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있어 당 차원 계획을 물은 기자에게 “후레자식”이라 발언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한국기자협회가 13일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박 시장 빈소를 조문한 뒤 ‘고인에 대한 (성추행) 의혹과 관련 당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이 있느냐’고 질문한 기자에게 “그건 예의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후 해당 기자를 쏘아보며 “후레자식”이라 표현해 논란을 불렀다.

기자협회는 성명에서 “이해찬 대표와 고 박원순 시장은 40년 지기로 우정을 쌓아 왔다고 한다. 그만큼 이해찬 대표의 슬픔이 클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집권당을 대표하는 공인”이라며 “기자의 질문에 사적 감정을 개입시켜 과격한 언행으로 대응하는 것은 분명 적절치 못한 처사였다”고 지적했다.

기자협회는 “공인에 대한 언행은 국민의 관심사다. 그리고 기자는 국민의 알권리와 사회 정의를 위해 취재하고 보도한다. 이번 취재 장소가 질문 내용에는 다소 부적절한 곳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자가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서까지 질문하는 이유는 진영이나 이념의 논리가 아닌 진실을 보도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해찬 대표 또한 공인으로서 고인에 대한 명예회복 차원에서라도 당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사실 그대로 밝히면 될 일이었다”며 “그럼에도 저속한 비어를 사용하면서 취재 기자에게 모욕을 준 것은 기자들에 대한 명예를 훼손한 것이자 또 다른 비하 발언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앞서 이 대표 발언과 관련해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해당 기자가 소속된 언론사 측에 전화를 걸어 사과한 바 있다. 그러나 기자협회는 “당 대표의 잘못에 수석대변인이 사과를 한 것은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며 “우리는 이해찬 대표의 진심어린 사과와 결자해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에서도 이 대표 사과 여부에 대한 기자들 질문이 나왔다. 민주당 고위전략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강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의 직접적인 사과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 논의는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강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비공개 회의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의 아픔에 위로를 표한다.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사과드린다. 당은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박 시장 추모 과정에서의 ‘2차 피해’ 논란에 대해 강 수석대변인은 “이후 이것과 관련한 더 많은 얘기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 차원의 진상조사 요구에는 “다음주에 (피해자가) 추가 입장을 낸다는데 거기까지 보고 이야기를 더 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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