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제 MBC 사장이 사원들에게 공적재원 지원과 광고결합 판매제도 개선 의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수익 창출을 위해 밖으로는 IPTV 맞춤형 광고를, 안으로는 사내 벤처 제도와 인센티브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원들을 대상으로 MBC 미래 비전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다.

박 사장은 10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골든마이크홀에서 ‘MBC의 미래를 말하다, 사원과의 대화’ 자리를 열고 MBC 미래 장기 전략에 구상을 제시했다. 박 사장은 이 자리에서 크게 △지속가능한 공영방송을 위한 제도 개선 △콘텐츠 경쟁력 강화 △미래 위한 투자 △위 세 가지 목표를 위한 조직문화 개선 등 4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추진 방안을 밝혔다.

박 사장은 이날 지난 8일 성과형 임금 도입·인건비 축소를 골자로 한 임금개편 노사 합의를 언급하며 운을 뗐다. 박 사장은 “먼저 지난 임금체계 개편 노사합의에 고통분담안에 합의해준 사원들의 성숙한 결정에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 느낀다”며 “적자를 절반에 가까운 500억원대로 줄여보려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저도 허리띠만 졸라맨다고 MBC에 미래가 생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사장은 먼저 공적재원 지원과 광고판매 제도 개선을 최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영방송) 제도 개선이 블록버스터 드라마 몇 개 만드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1994년 KBS가 수신료를 전기요금에 합산토록 한 것을 ‘새판짜기’ 사례로 언급한 뒤 “일부 언론은 박 사장이 수신료를 나눠달라고 했다고 썼지만 그렇게 단순한 메시지가 아니다. 구조 위기에 처한 공영방송을 어떻게 지원할지 고민할 때”라고 했다. 광고 결합판매도 언급했다. 그는 “민간재원도 역차별이 많다”며 “MBC는 광고결합 판매 회사가 23곳으로 가장 많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제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인 대통령 직속 미디어혁신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박 사장은 “이 문제는 저 혼자 혹은 MBC만으로는 안 된다”며 “수조원 이익을 가져가며 고용 창출하지 않는 넷플릭스와 구글 등 글로벌 자본이 콘텐츠 사업을 독식하는데, 여기서 제대로 제도를 만들어 (국내 콘텐츠 사업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MBC가 IPTV 사업으로 쌓인 시청자 시청패턴 데이터를 분석하는 맞춤형 광고 기술 개발에 나섰다며 코바코의 광고영업대행 제도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역MBC 상생 방안에 대해서는 “대주주로서 역할을 방기하지 않겠다”라며 “조만간 지역MBC 사장이 아닌 구성원 대표와 상생 방안 논의 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박성제 MBC 사장은 10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골든마이크홀에서 ‘MBC의 미래를 말하다, 사원과의 대화’ 자리를 열고 MBC 미래 장기 전략에 구상을 제시했다. 유튜브 갈무리
▲박성제 MBC 사장은 10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골든마이크홀에서 ‘MBC의 미래를 말하다, 사원과의 대화’ 자리를 열고 MBC 미래 장기 전략에 구상을 제시했다. 유튜브 갈무리

박 사장은 콘텐츠 경쟁력 강화와 미래 투자를 주제로는 △개방 △연결 △확장이란 3가지 키워드를 내놨다. 그는 이를 “MBC 자산을 열고 최고의 파트너를 만나 새 파이를 키워내고 공유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최근 카카오M과 조인트 벤처회사를 만들기로 한 점을 거론하며 MBC의 강력한 IP(지적재산)와 카카오M의 강력한 플랫폼, 배우, 제작사, 음원 유통이란 강점을 결합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드라마 기획 역량 강화 방안으로는 “스타 연출가를 의존하지 않고 기획을 중심으로 하는 시스템을 내부에서 먼저 만들겠다”고 했다.

박 사장은 하반기 유망한 스타트업에 전략 투자하는 ‘사내벤처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구성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거나 수익을 창출할 경우 파격적 보상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MBC가 보유한 부동산을 활용해 최근 킹덤 촬영지로 활용된 경기 용인의 대장금 파크를 ‘좀비‧호러’ 콘셉트의 글로벌 관광명소로 개발하겠다고 했다.

발표를 마친 뒤에는 사전 취합 질문에 대한 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박 사장은 이때도 과감한 조직 개편과 문화 개선 의지를 강조했다.

박 사장은 “최근 보도본부를 구조조정해 논설위원실을 없앴다. 선배님들이 일하도록 조직을 개편했다”며 “(이번 임금개편도) 관리자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성과연봉제를 20년차 이상으로 도입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임금체계 문제는 다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선배들은 임금이 하후상박이라 주장하기도 한다”며 “정확히 따져야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열심히 일한 분에게 성과가 돌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MBC에 모자란 부분”이라며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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