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발병하고 10일째가 가장 위험하다는 거예요. 간호사에게 남편이 위험하다고 연락이 왔어요. 보호자를 찾는데 저랑 딸이 다 같이 코로나 걸렸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고, 남편은 위중하다며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 대요. 언니 전화번호를 주고 (남편을) 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눈앞이 캄캄했는데 앰뷸런스를 타고 가다가 심정지가 왔어요. 한달 넘게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병원에서는 해줄 게 없대요. 내일 아침에 요양병원으로 전원 갑니다. 

쿠팡의 대처를 보면 우리가 마스크도 안 쓰고 장갑도 안 낀다고 언론플레이하는데 저는 마스크 꼭 썼습니다. 그쪽에서 제공하는 식당, 라커룸, 통근버스 이용하지 않았고 개인방역은 알아서 잘 챙겼습니다. 회사는 수백명이 사용하는 작업대에 소독티슈나 젤도 갖다놓지 않고, 냉장·냉동시설이라 환기도 안 돼요. 확진자가 나왔는데도 알려줄 수가 없다고만 했어요. 자기들은 방역지침 철저하게 따랐고 자신들도 피해자라 어떻게 해줄 수 없다는 원론적인 말만하고 사과도 안 해요.”

강은미·류호정 정의당 의원실 등이 8일 국회에서 주최한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전아무개씨의 증언이다. 전씨는 “지난 6일 ‘7월7일부터 출근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기가 막힌 게 피해자들에게 사과한마디, 재발방지대책도 없이 출근하라고 하면 모든 사람이 ‘감사합니다’하고 출근하나”라며 “제2, 제3의 일이 발생했을 때 또 노동자들을 사지로 몰아넣을 기업”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 전씨는 산재를 신청했다. 

▲ 강은미, 류호정 정의당 의원 등 주최로 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증언대회'를 진행했다. 사진=류호정 의원실
▲ 강은미, 류호정 정의당 의원 등 주최로 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증언대회'를 진행했다. 사진=류호정 의원실

 

지난 5월23일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15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쿠팡 측에선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직원들을 출근시켰고 방역지침을 안 지켰다는 비판에는 “이태원 방문 학원강사가 거짓말을 해 대응이 늦었다”고 해명했다. 

이태원발 코로나 확산 이후 쿠팡에서 일을 시작한 임아무개씨는 “쿠팡이라는 큰 회사를 믿고 일을 했고 기본적으로 개인 방역 지침을 잘 지키며 일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쿠팡에서 1시간만 일해도 마스크가 다 젖기 때문에 마스크 안에 필터를 두 장 넣어 주기적으로 교체했고 식당에 사람이 많아 확진 2주 전부터는 도시락을 싸왔다”고 했다. 그럼에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억울한 마음에 임씨가 역학조사관에게 “CCTV 확인하지 않았나. 내가 마스크를 벗었다면 받아들이겠다”고 말하자 역학조사관이 “쿠팡 환경을 조사한 결과 열심히 마스크를 하셨지만 불가항력이라고 생각된다. 각막으로 전이됐을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전했다. 피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코로나 집단 감염에 쿠팡 측 책임이 있었다. 

고건 쿠팡발 코로나19 피해노동자모임 대표는 지난 5월말 부천에서 처음 확진자가 나온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고 대표는 “어떤 분들은 처음이니까 미흡할 수 있지 생각하지만 쿠팡에는 이미 인천에서 5월19일 확진자가 나왔는데 유야무야해서 방송사에 제보해 뉴스를 내보냈다”며 “내가 대표였다면 센터장들 모아놓고 어떻게 대처할지 프로세스를 구축하라고 했을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후 대응과정을 보면 대응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의지조차 없었다”고 했다. 

“쿠팡이츠는 알고리즘을 통해 배달 일을 강제로 배차한다. 하필 그날은 비가 와서 날씨가 길이 미끄럽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고, 퇴근시간대라 도로는 차들로 혼잡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쿠팡이츠’가 처음 나왔을 때 앱테스트 배달 업무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쿠팡이츠’ 일을 해온 라이더 유니온 조합원 김아무개씨 증언이다. 김씨는 도로에 깔린 철판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쿠팡이츠가 평점제도를 운영하는데 배송자의 평점이 낮으면 ‘다음부터 업무 위탁이 안될 수 있다’는 경고를 하기 때문에 20분이라는 배달시간을 맞추기 위해 차간주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쿠팡에서 정한 배달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고객이 평점을 낮게 줄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사고에도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고객센터에선 “음료수 이상이 없는지, 배달은 제대로 완료했는지”만 물었다고 그는 전했다. 사람이 다쳤는데도 음료가격과 배달비를 김씨가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 강은미, 류호정 정의당 의원 등 주최로 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증언대회'를 진행했다. 사진=전민 대학생 기자
▲ 강은미, 류호정 정의당 의원 등 주최로 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증언대회'를 진행했다. 사진=전민 대학생 기자

 

이처럼 이날 증언대회에서는 쿠팡의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불안정 고용형태를 문제 삼았다. 장귀연 노동권연구소장은 “쿠팡은 배송기사인 ‘쿠팡맨’을 정규직으로 직고용한다고 선전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실상은 다르다”며 “배송기사인 쿠팡맨 중에서도 정규직은 소수이며 계약직이 대부분이고 물류센터와 지역 캠프에서 입·출고 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거의 계약직이거나 일용직”이라고 지적했다. 배달노동자들은 특수고용종사자로 일했다.  

장 소장은 “고용형태만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계약직으로 2년 일하면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이 가능하지만 노동강도가 극심해 2년을 버티기 쉽지 않다”고 했다. 

▲ 쿠팡 고용형태. 자료=증언대회 자료집
▲ 쿠팡 고용형태. 자료=증언대회 자료집

 

정진영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장은 “적절한 물량 배정과 휴게시간 배정에 대한 기준점을 잡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쿠팡은 배달노동자이 특고라고 산재가입을 안하려 하고 있고 고용노동부가 만나자고 해도 거부하는 무소불위 권력”이라며 “국회가 나서 입법을 하거나 국정감사에서 다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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