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국공’이라는 낯선 단어가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검색해 보니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줄임말인가 보다. 줄임말 나쁜 예의 전형이다. 줄임말만 들으면 본말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관행적 표현인 ‘인천공항’보다 고작 한 단어만 적을 뿐이다.

특히 ‘인국공’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인공국’이 떠오른다면 사상(?)이 불순한 것일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상이 불순한 사람은 나뿐만은 아닌 것 같다. 포털 기사 검색에 ‘인공국’을 치면 상당히 많은 ‘인공국’이 검색된다. 물론 모두 ‘인국공’의 오타다. 인천공사 청원직 정규화에 빨간색 뉘앙스를 주고자 의도적으로 ‘인공국’을 떠올릴 수 있는 줄임말을 쓴다는 음모론까지 나온다. 본말을 대변하지도 못하고 괜한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줄임말은 쓰지 말자. 정말 별다줄(별걸 다 줄인다)이다.

경제 기사에도 줄임말에 따른 오해가 자주 벌어진다. 지난 6일 중앙일보는 “정부, 거래세 낮춘다던 원칙 유야무야”라는 부제목을 통해 정부의 ‘양도세’ 인상을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비판의 요지는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 인상 거래세(양도세, 취득세) 인하와 같은 원칙을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이런 원칙은 유야무야되고 있다”는 것이다.

▲ 6일자 중앙일보 부동산면 기사
▲ 6일자 중앙일보 3면 기사

모든 경제 정책은 다 장단점이 있다. 양도세 인상에도 장단점이 모두 있으니 어떤 언론사는 칭찬하고 다른 언론사는 비판하는 것은 언론의 다양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비판 핵심 근거의 팩트가 틀리는 것은 문제다. 중앙일보는 양도세를 취득세와 같은 거래세로 표현했다. 취득세는 취득(매입)이라는 거래에 발생하는 세금이고 양도세는 양도(매각)라는 거래에 부과되는 세금이라면 양도세는 거래세가 맞다. 그러나 양도세는 거래세가 아니다.

양도세의 본말(풀네임)은 양도소득세다. 양도세라는 줄임말만 보면 양도할 때 부과되는 세금처럼 느껴지지만, 양도소득세라는 본말을 들으면 거래세가 아닌 소득세 일종이라는 느낌이 전달된다. 근로소득세, 사업소득세는 근로나 사업을 통해 발생한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소득세의 일종이다. 사업을 해서 매출이 아무리 많이 발생해도 비용이 많아 소득이 없다면 세금도 없다. 

양도소득세도 마찬가지다. 비싼 주택을 양도해도 양도 차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세금도 없다. 그러나 판매 가격이 구매 가격보다 높아 양도소득(양도차익)이 발생했다면 발생한 소득에 소득세가 부과된다. 취득세처럼 거래 단계에 일괄적으로 부과되는 거래세가 아니다.

과세의 제1원칙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이다. 근로를 하거나 사업을 해서, 아니면 이자 소득이 생겨도 세금이 부과된다. 모든 소득에 과세를 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매매 과정에 소득이 생겼는데, 부동산 양도소득에만 특별히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어색하다.

결국 양도세를 거래세로 여겨서 양도세 강화를 ‘보유세 강화 거래세 인상’이라는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위배된다는 중앙일보의 논리는 잘못된 평가다. 양도세라는 줄임말보다 양도소득세라는 본말을 써서 오해를 없앨 것을 제안한다.

다만 양도소득세 강화 여부는 다양한 정책 판단 영역이다. 현재 1세대 1주택은 양도소득세 비과세가 원칙이다. 1세대 1주택 요건을 채우면 양도 시 소득(양도 차액)이 발생해도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고가 주택(9억원)인 경우는 고가 주택 기준 초과분에서 발생한 양도차익에만 과세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에 중과세를 하자는 주장은 나올 수도 있다. 반면,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면 시장에 주택을 내놓지 않아 거래가 주는 ‘동결효과’가 시장 효율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타당하다.

다양한 정책이 고려되고 의견이 나오는 것은 좋다. 그런데 요즘 ‘양포세’라는 말이 있다. 바로 ‘양도소득세 포기 세무사’란 의미다. 세무사조차 너무 자주 바뀌는 양도소득세 정책을 따라가지 못해 양도소득세 업무를 포기한다는 자조 섞인 말이다. 

‘인국공’이나 ‘양도세’ 같은 줄임말은 쓰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부동산 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해 ‘양포세’라는 줄임말은 없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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