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MBC 노사가 성과형 임금제 도입과 퇴직금 축소, 임금피크제 조정을 골자로 한 임금체계 개편안에 합의했다. 호봉제를 유지해온 MBC에서 사상 처음 일부 대상으로나마 성과형 임금제를 도입한다.

서울 MBC와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서울지부는 지난 8일 오전 임금체계 개편 합의안에 서명했다. 성과연동제 도입과 임금피크제 조정·퇴직금 축소는 모두 임금 축소와 조직문화 개선을 초점에 두고 있는 만큼, 3년 연속 1000억원대 적자를 예상하는 상황에서 노사가 비상경영이자 고통분담에 합의한 안이라고 볼 수 있다.

노사는 일반직 가운데 직급상 부장 혹은 근속 20년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성과형 임금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특별상여금 400%를 차별 없이 지급했던 것을 성과에 따라 ‘200%+알파’로 바꾼다. 다만 일몰제를 두고 한시 적용한 뒤 노사가 지속할지 여부를 재협의하기로 했고, 시한은 논의 중이다. 노사는 직무별 성과평가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퇴직금 제도도 누진제에서 단수제로 전환키로 했다. 기존 누진제는 근속기간에 따라 기초임금에 곱할 지급률을 높이는 방식이지만, 이제부터는 근무 연한을 누적해 지급률을 계산하지 않고 단순하게 기간에 따라 산정하기로 했다. 전환된 퇴직금제는 소급 적용되지 않아,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의 잠정합의안이 알려진 뒤 저연차 직원들의 반발이 일기도 했다.

임금피크제도 조정키로 했다. 기존 55세부터 정년 60세까지 3~7% 내 단계 적용하던 것을 58세부터 적용하는 한편, 삭감 폭은 일반·전문직에 따라 25~40%로 높인다. MBC 측은 종전과 삭감 총액은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서울지부는 7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이 같은 임금개편안을 통과시켰다. 대의원 정원 67명 중 60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31표, 반대 28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MBC 상암사옥 전경.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MBC 상암사옥 전경.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박성제 MBC 사장은 지난 3월 초 취임 직후부터 임금체계 개편 시급성을 강조해왔다. 코로나19로 경영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노사는 본격 임금개편 실무협상에 돌입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앞서 4월 노보를 통해 “임금체계 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3년 연속 1000억원대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직원 수를 줄이지 않고, 임금 수준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회사는 없다. 인순 인건비 절감이 아닌 성과와 효율을 반영한 인건비 집행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 현행 임금제도의 개편은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오동운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통화에서 “수일 내 노보를 통해 이번 합의안에 대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오는 10일 오전 사원들을 대상으로 MBC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이른바 ‘경영혁신안’ 발표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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