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시작한 지 시일이 지났는데 정의당 의원들이 무슨 활동을 하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의원이 많지도 않은데 각각 의원들이 본인 어필을 못하는 것은 문제다.”

국회를 출입하는 정의당 담당 기자들로부터 정의당의 목표와 핵심 지지층이 불명확하고 정책제언·언론대응 관련 기획력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소위 ‘심상정당’에서 벗어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다수로 나타났다. 정의당 혁신위원회가 7일 공개한 ‘1차 집중의견수렴 기간’(6월1일~6월26일) 보고서 가운데 출입기자 의견으로 취합(온라인 익명 설문)된 37건의 의견들을 살펴봤다.

우선 정의당의 핵심 메시지가 안 보인다는 지적이다. 한 기자는 “정의당 하면 생각나는 법안이 없다. 아직까지도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법안들은 민노당(민주노동당) 때 법안들”이라며 “이슈 선도 역량은 떨어진다”고 밝혔다. “정의당의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수권이냐, 4년 뒤 교섭단체냐. 교섭단체해서 뭘 할 거냐 보이지 않는다. 민노당은 2012년 집권하겠다고 말했다. 대중정당이면 당연히 집권을 목표로 해야 한다. 언제까지 어떻게 하겠다고 플랜을 제시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로드맵 없이 이슈 따라가기 급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기자는 “지금은 메시지가 다 흩어진다. 더불어민주당처럼 의석이 많으면 의원들 각각이 다른 메시지를 말해도 된다. 그런데 6석 의원들이 세상만사 다 평을 하고 있고 입장도 모아지지 않으니 결국 기자들은 당의 입장을 알기 위해 심상정 대표 입만 쳐다보게 된다”며 “그러니 심 대표만 부각되는 것”이라 꼬집었다.

▲ 심상정 정의당 대표. ⓒ민중의소리
▲ 심상정 정의당 대표. ⓒ민중의소리

‘포스트 심상정’이라는 표현이 시사하듯 심상정 대표 이후 정의당에 대한 관심도 크다. 내년 7월까지 임기인 심 대표가 조기 사퇴 뜻을 밝힌 가운데 오는 8월30일 ‘혁신당대회’에서 새로운 정의당 지도부가 출범할 계획이다. 혁신위는 당대표에게 권한과 책임이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집단지도체제를 구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심상정 없는 정의당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보여줘야 한다”는 기대 섞인 우려가 나왔다. “심 대표가 있어서 그나마 정의당 색채가 유지된다고 본다” “심 대표가 정개특위 위원장 한다고 하면 신뢰감이 갔다. 이제 정의당에서 누가 그런 걸 맡는다 했을 때 신뢰가 갈지 모르겠다. 심 대표 사퇴 이후 당이 없어지는 거 아닐까 솔직히 걱정한다”와 같이 부정적 시각이 보통이다. 역시 “심상정 이후에도 당이 유지될지 의문”이라 밝힌 기자는 “진보정치 2세대도 60대에 가까워지고 충성 지지층인 4050세대도 금방 윗세대가 된다. 지역의 열성활동가들도 언제까지도 열성적으로 할 수 없다”고 했다.

심 대표 사퇴 이후 정의당이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첫째 ‘중진 의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4년 임기만으로 ‘간판’을 만들 수 없으니 비례를 계속 할 수 있는 방안이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 정치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인 가운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의당 의원들 대부분은 노동 관련 아니면 캐릭터가 안 맞는 느낌” “다음 총선에서는 ‘노동’ 외에도 인물을 키워줘야 한다. 그린뉴딜 대표라거나” “각 부서 장관은 누가 하는지 떠올라야 수권정당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 등이다.

▲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당 제21대 국회 개원 의원단 합동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민중의소리
▲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당 제21대 국회 개원 의원단 합동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민중의소리

기존 인력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국방’하면 김종대, 이병록이 있는데 스피커로 키울 기획이 있어야 한다. 정의당 사람들은 전부 개인플레이 하고 팀플레이가 없다. 교육전문가로 정진후 전 의원이 있었는데 지금 어디갔나. 당내 전문가를 만들고 키워야 한다”거나 “당 정책위 전면에 국방, 교육 등 분야 포스트를 세우고, 잘 할 수 있는 영역 중심으로 가는 것이 어떤가”라는 것이다. “김종대, 추혜선, 정진후 등 뭐하는지 보이지 않는다. 한 번 국회의원 했던 분들은 당의 큰 자산인데 당은 그 역량을 유실한다. 각자가 각자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당이 역량배치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일침도 있다.

궁극적으로 “정의당 지지층이 누구인가 확실치 않다. 20대 여성인지, 운동권 출신이나 노조인지”라는 물음도 이어졌다. 정의당이 누구를 위한 누구를 대변하는 정당이 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미향,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등 이슈에서 정의당은 애매하게 얘기했다. 어떤 지지층을 만족시킬 건지 선택해야 한다” “4050 지지층 한계가 있다. 민주당 비판하면 후원금 끊는 등이다. 좌파 4050만 대상으로 하거나 청년·여성을 새롭게 주 타깃으로 하겠다는 결정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한 기자는 “당을 지지한 10% 유권자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통합 고민해야 한다”며 “녹색당과 흡수통합”을 주장한 이도 있다.

다음은 차별성, 특히 ‘민주당 2중대’ 프레임에서 벗어날 필요성이다. “민주당과 대비해 부동산 문제를 차별화하고, 민주당에서 기득권출신이 많기 때문에 얘기 못하는 부분을 제기해야 한다”, “민주당을 아예 신경쓰지 않는 포지션으로 갔으면 한다. 자꾸 메시지를 양비론적으로 내지 마라. 당이 가져갈 가치가 뭔지, 노동인지, 공정인지, 명확한 포지셔닝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단일화나 자리를 놓고 민주당과 딜을 하려는 건 이제 불가능하다”며 “정의당 자체적으로 고양 같은 곳을 더 만들어내고 지방정부 집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정의당의 기획력, 언론대응 능력과 관련해 한 기자는 “정의당이 1년 내내 언론에 날 순 없어도, 1년에 1, 2일은 뉴스에서 주인공 되는 날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기자는 “민주당은 입장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당이니 입장을 정했다는 것만으로도 이슈가 된다. 하지만 정의당은 입장을 정해도 현실화 가능성이 적으니 그것만으로는 이슈 안 된다”며 “민주당과 동일한 형태의 논평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논평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6411버스 같은 기획은 울림이 크다. 그런 것이 포장능력인데 더 욕심갖고 유능한 직원을 뽑아서 기획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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