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여성 노동자들이 결성한 페미니스트 단체 ‘국회페미’가 6일 “안희정씨는 더 이상 충남도지사가 아니다”라며 “안희정씨 모친상에 국민의 세금으로 조화나 조기를 보낸 정치인들에게 이를 개인비용으로 전환해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 모친의 빈소에는 이틀 째 여권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의 조기·조화가 놓인 가운데 김태년 원내대표, 차기 당권·대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 통일부 장관에 내정된 이인영 의원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언론 앞에 애도를 표했다.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에는 권력형 성폭력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안 전 지사 모친상에 고위공직자 명의로 조화를 보내거나 공개 발언을 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게시글들이 올라왔다. “서로 격려와 위로를 해야 한다”는 김부겸 전 의원의 발언을 꼬집거나, “성폭력 범죄를 대에서 끊어내겠다”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장관 명의로 조화를 보냈다는 내용 등이다.

국회페미는 “먼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힌 뒤 “위력으로 수행비서를 상습 성폭행해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전 충남도지사 안희정씨가 지난 4일 모친상을 당했다. 문재인 대통령, 박병석 국회의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조화를 보냈고 많은 정치인들이 조기를 보내 빈소를 가득 메웠다”고 전했다.

▲ 출처=국회페미 페이스북
▲ 출처=국회페미 페이스북

이들은 “오랫동안 함께 일한 동료의 모친상을 개인적으로 찾아 슬픔을 나누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나 안희정씨는 더 이상 충남도지사가 아니다. 정부의 이름으로, 정당의 이름으로, 부처의 이름으로 조의를 표해선 안 된다”며 “더군다나 조화와 조기 설치 비용은 국민의 혈세로 치러졌을 것”이라 지적했다.

이어 “안희정씨가 휘두른 ‘위력’을 형성하는 데에 결코 책임을 부정할 수 없고 사회정의를 실현하여 공정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전력할 의무가 있는 정치권은 이번 일이 마치 안희정씨의 정치적 복권과 연결되는 것으로 국민이 오해하는 일이 절대 없도록 발언과 행동을 주의해야 했다”며 “직위와 소속을 오용하여 조의를 왜곡시키고, 빈소에서 경솔한 발언을 한 일부 조문자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도 “오늘과 같은 행태가 피해자에게, 한국 사회에 ‘성폭력에도 지지 않는 정치권의 연대’로 비춰지진 않을지 우려스럽다”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로 대법원에서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차기 대권주자인 유력 정치인으로부터 일어난 성폭력 사건으로 정치권력과 직장 내 위력이 바탕이 된 범죄”라고 꼬집었다.

조 대변인은 “정치권력을 가진 이는 모두가 책임을 통감했고, 민주당 역시 반성의 의지를 표한 바 있다. 그런데 오늘의 행태는 정말 책임을 통감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2차 가해 앞에 피해자는 여전히 일상에서의 힘겨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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