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양승동 KBS 사장이 경영혁신안을 발표한 이후 혁신안 내용 가운데 ‘1000명 규모의 감축’을 두고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수노조인 KBS노동조합(위원장 정상문)은 지난 6일부터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혁신안 중 인원 감축 방안이 ‘인위적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교섭대표이자 과반노조인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본부장 유재우)는 “인위적 구조조정은 단연코 막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KBS 사측도 인건비 비중 삭감안은 “노사가 합의하고 협의할 사안”임을 재차 강조했다. 

양 사장이 1일 발표한 혁신안 내용은 △인건비 비중 감축‧성과급제 확대 등 임금체계 개선 △사내의 불합리한 인사제도 개선 △자회사 혁신‧콘텐츠 자회사 사업구조 강화 △불합리한 외부 규제 해소 총력 △수신료 현실화 등이다. 

양 사장은 인건비 비중 감축안에 “앞으로 4년간 1000명 규모의 감원이 필요하다”며 “자연 감소하는 900여 명 외의 감축은 특별명예퇴직제도를 통해 이뤄지게 된다”고 발표했다. 이어 “성과급제를 대폭 확대하고 국내외 위탁연수제 등 성과보상 인센티브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반면 삼진아웃 등 퇴출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7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소수노조인 KBS노동조합. 왼쪽이 허성권 KBS노동조합 부위원장, 오른쪽이 정상문 KBS노동조합 위원장. 사진=정민경 기자.
▲7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소수노조인 KBS노동조합. 왼쪽이 허성권 KBS노동조합 부위원장, 오른쪽이 정상문 KBS노동조합 위원장. 사진=정민경 기자.

‘인원 감축’과 ‘삼진아웃제’(저성과가 연이어 3번 나오면 해고)에 대한 반발이 컸다. KBS노동조합은 무기한 농성을 시작하며 “수백 명이 될 수도 있는 감원을 (양 사장이) 조회사에서 내뱉고 곧바로 나온 계획안에는 ‘특별 명예퇴직’과 ‘저성과자에 대한 삼진아웃제 실효화’가 언급됐다”면서 “KBS 노동자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7일 KBS 신관 농성장에서 만난 정상문 KBS노동조합 위원장은 미디어오늘에 “이번 혁신안의 가장 큰 문제는 삼진아웃제를 포함한 감원”이라면서 “특정 노동조합 출신의 경영진이나 이사진이 많아 성과 측정 시 일종의 ‘라인 챙기기’식으로 갈 수 있다. 나머지 노조의 조합원은 소외될 수 있고 저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과 측정에 경영진의 주관적 평가가 들어갈 수 있고, 이 때문에 사측에 비판적인 KBS노동조합 구성원의 경우 낮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직종 간 문제도 대두됐다. 정 위원장은 “성과제를 시행할 때 지원부서인 기술직은 기자나 PD 직종보다 소외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KBS노동조합은 조합원 다수가 기술경영직이다. KBS노동조합은 7일 임병걸 KBS 부사장과 만나 ‘인위적인 구조조정 반대’ 등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겠다고 강조했다. 

변철호 KBS 기술협회장은 7일 통화에서 “이미 기술 부분은 10여 년 동안 300여 명이 줄어든 상태”라며 “편성을 줄이지 않고 종일 방송하는 상황에서 기술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어려운 점이 많은데 혁신안을 보면 1000여 명을 감축한다고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변 협회장은 “또 연구인력은 지난 5년 동안 신규인력을 충원하지 않았고, 현재 41명의 박사급 연구인력 가운데 8명이 2년 뒤 회사를 나가게 된다”라며 “5G 시대 등 빠르게 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연구인력 충원도 필요한데 현재 인원으로는 연구가 어렵고, 인력 충원이 아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력투자 대신 감원에 초점을 맞춘 경영혁신안에 대한 우려다. 

▲지난 7월1일 양승동 KBS사장이 경영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지난 7월1일 양승동 KBS사장이 경영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과반노조이자 교섭권을 갖고 있는 언론노조 KBS본부는 혁신안이 발표된 직후 성명을 통해 “저성과자 재교육과 삼진아웃 같은 엄포로 과도한 공포감과 갈등을 조장하지 말라”며 “KBS본부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단연코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7일 KBS 연구동에서 만난 유재우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이미 KBS는 평가 시스템과 삼진아웃제 등을 시행하고 있었다”며 “이번 혁신안에 담긴 내용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전에 있던 제도들을 실효성 있게 시행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KBS 숙제는 항상 정해져 있었던 부분이고 이것을 진짜 실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이 때문에 구성원들 사이에서 ‘새로운 혁신안을 내놓기보다 이전 혁신안이 왜 실패했는지 분석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라는 지적들이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언론노조 KBS본부 측은 지난 5월부터 사측과 진행해온 임금협상 등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고 사측 공감을 끌어낸 상황이라고 전했다.

임병걸 KBS 부사장은 7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이미 7월1일 혁신안 발표에서 내부 경영 혁신과 불합리한 인사제도 개선 문제에 대해 ‘노사가 협의하고 또 합의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라며 “인위적 구조조정은 할 수 없다. 7월1일에 밝힌 원칙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진행할 경영 혁신도 공개적으로 진행할 것이고, 이에 대한 의견 수렴 역시 계속할 것”이라며 “구성원들이 믿음을 갖고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기사 도움=신하은 대학생 기자)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