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펀드 사기 및 해외도피 의혹을 받고 있는 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순방 동포행사장에 등장했다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보도 등에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중앙일보는 10일자 6면 머리기사 ‘이혁진, 대통령 순방 따라가 해외도피 의혹 이씨 “개인일정”’에서 이혁진 전 대표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최근 불거진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3월 베트남을 방문할 때 동행했다는 의혹에 “사실이 아니다. 개인 일정으로 참여했다”고 부인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정치권 안팎에서는 당시 검찰 수사 대상이던 이 전 대표가 문 대통령의 해외 국빈 방문 일정을 이용해 해외로 도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미래통합당 성일종 의원이 이날 “이 전 대표가 문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 때 공식 수행원으로 포함돼 있던 것으로 추측된다”며 “그가 베트남에서 다시 국내로 입국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실이 이 사람을 도피시켰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의혹을 제기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지난 9일자 8면 머리기사 ‘옵티머스 이혁진 도주 직전… 文대통령 순방 행사장 등장’에서 이 전 대표가 22일 저녁 하노이 매리엇 호텔에서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과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당시 문 대통령은 하노이 매리엇 호텔에서 동포간담회를 가졌고 박 감독은 문 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며 “두 사진에서 박 감독의 옷차림은 동일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특히 “당시 행사는 정부가 선정한 현지 교민 및 청와대·정부 관계자들 이외엔 참석 대상이 아니었고, 대한상의가 발표했던 경제사절단 명단에도 이 전 대표의 이름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 신문은 업계 관계자가 “이 전 회장은 2018년 3월 이후 국내에 있었던 흔적이 없다”며 “여러 건의 혐의로 고발된 이 전 대표가 유유히 출국해 대통령 순방 행사까지 참석한 배경으로 여권 핵심 인사가 거론돼 왔다”고 했다고 썼다. 문 대통령 순방 행사에 참석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옮긴 것이다.

▲성일종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9일 박항서 감독과 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와 찍은 사진(왼쪽 아래)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성일종 블로그 유튜브 영상 갈무리
▲성일종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9일 박항서 감독과 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와 찍은 사진(왼쪽 아래)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성일종 블로그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에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10일 오후 서면브리핑을 내어 “옵티머스 전 대표와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연결하는 보도가 있었다”며 “2018년 3월 베트남 순방 때 동포간담회에 참석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 부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동 행사 초청 대상에 포함된 적이 없었다”며 “또한 당시 순방의 공식수행원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윤 부대변인은 “일각에서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는 내용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일부 언론이 이를 여과 없이 보도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윤 부대변인은 이후 미디어오늘과 SNS메신저를 통해 “대통령 행사에 참석하려면 초청을 받아야 하는데 초청대상자가 아니었다”며 “행사종료 후 대통령 이석 이후에는 행사장 안 출입통제가 해제되기 때문에 그때 행사장에 왔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부대변인은 “따라서 동포행사 참석이라고 표현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성일종 의원이 공개하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서 보도된 박항서 감독과 이 전 대표가 함께 찍은 사진이 행사 참석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냐’는 질의에 “(그곳에서 사진을 찍었는지, 그 호텔에) 왔는지 여부를 우리가 알 바 없고 그가 초청됐는지가 중요하다”며 “대통령이 머무는 행사에는 초청없이 진입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기사를 쓴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기자 등은 연락을 취했으나 답을 얻지 못했다. 채혜선 중앙일보 기자와 이민석 조선일보 기자는 10일 오후 여러차례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 SNS메신저를 통해 청와대 입장에 대한 견해를 구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거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

조중식 조선일보 사회부장은 "청와대에서 나온 입장 자체가 저희 기사를 대상으로 하는지 불분명하다"며 "기사 속의 사실관계를 전제로 한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 부장은 "기사 속의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낸 입장이 아니라 그것에 대해 답변하기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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