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김민아에 소환된 ‘장동민-하선호’ 논란”(스포츠경향)
“김민아, 중학생 성희롱 논란 ing… 장동민, 미성년자 번호요구 논란 재소환”(엑스포츠뉴스)
“‘장동민은 번호 물어봤다고 법정제재…’ 김민아는 프로그램 하차 안 한다”(위키트리)

최근 불거진 방송인 김민아씨 논란을 개그맨 장동민씨가 나온 프로그램의 법정제재 이슈와 엮은 기사들 제목이다. 스포츠경향과 엑스포츠뉴스, 위키트리 등은 김민아씨 논란을 개그맨 장동민씨가 나온 프로그램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정제재 이슈와 엮어 보도했다.

가장 먼저 김민아씨 논란을 장동민씨가 출연한 프로그램의 법정제재 소식과 엮은 건 지난 1일자 스포츠경향 기사다. 같은 날 엑스포츠뉴스가 비슷한 기사를 썼다. 다음 날 위키트리가 조금 변형된 비슷한 기사를 양산했다.

▲ 방송인 김민아씨 논란을 가장 먼저 장동민씨가 나온 프로그램의 방통심의위 법정제재 소식과 엮은 기사. 사진=스포츠경향 네이버페이지 화면 갈무리
▲ 방송인 김민아씨 논란을 가장 먼저 장동민씨가 나온 프로그램의 방통심의위 법정제재 소식과 엮은 기사. 사진=스포츠경향 네이버페이지 화면 갈무리
▲ 지난 1일 김민아씨 논란과 장동민씨가 출연한 프로그램의 방통심의위 제재 소식과 엮어 보도한 엑스포츠뉴스 기사. 사진=엑스포츠뉴스 페이지 화면 갈무리
▲ 지난 1일 김민아씨 논란과 장동민씨가 출연한 프로그램의 방통심의위 제재 소식과 엮어 보도한 엑스포츠뉴스 기사. 사진=엑스포츠뉴스 페이지 화면 갈무리

김씨는 지난 5월 정부의 유튜브 방송 ‘왓더빽 시즌2’에 출연해 중학생 A씨에게 성적인 대화를 시도했다. 김씨는 A씨에게 “에너지가 많은 시기인데 그 에너지는 어디에 푸느냐”고 물었고, A씨가 웃기만 하자 김씨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질문했다. A씨가 “엄마가 집에 잘 안 계셔서 좋다”고 말하자, 김씨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럼 혼자 있을 때 뭐하냐”고 말했다.

▲ 방송인 김민아씨가 중학생과 화상 인터뷰 도중에 던진 질문으로 미성년자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대한민국 정부 유튜브 채널 ‘왓더빽 시즌2’ 갈무리
▲ 방송인 김민아씨가 중학생과 화상 인터뷰 도중에 던진 질문으로 미성년자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대한민국 정부 유튜브 채널 ‘왓더빽 시즌2’ 갈무리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tvN ‘플레이어’(2019년 9월1일)가 힙합 경연 프로그램 Mnet의 ‘쇼미더머니’를 패러디한 코너 ‘쇼미더플레이’를 방송하면서 심사위원 역할을 맡은 개그맨 장씨가 예선 참가자인 미성년자 여성 래퍼 하선호의 랩을 들은 후 심사하는 장면이 방송심의규정 ‘품위유지’ ‘양성평등’ 조항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장씨는 “합격 목걸이 원해요”라고 물었고 하선호는 “원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장동민은 “전화번호 원해요”라고 소리쳤고, 하선호는 “저 18살인데”라고 말한다. 결국 장동민은 하선호에게 “탈락 드리겠습니다”라고 외쳤다.

▲ tvN ‘플레이어’ 지난해 9월1일 방영분. 사진= tvN ‘플레이어’ 방송화면 갈무리
▲ tvN ‘플레이어’ 지난해 9월1일 방영분. 사진= tvN ‘플레이어’ 방송화면 갈무리

유튜브 영상과 방송사 프로그램 비교 불가

스포츠경향은 지난 1일 “방송심의소위원회가 이번에도 동일한 잣대를 들이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썼고 위키트리는 지난 2일 장씨의 경우 번호를 물어봤다고 프로그램이 법정제재를 받았는데 반해 김씨는 프로그램에서 하차하지 않는다는 관점을 담아 보도했다.

