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이 경영 위기인 가운데, 공영방송 역할부터 명확히 하고 수신료를 산정해야 거부감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가 주최하고 EBS가 후원하는 공동 심포지엄이 열렸다. 공동심포지엄 주제는 ‘변화하는 미디어 지형에서의 공영방송 가치 확립’이었다.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장은 지난해 4월 강원도 산불이 났을 당시 KBS가 재난 보도가 아닌 시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을 방송한 사례를 언급하며 “공영방송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칼럼이 나오기도 했다”며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공영방송은 ‘위기’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모든 세대와 계층을 위한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영방송은 직면한 위기에 ‘수신료 현실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수신료는 30년 가까이 오르지 않고 있다. 김경환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부 교수는 “현업 실무자들은 수신료 인상, 결합판매, 중간광고 등의 각종 규제 완화를 해주면 공영방송의 공적 역할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다는 식의 논리가 뇌리에 각인돼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수신료 2500원은 공영방송의 사회적 기대와 효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면 너무나 큰 금액일 수도 있고, 너무도 미미한 액수일 수도 있다”며 “넷플릭스에는 1만원씩 부담 없이 지불하는 사람들이 왜 공영방송에 2500원을 내는 것도 거부감을 느끼는지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가 주최하고 EBS가 후원한 '변화하는 미디어 지형에서의 공영방송 가치 확립' 공동심포지엄이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가 주최하고 EBS가 후원한 '변화하는 미디어 지형에서의 공영방송 가치 확립' 공동심포지엄이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수신료 제도를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수신료 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오래된 수신료 제도를 이리저리 수선해서 정리하는 수준으로 대처한다고 해서 공영방송 경영의 정상화를 이룩할지 의심된다”며 “수신료 제도 전면 개편을 통해 공적 재원의 설정, 배분, 평가 등을 다시 재정립하고, 공영방송의 임무 수행을 도울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두남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연구위원은 “공영방송이 어떠한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가를 기준으로 수신료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 수신료를 먼저 정해놓고 어떤 과제를 수행할지 논의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국내 수신료 제도의 가장 큰 맹점은 수신료 산정과 인상을 둘러싼 정치 과잉”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과 같이 공영방송과 전문가위원회, 의회를 관여시키는 절차법적 보장을 통해 수신료 산정 방식의 공정화와 객관화를 시도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수신료 제도에 새 실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는 “수신료 제도를 다시 짜든 ‘바우처’ 제도 등을 활용하든 간에 기본적 재원을 보장한 이후에는 시민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새롭게 설계하는 실험도 가능하다”라며 “예를 들어 현재 수신료가 2500원인데 2000원의 경우 기존처럼 배분하되 500원은 시민들이 채널을 선택해 지불하는 등 ‘내 돈을 어디에 낼지’ 선택할 수 있는 수신료 제도 등도 실험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원재 카이스트 교수는 공영방송이 수신료를 통해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또 수신료 문제 해결을 정치 권력에 호소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올해 로이터 디지털 뉴스 리포트를 인용해 방송 점유율은 KBS가 높지만 신뢰도는 YTN이나 MBC보다 낮게 나왔다며 KBS에 친여 출연자들이 많이 출연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네트워크 분석을 해보니 KBS가 각종 시사프로그램 등을 통해 친여 출연자들을 가장 적극적으로 배치했고 공영방송사 중 가장 신뢰도가 낮았다”라며 “다만 조사 주체와 방법, 데이터 사이에 거리가 있어 과학적 추론이라고 확언하긴 어렵지만 이른바 ‘나꼼수’ 계열의 언론 활동을 대중이 더 신뢰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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