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 사인을 좀더 조사하셔야 되겠지만 목을 맨 건가요, 떨어진 건가요?
B : 성곽 높이는 어떻게 되나요?
C : 발견 당시 상태를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D : 외모가 심하게 손상됐나요? 아니 그걸 분명히 이야기해주세요. 외모로 확인할 수 있습니까?
E : 자살 흔적이 있었나요?
F : 타살 가능성은 없나요?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가 고인이 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신을 발견됐다는 소식을 기자들과 일부 유튜버에게 브리핑하면서 나온 질문들이다.

최익수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은 10일 오전 2시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에서 브리핑을 열었다. 당시 기자들은 이날 오전 0시1분에 발견된 박 전 시장 관련 질문을 쏟아냈는데 주로 숨진 방법, 발견 당시 외모 훼손, 타살 가능성 등을 질문했다.

▲ 최익수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이 7월1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와룡공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최익수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이 7월1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와룡공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익수 형사과장은 “고인과 유족 명예를 고려해 확인해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답했으나 자살보도 준칙을 위반한 질문은 계속됐다. 

한국기자협회와 보건복지부 등이 제정한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보면 “범죄 사건을 다루듯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 “고인 인격을 침해하거나 비밀을 노출하는 보도는 유가족의 법적 권익을 해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에 민주언론시민연합(대표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은 10일 “‘박원순 시장 사망 사건’ 언론은 취재·보도에서 기본을 지켜라”는 제목으로 논평을 발표했다.

민언련은 “언론의 무분별한 사망 의혹 보도는 확인된 사실을 근거로 기사를 써야 하는 ‘사실보도 원칙’에 위배되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유통돼 국민에게 혼란을 주기 때문에 위험하다”며 “고인을 대상으로 한 성추행 고소 건이 있는 이번 사건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특히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 모방·추종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더욱 신중해야 한다. 전국 생중계된 현장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던진 몰상식한 ‘나쁜’ 질문은 ‘자살보도 권고기준’이 금지하는 내용이자 어떤 공익적 목적도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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