 기본채널 프로그램사용료 수준에 대해 2020년 8월 31일까지 신의성실에 입각해서 원만히 합의할 수 있도록 협상 한다 △2020년 8월 31일까지 양 사 간에 기본채널 프로그램사용료 수준에 대해 서면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양사는 과기정통부의 중재안에 따른다 △양사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방송채널을 계속 송출하며, 정부의 중재에 성실히 임한다는 데 합의했다.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나선 만큼 블랙아웃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하면서도 “양쪽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번 분쟁과 관련, CJ ENM은 ‘매물’로 나온 딜라이브가 IPTV에 인수되기 전 프로그램 사용료를 인상해야 하는 입장이고, 딜라이브는 이번에 불리한 계약을 맺을 경우 향후 인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갈등이 격화됐다는 해석도 있다. 한편 SO와 PP는 해마다 프로그램 사용료 및 채널 편성 계약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 ‘깜깜이’로 이뤄지면서 정부가 나서서 가이드라인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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