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채널A 이동재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 관련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를 9일 결국 수용했다. 일주일 동안 전국 검사장 회의까지 개최하며 집단 반발하는 모양새를 취했으나 본인이 직접 장관의 지휘를 거부하지 못했다.

대검찰청은 이 과정에서 전날 서울고검장을 수사본부장으로 하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도 참여하는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하자는 윤 총장의 절충안이 애초 법무부가 공개건의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해 또다시 논란이다. 조선일보는 아예 법무부와 대검이 합의해놓고 추 장관이 뒤집어 사기꾼이라는 불만이 나온다고까지 썼다. 이에 법무부는 실무진이 검토한 적은 있으나 대검에 제안하거나 공개건의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이 요청했다는 조선일보 보도에도 그런 적 없다고 반박했다.

대검은 9일 오전 기자들에게 보낸 ‘채널A 사건 관련입니다’라는 문자메시지 공지를 통해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 발생”이라며 “결과적으로 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검은 “이러한 사실 중앙지검에 통보필(통보했다)”이라며 “총장은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고 썼다.

문제는 대검이 맨 뒷 문장에 “지휘권 발동 이후 법무부로부터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독립 수사본부 설치 제안을 받고 이를 전폭 수용하였으며 어제 법무부로부터 공개 건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음”이라고 써 논란이다.

특히 조선일보는 같은 날짜 10면 머리기사 ‘秋, 법무부·대검 합의안 뒤집어… 대검 간부들 “사기꾼이냐”’에서 “본지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이날 윤 총장이 ‘건의’한 절충안은 법무부와 대검 고위 간부들의 협의를 거쳐 나온 ‘합의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이 먼저 대검에 이날 윤 총장의 절충안을 언론에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고 썼다. 이 신문은 1시간40분 뒤인 이날 오후 7시52분 추 장관이 거부하자 대검 간부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한 관계자가 “법무부 검찰국장이 언론에 오픈해 달라고 해서 (절충안을) 공개했다. 당연히 장관과 얘기가 된 걸로 알았다”며 “그런데 그걸 스스로 뒤집었다. 사기꾼들이다. 사기꾼”이라고 비난한 내용을 썼다. 이 신문은 또 다른 대검 관계자가 “모 고검장과 절충안을 만든 조남관 검찰국장이 ‘추 장관 면 세워주자. 총장이 건의하는 식으로 발표해 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뒤통수를 때렸다”, “일국의 법무장관이 이렇게 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해괴망측한 돌발 행동”이란 비판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월20일 광주고검에 방문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월20일 광주고검에 방문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함께 이 신문은 검찰 일각에선 “추 장관이 ‘합의’를 뒤집은 것은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황희석 최고위원 등 채널A 기자의 취재를 유도했다는 ‘공작 의혹’의 당사자들이 압박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다며, 이들의 페이스북에 윤 총장의 건의를 거부한 법무부 알림을 올린 사실을 들었다.

법무부는 대검이 주장한 법무부의 공개건의 요청과, 대검과 법무부의 합의안을 추 장관이 뒤집었다는 조선일보의 보도에 그런 공개건의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에 이날 오전에 내놓은 입장문(법무부 알림)으로 질의에 답변을 대신하겠다고 답했다. 법무부는 이날 기자들에 공지한 법무부 알림에서 “대검 측으로부터 서울고검장을 팀장으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법무부 실무진이 검토하였으나, 장관에게 보고된 바 없다”며 “독립수사본부 설치에 대한 언급이나 이를 공개 건의해 달라는 요청을 대검 측에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이 채널A 사건을 수사하도록 추 장관 수사지휘를 받아들인 것을 두고 “만시지탄이나 이제라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수사 공정성 회복을 위해 검찰총장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채널A 강요미수 사건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 당시에 총장이 느꼈던 심정이 현재 이 사건 수사팀이 느끼는 심정과 다르지 않다고 총장이 깨달았다면 수사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함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9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윤 총장 절충안을 거부한 내용이 담긴 ‘법무부 알림’(기자 배포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밤 9시55분경 올렸다가 20분이후 내린 것을 두고 “(추 장관과) 사전 교감하며 공작을 하려면 최소한 제가 제일 먼저 글을 올리고 그 글을 유지하고 있어야 효과가 나지 않겠느냐”며 “20분만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글을 내렸다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최 대표는 “아니면 화급히 글을 내려야 할만큼 어마어마한 허위사실을 제가 유포했느냐”며 “도대체 최소한 말이 되는 소리를 하자”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