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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인천공항 카트노동자 ‘무늬만 파업’ 보도 대거 정정
조선일보 인천공항 카트노동자 ‘무늬만 파업’ 보도 대거 정정
파업 이유부터 취재원 발언까지 언중위 끝에 정정‧반론보도… 지면엔 비보도

인천공항 카트노동자들이 “명분 없이 파업을 선언”한 뒤 열흘 째 “무늬만 파업” 중이고, 사측을 상대로 금품을 요구했다고 보도한 조선일보가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끝에 자사 보도를 대거 바로잡았다. 파업 배경을 비롯해 복귀 시점, 취재원 지위와 발언 내용, 과거 사건에 대한 묘사에 이르기까지 정정‧반론 내용이 5건에 이른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달 1일 사회면(16면)에서 “‘명분 없이 파업을 선언’한 뒤 열흘 째 ‘무늬만 파업’” 기사를 냈다. 신문은 사측인 용역업체 ACS㈜가 코로나19에도 임금 10만원 인상안과 유급 휴직을 제안했지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카트분회가 “노사 합의문에 ‘고용 안정’을 명시해달라”며 파업을 강행했다고 했다. 카트분회는 인천공항에서 카트를 정리하고 이동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로 구성됐다.

조선일보는 카트분회가 “(파업 돌입) 두시간 만에 슬그머니 업무에 복귀했다”며 “파업으로 얻어낸 게 아무것도 없어 철회도 하지 못하는 분위기”라 “대외적으론 열흘째 ‘무늬만 파업’”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올 초 사소한 법 위반을 빌미로 회사에 금품을 요구한 적도 있다고 한다”고 했다. 끝 무렵엔 “민주노총 관계자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달 1일 조선일보 16면(사회면) 머리기사
▲지난달 1일 조선일보 16면(사회면) 머리기사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카트분회가 인천공항에서 고용안정을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카트분회가 인천공항에서 고용안정을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보도 내용 대다수가 사실과 달랐다. 카트분회는 당초 3시간 부분 파업을 진행해 공개적으로 업무 복귀했다. 복수의 언론이 이 사실을 보도했다. 노조가 금품을 요구했다는 주장은 노동청이 회사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권고한 내용을 왜곡한 결과다. 회사는 앞서 노동자들에게 코로나19를 이유로 피부 화상과 눈 손상을 일으키는 락스를 쓰도록 지급하면서 안전 장구나 경고표시, 교육을 제공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노동청은 ‘계도’로 결론 내는 대신 회사가 과태료로 낼 금액을 직원 복지비로 쓰도록 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명분 없는 파업이라는 주장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 사측이 근로자대표 ‘백지위임장’ 서명을 강요해 파업에 기름을 부은 사실은 쏙 빠졌다. 분회는 인천지방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서 코로나19로 고통분담 차원에서 사측이 요구하는 수준까지 임금 요구를 대폭 축소하는 대신 ‘고용안정 문구’를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를 합의서에 담자고 청했다. 사측은 이 제안을 거부하는 한편, 노동자들에게 근로자대표 성명란을 빈칸으로 둔 위임장에 동의 서명해야만 유급휴직을 주겠다고 했다. 분회는 이를 노조 무력화 시도라고 판단해 파업에 들어갔다. 

인천공항지역지부에 따르면 언론중재위 중재부는 지난 2일 조정 자리에서 조선일보 측에 ‘파업이 발생한 지 10일이나 지난 뒤 일방 비난 기사를 보도한 의도’를 물었고, 지부의 진정 취지를 대거 받아들인 조정안을 제시했다. 조선일보는 이를 대부분 받아들였다.

▲조선일보가 6일 홈페이지에 올린 정정·반론 보도문.
▲조선일보가 6일 홈페이지에 올린 정정·반론 보도문.

조선일보는 6일 온라인에 보도를 통해 “확인 결과, 민주노총은 3시간 부분 파업을 선언, 진행 후 공개적으로 복귀했으며 현재는 파업 진행 중이 아님이 밝혀져 이를 바로잡는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이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에서는 △교섭 결렬의 계기는 사측이 5차 임금교섭 중 위임할 근로자 대표가 공란인 위임장을 받은 것이지 민주노총이 일방적으로 파업 선언을 한 것이 아니며 △민주노총의 금품 요구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에 대한 노동청 중재에 따라 과태료를 직원들의 복지비용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 것이라고 알려왔다”고도 밝혔다.

한재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직국장은 “언론이 노사관계 쟁점을 보도할 때 최소한 기계적 균형이라도 맞춰야 하는데, 조선일보는 노동조합, 특히 민주노총에 대한 반감을 이유로 최소한의 기본을 지키지 않아 대대적 정정‧반론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6일 조선일보 2면 ‘바로잡습니다’란.
▲6일 조선일보 2면 ‘바로잡습니다’란.

한 국장은 당시 해당 기자가 취재를 요청해오자 “취재에 응하지 않는 것이 민주노총 방침이지만, 상황 설명은 충분히 하겠다”고 전하며 백지위임장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전했지만 기사에선 쏙 빠졌다고 전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6일 지면엔 이 정정‧반론 보도를 싣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최근 2면에 ‘바로잡습니다’란을 상설 운영 중이다.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조정 신청을 하면서 지면 보도에도 정정과 반론을 요구했지만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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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한심하다한심해 2020-07-07 03:24:59
조선일보의보도행태부끄럽다

바람 2020-07-06 18:55:28
일본에는 혐오금지법이 있다. 그런데 혐한은 갈수록 늘어난다. 왜일까?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 언론사 징벌적 손해 배상제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