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당 차원 대응을 물은 기자에게 “예의 없다” “후레자식”이라 발언해 논란이 된 가운데, 강훈식 수석대변인이 해당 언론사 측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제가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으니 ‘송구하다, 해당 기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해 달라’고 말씀 드렸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이날 오후 해당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면구하다, 송구하다며 거듭 사과 뜻을 밝혔다고 알려졌다.

문제의 발언은 이해찬 대표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들 질문에 응하던 중 나왔다. 고인 빈소에서 나와 심경을 밝히던 이 대표는 “고인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는데 당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은 없으신가”라는 뉴시스 기자의 질문에 “그건 예의가 아니다”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후 다른 질문이 이어졌으나 이 대표는 해당 질문을 한 기자를 노려보며 “그런 걸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하나. 최소한 가릴 게 있다”며 “후레자식 같으니라고”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후레자식은 “배운 데 없이 제풀로 막되게 자라 교양이나 버릇이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뜻한다. ‘홀(어머니)의 자식’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지며 ‘아비 없는 후레자식’과 같이 사용돼 부모가 없거나 한부모에서 자란 이들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월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월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해당 발언은 기사와 영상을 통해 전해지며 논란을 불렀다. 뉴스1은 “박 시장이 안(희정) 전 지사와 달리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해 아직 장례식이 진행되는 중이고 성추행 고소도 사망과 동시에 ‘공소권 없음’으로 종료됐다는 점에서 차이는 있다. 그럼에도 박 시장의 의혹에 대해 민주당이 침묵보다는 공당으로서 이성적인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머니투데이는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안타까운 죽음과 별개로 성추행 의혹은 해소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이 대표는 올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곤혹을 치르는 등 여러차례 막말 논란에 휘말려 왔다. 2018년에는 베트남 여성에 대한 ‘이주여성 폄훼 발언’, ‘경력단절여성 비하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됐다”고 꼬집었다.

당시 현장에 동석하지 않았던 강 대변인은 뉴시스 측으로부터 전후관계를 전해들은 뒤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오늘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 끝나고 백브리핑할 때 첫 질문이 그거(당 차원 대응)여서 사자에 대한 명예 부분이 있으니 오늘 그런 이야기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오늘은 고인을 추도하는 데 집중해 달라고 요청드렸다. 회의에서 당대표와 원내대표만이 그 말씀(고인 애도)을 하신 것도 그런 취지로 이해해 달라고 말씀드렸는데 현장에서 질문한 분은 그 이야기를 못 들은 야당 출입기자였더라”며 “어쨌든 대표가 그렇게 이야기하셨고 언론사 측에서 전화로 앞뒤 사정을 말씀 주셨다”고 설명했다.

뉴시스 측은 “당시 자리에서 못할 질문을 한 건 아니지만 질문에도 때와 장소가 있고 흐름이 있는데 이해찬 대표 입장에선 오랜 동료가 죽어서 애통한 심정을 토로한 직후에 바로 성추행에 대한 질문이 나오니까 감정이 격앙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도를 갖고 고인을 모욕하거나 공격하기 위한 질문은 아닌데 어제부터 여러 상황에 비춰 유족 측이나 당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언론 자유나 권리 차원에서의 항의 차원이라기보다는 양자 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현장에) 취재진이 여럿 있었으니 언론에 누적된 감정이 그 질문을 계기로 촉발된 거 같은데 추모일색으로 흘러가는 건 문제가 아니냐고 기사를 썼으니 참고하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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