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을 두고 미래통합당이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는데 여당이 이를 방치한 채 고인의 업적만 강조하자 보수진영에선 이 사건을 계기로 여당을 공격하는 모양새다. 조선일보 역시 진상규명과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를 걱정하며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를 지적했다. 

박 전 시장 시신이 발견된 지난 10일 오전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삼가 깊은 위로 말씀을 드린다”며 “이르면 오늘 또는 내일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조문이 있을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조문을 취소하고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을 규명하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정리했다. 박 전 시장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당이나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을 부인하거나 침묵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적지 않자 강경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 7월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에서 유가족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7월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에서 유가족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김 위원장은 13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영결식이 끝나면 피해자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당 차원에서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박 시장의 장례와 관련해 우려스러운 점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움직임이 있는 것”이라며 “힘없는 피해자의 고뇌와 아픔을 국민이 함께 보듬어주고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보좌진을 하던 사람이 피해자라는 가짜뉴스가 돌아다닌다”며 “이런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하태경 의원 등이 활동하는 요즘것들연구소는 “윤지오 사건 때는 팩트 검증도 소홀히 한 채 큰 목소리를 내며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던 여성가족부가 이번에는 피해자에 대한 심각한 2차 가해가 진행 중임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지난 10일, 국회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방지를 조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이 없다. 진실규명은커녕 피해자 보호조차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여가부가 친문여성은 보호하고 비문여성은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여가부가 진상규명과 2차피해 방지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전날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당 차원의 대응방안을 묻는 기자에게 한 ‘XX자식’ 발언, 허윤정 민주당 대변인의 “전혀 다른 얘기도 나온다”는 발언, 서울특별시장 5일장 등을 언급하며 “피해자를 단 한번이라도 생각했다면 할 수 없는 일들”이라며 “고인을 잃은 충격, 이해한다. 민주당은 그러나 무엇이 진정으로 고인을 위한 길인지 다시 생각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도 이 사건을 비중있게 다루며 피해자 2차가해 등을 우려했다. 이 신문은 13일 1면기사 “피해자 2차 가해와 망자 조롱 최소한의 품격도 무너진 사회”에서 “친여 진영에서는 피해 신고 여성을 향해 ‘여성이 벼슬이냐’고 꾸짖고, 반대쪽에선 박 시장 분향소 앞에서 고인을 동물에 빗대며 바나나 퍼포먼스를 벌였다”며 피해자와 박 전 시장을 조롱하는 목소리를 모두 비판했다.

▲ 13일자 조선일보 3면
▲ 13일자 조선일보 3면

 

3면 “‘성인지 감수성’ ‘피해자 중심’은 어디갔나…진보·여권의 두 얼굴”에선 성추행 사건에 침묵하는 여당 여성운동계 출신 의원들을 언급하며 여권의 이중적 행태를 지적했다. 남인순·정춘숙·백혜련 의원,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등이 성추행 의혹에 대해 침묵했다고 보도하며 “여권은 그동안 보수 진영에서 성추문 사건이 벌어졌을 땐 매섭게 질책했고 2018년 미투 운동이 촉발됐을 때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치며 지지입장을 밝혔다”며 “그러나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당 소속 인사들 의혹이 불거졌을 때는 침묵했다”고 비판했다. 

김홍수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만물상 칼럼 ‘2차 가해’에서 안희정 사건, 박 전 시장이 90년대 서울대 신교수 성희롱 사건 고소장에 “아이들이 장난 삼아 던진 돌멩이로 개구리를 맞힌다. 아이들은 장난이지만 개구리는 치명적 피해를 입는다”고 쓴 내용 등을 나열하며 “일부 지지자가 피해여성에 대한 막말과 가짜 사진 퍼나르기 같은 2차 폭력을 휘두른다”며 “당장 2차 가해의 ‘굿판’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이해찬 대표의 ‘XX자식’ 발언에 대해 “민주당은 사건 경위를 호도하고 언론에 갑질을 하기 전에 국민 앞에 반성과 사죄부터 해야 한다”며 “지금 이 대표와 여권은 그 정반대의 오만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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