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로동신문 기자 수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후 크게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시기 278명에서 김정은 집권 이후 189명으로 대규모 축소됐다.

김수한 헤럴드경제 외교안보팀 기자가 지난 5월 출간한 책 ‘북한 로동신문 기자들 실체 분석: 김정은 시대 북한 언론 어떻게 변했나’를 보면 로동신문 기자 수뿐 아니라 기사 내용도 김정은 시대로 접어들면서 크게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책은 동국대 북한학 박사인 김 기자가 지난해 8월 ‘김정은 권력승계시기 로동신문의 변화 연구’라는 주제로 받은 박사학위 논문을 보완해서 펴낸 것이다.

저자는 김정일~김정은 시대를 주요 정치 사건에 따라 5개 시기로 나눈 뒤 시기마다 6개월치 기사의 기명 기사를 전수 조사해 시기별 편집국 인원 전수를 파악했다.

즉, 1시기는 김정일의 뇌경색 전 시기, 2시기는 김정일의 뇌경색 및 회복 시기, 3시기는 김정일 사망 및 김정은 후계 승계 시기, 4시기는 장성택 숙청 시기, 5시기는 김정은식 권력구조 개편 시기로 나눴다. 1~5시기 각각의 6개월치 기명 기사는 2836개, 2802개, 2778개, 2459개, 2377개 등 총 1만3252개에 달했다.

▲ 김수한 헤럴드경제 기자가 지난 5월 펴낸 책 ‘북한 로동신문 기자들 실체 분석’. 출판사=선인.
▲ 김수한 헤럴드경제 기자가 지난 5월 펴낸 책 ‘북한 로동신문 기자들 실체 분석’. 출판사=선인.
▲ 평양 시내에 있는 로동신문사. ⓒ 연합뉴스
▲ 평양 시내에 있는 로동신문사. ⓒ 연합뉴스

1~5시기 편집국 인원은 271명, 278명, 200명, 198명, 189명으로 감소 추세로 나타났다. 저자는 “최근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북한 정부 조직이 축소됐다는 보도가 있었다”면서 “편집국 조직 감소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각 부서별로 기사를 많이 쓰는 기자와 적게 쓰는 기자, 편집국 내 부서 이동이 비교적 활발했다는 등의 특성도 확인됐다. 저자는 “북한 언론사에서 개별 언론인의 고유한 취향과 주장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공산주의 국가의 언론인은 기계를 구동하는 하나의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면서도 “로동신문 편집국에서는 활발한 인사 교류가 이뤄지고 있으며 각 부서별로 집중적으로 중용되는 기자들이 있다는 사실 등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한 소식을 전하는 조국통일부, 미국 등 서방 소식을 전하는 국제부의 인원 변화는 엄격하게 제한된 것으로 보였다고 저자는 진단했다.

1~5시기 기사 내용 분석 결과를 보면 김정은 정권은 최우선 과제로 경제 발전과 과학기술 및 교육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1~4시기에는 사회주의 혁명사상 고취 관련 내용을 다룬 기사가 각각 31.2%(72개), 49.3%(103개), 29.4%(67개), 29.8%(56개)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으나 5시기에는 경제발전을 강조한 기사가 23.8%(43개)로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저자는 “김정은 집권 이후 정책 방향이 경제 문제 해결, 과학 기술 발전 등으로 옮겨가는 추세가 보인다. 북한의 2018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외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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