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도_공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같은 해시태그가 확산되고 있다. 재판부가 6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배포하는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의 미국 인도 거부 결정을 내리자 반발이 거세다. 미국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강력한 처벌을 하는 반면 한국은 처벌이 약하고 적용 가능한 혐의도 적어 ‘봐주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청원에는 해당 인도심사 청구 사건을 맡은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경향 “양형기준 마련” 한겨레 “과감한 판결 필요”

재판부는 왜 그랬을까. 법원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해당 사이트 가입자 가운데 한국인이 상당수이기에 본격적인 수사를 위해 인도를 불허한 측면이 있다. 둘째, 범죄인 인도 제도의 목적은 예방과 억제이기에 엄벌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는 것이 범죄인 인도 제도의 취지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 문제와 관련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서울신문은 사설을 내고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경향신문은 ”법원은 디지털성범죄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n번방은 판결을 먹고 자랐다’는 비판까지 나왔다“며 “송환을 불허하기 전에 이런 범죄를 제대로 처벌하는 장치를 마련해놓아야 마땅했다”고 지적했다.

우선적인 과제에 대해 언론사별로 온도차가 있었다. 경향신문은 “사법부는 지금껏 양형기준 마련에 미적대왔다”며 양형기준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양형 기준 강화만 기다려서는 이번에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기존 관행을 넘어서는 과감한 접근”을 주문했다. 한국일보는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양형기준을 마련하고 그 전에라도 판사 개개인이 각성한 태도로 엄한 형량을 선고해야 한다”며 두 가지를 함께 주문했다.

▲ 7일 경향신문 기사.
▲ 7일 경향신문 기사.

‘일하는 국회’ 프레임 맞선 ‘독재 저지’ 프레임

미래통합당이 6일 국회에 복귀했지만 여야 대립은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미래통합당이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요구하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미래통합당 보이콧에 맞서 상임위원장을 일방적으로 임명했다. 민주당은 당초 통합당 몫으로 제안했던 7개 상임위원장에 대한 배분 논의는 가능하지만 법사위원장은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래통합당 복귀 후 여야 대립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는 진보와 보수 간 차이가 드러났다. 경향신문은 “통합당, ‘또 위원장 내놔라’...희미해지는 법사위 개혁” 기사를 냈다. 갈등을 건조하게 서술한 내용이지만 제목은 통합당의 요구가 개혁을 저지한다는 인상을 준다.

반면 보수신문들은 미래통합당의 입장에서 민주당이 일방 독주를 한다는 인상을 주는 제목을 썼다. 대표적인 기사가 조선일보의 “주호영 ‘일하는 국회법? 실상은 독재 고속도로 닦는 법’”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국회를 일방독재로 규정한 미래통합당의 입장을 서술하며 ‘일하는 국회’ 프레임에서 ‘일 안 하는 정당’이 될 수밖에 없는 미래통합당에 ‘독재 저지’라는 명분을 준다. 그러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의혹, 정의연 논란 등 대여투쟁 관련 ‘현안’을 부각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내고 여당의 ‘독주’를 견제해달라고 미래통합당에 주문했다. 동아일보는 “여당이 정치적 어젠다를 위해 밀어붙이는 힘의 정치를 막아내는 게 당장 야당의 최우선 책무”라고 했다.

▲ 7일 조선일보 기사.
▲ 7일 조선일보 기사.

 

이인영 출근길에 ‘과속’ 꼬리표?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워킹그룹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일과 또 우리 스스로가 판단해서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며 한미워킹그룹 역할을 조정할 의사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대북제재 문제에 창의적 해법이 필요하다며 남북관계 개선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 소식을 다룬 언론 다수는 대동소이한 제목을 뽑았다. “한미워킹그룹 틀에 안 갇힐 것”(한국일보) “이인영 ‘한미워킹그룹서 할 일과 우리 스스로 할 일 구분”(한겨레) “대북제재 창의적 해법 필요”(동아일보) “이인영 ’대북제재 창의적 해법 필요 남북교류 독자 추진 뜻”(경향신문) 등이다. 

조선일보는 “이인영 미 없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해야”라는 제목을 뽑았다. 부제에는 “새 안보라인 자주노선 예고”라고 썼다. 미국과 역할을 조정하는 정도를 넘어 미국을 패싱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제목과 부제목이다. 조선일보는 8월 예고된 한미훈련을 중단하자는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발언을 기사에 함께 전하면서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우리 정부에 속도조절을 주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미국측의 반발 가능성을 전하기도 했다. 

▲ 이인영 후보자 출근길 인터뷰를 담은 조선일보(왼쪽)와 한국일보.
▲ 이인영 후보자 출근길 인터뷰를 담은 조선일보(왼쪽)와 한국일보.

“왜 죽어야만 답하는가”

고 최숙현 선수를 죽음으로 내몬 가혹행위에 대한 구체적 증언과 폭로가 나왔다. 6일 국회에서 최 선수의 동료 선수들은 감독, 운동처방사, 선배 선수 등에 의해 상습폭력, 폭언은 물론 구타와 협박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폭력에 중독된 스포츠’ 시리즈 기사를 통해 12년 간 스포츠 분야 폭력 방지대책이 9건 나왔지만 실효성이 없는 점을 지적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감독 비위 가운데 88%가 해당 체육단체에 알려지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가 최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감독과 주장선수 영구제명을 결정한 소식을 전하며 “왜 죽어야만 답하는가”라는 제목을 뽑아 ‘뒤늦은 대응’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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