하지만 두 사람을 동일선에서 비교하긴 어렵다. 김씨가 출연한 영상은 정부가 운영하는 유튜브 동영상이지만 장씨가 출연한 프로그램은 CJENM이 운영하는 tvN의 방송 프로그램이다.

▲ 지난 2일 김민아씨 논란과 장동민씨가 출연한 프로그램의 방통심의위 제재 소식과 엮어 보도한 위키트리 기사. 사진=위키트리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지난 2일 김민아씨 논란과 장동민씨가 출연한 프로그램의 방통심의위 제재 소식과 엮어 보도한 위키트리 기사. 사진=위키트리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먼저 스포츠경향 기사는 사실관계가 잘못됐다. 유튜브 영상은 방송심의소위원회가 아닌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 심의한다. 통신심의도 불가능한 상태다. 통신심의는 제재 심의가 아니라 접속차단(삭제) 심의로 영상이 삭제되면 심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미 정부는 지난 1일 “해당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문제가 된 부분을 편집 및 수정해 다시 게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안건은 이미 비공개 처리됐으므로 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된다.

반면 tvN ‘플레이어’ 논란은 CJENM 방송사에 책임이 있다. 논란이 됐던 장씨 관련 안건은 방송소위가 심의하는데 당시 방송사 측에서 해당 방송분에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 미디어팀장은 7일 미디어오늘에 “장동민과 비교하는 기사를 쓴 건 잘못됐다”고 짚은 뒤 “김씨 발언이 잘못된 것 분명히 맞다. 하지만 이상한 방식으로 논란이 번지는 게 문제다. 상황을 제대로 판단한 후 대응책 등을 이야기해야 한다. 언론사가 장동민씨 제재 건을 끌어들여 논란을 더 크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팀장은 “유튜브와 방송은 엄연히 다르다. 또 플레이어 프로그램이나 장동민씨의 경우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반면 김민아씨는 곧바로 사과하고 정부가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양상이 전혀 다르다. 김씨와 장씨 논란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 지난 2018년 8월26일 방영된 SBS ‘런닝맨’ 방송화면 갈무리
▲ 지난 2018년 8월26일 방영된 SBS ‘런닝맨’ 방송화면 갈무리

남성 성희롱 논란도 법정제재 사례 있다

스포츠경향이나 위키트리는 ‘남성의 성희롱은 법정제재로 이어지고 여성의 성희롱에는 관대하다’는 프레임 위에 있다. 하지만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남성 성희롱을 정당화할 우려가 있는 프로그램에 법정제재를 한 바 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1월7일 MBC 드라마 ‘숨바꼭질’과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이 방송심의규정 ‘품위유지’ ‘양성평등’ 조항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법정제재 ‘주의’를 의결했다.

SBS ‘런닝맨’(2018년 8월26일 방영분)은 방송인 이광수씨가 철봉에 매달린 김종국씨 바지를 벗겨 속옷이 노출된 가운데 이에 반응하는 전소민씨와 노사연씨의 모습을 담아 논란이 일었다. 김종국씨 속옷이 노출되자 제작진은 이를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호랑이 그림으로 가리고 ‘그 어려운 걸 또 해낸다’ 등의 자막을 내보낸다. 이어 노사연씨는 “난 못 봤어. 재수도 없지”라고 발언한다.

심의위원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게임을 진행하던 중 일어난 사건이라 해도 자칫 성희롱 우려가 있는 행동을 여과 없이 방송했다. 편집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9월8일 방영된 MBC ‘숨바꼭질’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 2018년 9월8일 방영된 MBC ‘숨바꼭질’ 방송화면 갈무리.

MBC ‘숨바꼭질’(2018년 9월8일 방영분)은 극중 주인공인 이유리씨가 회사를 어려움에 빠지게 한 협력업체 사장을 만나려고 남탕에 들어가자 신체 일부가 노출된 남성들이 놀라는 장면을 방송했다.

심의위원들은 “남성도 성희롱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등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남녀를 떠나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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