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년 전 당대표 경선에서 악연 관계였던 박지원 전 민주평화당 의원을 국정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배경이 주목된다. 청와대는 과거를 개의치 않고 미래를 중시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오후 청와대 1층 회의실에서 연 백브리핑에서 지명 경위를 두고 “박지원 후보자의 경우 다양한 루트로 추천이 있었다고 한다”며 “박 후보자를 낙점한 것은 오로지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이라고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외교‧안보 라인은 콕 집어서 역할을 특정, 한정할 수 없는 특성이 있다”며 “박 후보자의 경우 어떤 역할로 추천이 왔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그게 한 자리 한 역할이었겠느냐”고 해석했다. 그는 “어쨌든 대통령이 국정원장 후보자로 이렇게 가닥을 잡았다는 뜻”이라고 했다.

2012년 대선 때와 2015년 당대표 경선 등을 거치면서 문 대통령과 박지원 후보자가 깊은 악연이었던 것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에 정치권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과거 일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며 “이번 인사를 통해서 보면 대통령은 지난 일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니까 썼죠(기용했다)”라며 “결국은 대통령께서는 선거 때 일어났던 과거사보다는 국정과 미래를 생각한다고 말씀드릴 수가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을 향한 박 후보자의 과거 친문 패권과 호남차별 프레임 비판을 두고 이 관계자는 “대통령은 선거가 있었던 때의 과거사보다는 선거가 아니라 국정을 더 중시하시고 과거보다는 미래의 일을 더 중시한다”고 답했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방송에서 이번 외교․안보 라인 인사가 북한이나 미국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일 같다고 평한 것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일일이 그 개별 입장에 코멘트하지는 않겠다”며 “질문한 기자의 신문 사설을 보면 ‘경험을 중시한 외교․안보 라인의 개편이라고 평가를 하면서 남북관계 회복을 기대한다’고 썼더라”라고 했다.

▲박지원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 2013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박지원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 2013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또한 박 후보자로 결정된 게 언제쯤인지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17일에 원로 오찬 이후라고 들었다”며 “그렇다고 원로 오찬이 영향을 미쳤다는 뜻은 전혀 아니고, 시기가 공교롭게 그 무렵이었다”고 설명했다.

언론에서 전혀 보도되지도 않고, 소문도 잘 흘러나오지 않은 것을 두고 이 관계자는 “한 보름 전후에 그 기간이 있었는데, 이 기간 동안 보안이 유지될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박지원 후보자 본인”이라며 “아마 본인에게 이런저런 언론의 취재도 들어간 것으로 아는데, 전혀 새어나가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지닌달 17일 오찬 이후 대통령과 박 후보자의 면담이 있었느냐’는 질의에 “확인해 드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에서는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를 묻자 “별로 아는 분이 많지 않았을 것으로 안다”며 “내부 보안도 철저했다”고 답했다.

‘박 후보자가 정보를 직접 다뤄보지 않아 북한을 겨냥한 메시지가 강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과 관련, 이 관계자는 “대북 메시지다, 대북 승부수다라는 것은 거의 전 신문이 다 썼더라”며 “정보를 다루어보지 않은 분이라고 했는데, 국정원을 잘 아는 분인 것은 분명하다”고 답했다. 그는 박 후보자가 3대(18‧19‧20대) 국회에 걸쳐서 정보위원과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냈다고 재차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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